우크라가 잠근 러시아 가스밸브…유럽을 잠갔다 [특파원 리포트]
입력 2025.01.03 (06:00)
수정 2025.01.03 (0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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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난 2022년 전쟁 발발 당시 '결국 우리가 전쟁에 이길 것' 이라는 글과 함께 푸틴을 향한 윙크 사진을 올렸다.
이제 유럽도 한파 속 에너지난이 남 일이 아니게 됐습니다. 천연가스 이야기입니다.
현지 시각 2일, 유럽 가스 가격 지표인 네덜란드 TTF 선물시장에서 2월물이 ㎿h(메가와트시)당 가격이 한 때 51유로까지 올라, 4% 가까운 상승률을 보였습니다. 2023년 10월 이후 최고 수준입니다.
이유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탓입니다. 우크라이나가 새해 첫날부터 자국을 거쳐 유럽으로 향하는 러시아산 천연가스 공급을 중단하자, 이틀 만에 유럽의 가스비가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는 겁니다.
그동안 우크라이나는 전쟁 동안 러시아의 군사 자금 마련에 자국의 설비와 인력이 이용된다는 내부 비판에 직면해 왔습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관통하는 수드자(Sudzha) 가스관을 통해 유럽에 가스를 수출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 유럽 에너지 쥐락펴락했던 러시아…독점 시대 막 내리나
러시아는 미국에 이은 세계 2위 천연가스 생산량을 바탕으로 유럽의 에너지를 쥐락펴락해 왔습니다.
1970년대부터 시베리아 가스전을 개발하고, 여기서 생산한 천연가스를 우크라이나를 거쳐 공급해 왔습니다. 1984년부터 차례로 우크라이나와 벨라루스, 폴란드와 독일과 통하는 4개의 가스관을 잇달아 건설하면서 2021년에는 유럽 천연가스 수요의 40%를 공급했습니다.
한때는 천연가스 수출로 한 해 50억 달러를(약 7조4천억 원) 벌어들인 적도 있지만 이제 그 독점의 시대가 막을 내린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에 우크라이나가 남아 있는 두 개의 파이프 중 자국을 통과하는 파이프의 가스 밸브를 잠그면서, 이제 러시아는 튀르키예를 거쳐 유럽으로 향하는 가스관 하나만 남게 됐기 때문입니다.
이에 따라 서유럽과 동유럽 간 갈등도 이미 시작됐습니다. 그동안 러시아 파이프가 지난다는 이유로 통행비 명목의 수수료를 받아왔던 '최대 수혜자' 슬로바키아가 유럽연합에 크게 반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슬로바키아는 "러시아산 가스를 차단한다는 젤렌스키의 일방적 결정에 대한 암묵적 수용은 잘못이고, 긴장을 고조해 상응 조처가 뒤따를 것"이라고 항의했습니다.
■ 유럽연합 "가스관 영향 5% 내외로 미미"…천연가스, 지난해만 50% 급등
혼란한 사회에선 국민의 고통이 언제나 더 큽니다.
연말·연초 유럽의 기온이 급강하하면서 난방 수요가 늘어났고, 아직 겨울이 지나가기에는 시간이 많이 남았습니다. 이 와중에 러시아산이 아닌 지중해 국가의 가스를 공급받는 안과, 미국 등에서 액화천연가스 수입을 더 늘리는 안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이 모든 대안은 전체적인 가격 상승으로 이어집니다.
유럽연합 측은 러시아산 운송 중단이 유럽의 전체 가스 공급량에 미치는 영향이 5%에 불과하다며, 당장의 큰 혼란은 없을 거라고 했습니다. 또 러시아에 대한 에너지 의존도를 40%에서 최근 15%로 줄였다고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미 유럽의 천연가스 가격은 미국의 4배이며, 지난해만 가격이 50% 올랐습니다.
물론, 직접 가스를 공급해 왔던 러시아의 피해가 가장 막대하겠지만 전쟁을 일으킨 데 대한 또다른 '나비효과' 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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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크라가 잠근 러시아 가스밸브…유럽을 잠갔다 [특파원 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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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5-01-03 06:00:09
- 수정2025-01-03 07:52:42
이제 유럽도 한파 속 에너지난이 남 일이 아니게 됐습니다. 천연가스 이야기입니다.
현지 시각 2일, 유럽 가스 가격 지표인 네덜란드 TTF 선물시장에서 2월물이 ㎿h(메가와트시)당 가격이 한 때 51유로까지 올라, 4% 가까운 상승률을 보였습니다. 2023년 10월 이후 최고 수준입니다.
이유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탓입니다. 우크라이나가 새해 첫날부터 자국을 거쳐 유럽으로 향하는 러시아산 천연가스 공급을 중단하자, 이틀 만에 유럽의 가스비가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는 겁니다.
그동안 우크라이나는 전쟁 동안 러시아의 군사 자금 마련에 자국의 설비와 인력이 이용된다는 내부 비판에 직면해 왔습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관통하는 수드자(Sudzha) 가스관을 통해 유럽에 가스를 수출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 유럽 에너지 쥐락펴락했던 러시아…독점 시대 막 내리나
러시아는 미국에 이은 세계 2위 천연가스 생산량을 바탕으로 유럽의 에너지를 쥐락펴락해 왔습니다.
1970년대부터 시베리아 가스전을 개발하고, 여기서 생산한 천연가스를 우크라이나를 거쳐 공급해 왔습니다. 1984년부터 차례로 우크라이나와 벨라루스, 폴란드와 독일과 통하는 4개의 가스관을 잇달아 건설하면서 2021년에는 유럽 천연가스 수요의 40%를 공급했습니다.
한때는 천연가스 수출로 한 해 50억 달러를(약 7조4천억 원) 벌어들인 적도 있지만 이제 그 독점의 시대가 막을 내린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에 우크라이나가 남아 있는 두 개의 파이프 중 자국을 통과하는 파이프의 가스 밸브를 잠그면서, 이제 러시아는 튀르키예를 거쳐 유럽으로 향하는 가스관 하나만 남게 됐기 때문입니다.
이에 따라 서유럽과 동유럽 간 갈등도 이미 시작됐습니다. 그동안 러시아 파이프가 지난다는 이유로 통행비 명목의 수수료를 받아왔던 '최대 수혜자' 슬로바키아가 유럽연합에 크게 반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슬로바키아는 "러시아산 가스를 차단한다는 젤렌스키의 일방적 결정에 대한 암묵적 수용은 잘못이고, 긴장을 고조해 상응 조처가 뒤따를 것"이라고 항의했습니다.
■ 유럽연합 "가스관 영향 5% 내외로 미미"…천연가스, 지난해만 50% 급등
혼란한 사회에선 국민의 고통이 언제나 더 큽니다.
연말·연초 유럽의 기온이 급강하하면서 난방 수요가 늘어났고, 아직 겨울이 지나가기에는 시간이 많이 남았습니다. 이 와중에 러시아산이 아닌 지중해 국가의 가스를 공급받는 안과, 미국 등에서 액화천연가스 수입을 더 늘리는 안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이 모든 대안은 전체적인 가격 상승으로 이어집니다.
유럽연합 측은 러시아산 운송 중단이 유럽의 전체 가스 공급량에 미치는 영향이 5%에 불과하다며, 당장의 큰 혼란은 없을 거라고 했습니다. 또 러시아에 대한 에너지 의존도를 40%에서 최근 15%로 줄였다고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미 유럽의 천연가스 가격은 미국의 4배이며, 지난해만 가격이 50% 올랐습니다.
물론, 직접 가스를 공급해 왔던 러시아의 피해가 가장 막대하겠지만 전쟁을 일으킨 데 대한 또다른 '나비효과' 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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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진 기자 hosky@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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