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로 미래로] 탈북 청년 3총사…철원 간 까닭
입력 2025.01.25 (08:27)
수정 2025.01.25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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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6.25 전쟁 당시, 중부 전선의 상징적인 장소가 바로 ‘철원’인데요.
분단의 상흔이 짙게 남아있는 이곳에서 꿈과 희망을 이야기하는 특별한 청년들이 있습니다.
어린 시절 북에서 남으로 와 학업을 마친 탈북민 청년들이, 이제 강원도 철원에 터를 잡고 또 다른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는데요.
탈북 청소년 모임에서 만났던 세 청년은 철원에서 장사도 하고, 직접 농사도 지으며 보금자리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분단의 땅에서 새로운 시작을 꿈꾸는 청년들의 이야기.
장예진 리포터가 준비했습니다.
함께 보시죠.
[리포트]
이른 아침 달려간 강원도.
도로 옆으로 길게 이어진 철책선, 건물의 형태만 앙상하게 남은 노동당사에서 분단의 무게가 묵직하게 전해지는데요.
철원에서 미래를 꿈꾸며 나아가는 청년들을 만났습니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오랜 친구이자 동료라는 원일, 진범, 하룡 씨.
["(어떻게 아는 사이에요?) 한국에 와서 그룹홈이란 곳에서 같이 생활하다가 그렇게 인연이 돼서 여기서 의형제가 됐죠."]
이들이 함께 지낸 탈북청소년 그룹홈은 2018년 남북의창 통일로 미래로에서 소개했던 곳이기도 한데요.
청년이 된 세 사람은 이제 동업자가 됐습니다.
["(어떤 일 하시는데요?) 저희 세 명이 카페를 운영하고 있어서 지금 출근하는 중입니다."]
경쾌한 발걸음으로 향한 일터.
들판 옆으로 컨테이너로 만들어진 외관이 눈길을 끄는데요.
접경지역 카페에서의 활기찬 하루가 시작됐습니다.
분단의 아픔이 서린 이곳에 뿌리내리고 희망의 꿈을 키워가는 청년들이 있습니다.
따뜻한 커피를 정성껏 내리며 손님을 기다리고 있는데요.
그 사연을 함께 들어보시죠.
카페에서 북녘까지는 불과 몇 킬로미터, 손을 뻗으면 닿을 만큼 가깝다는데요.
[한진범/바리스타/탈북민 : "평야가 보이고 그 뒤에 산이 있거든요. 거기가 이제 북한이거든요."]
2013년 북한 양강도에서 남으로 온 진범 씨는 카페의 막내 직원이자 바리스타입니다.
진범 씨는 한 잔의 음료에 평화의 바람을 담아냈습니다.
["(제주도에요?) 네, 제주도입니다. (이런 섬세함. 여기에는 독도와 울릉도가 있네요.)"]
남과 북이 한잔에 어우러진 ‘한반도 라떼’가 카페 안에 온기를 전합니다.
점심시간이 다가오자, 진범 씨가 조리를 담당하는 원일 씨를 돕습니다.
자타공인 카페의 수석 요리사라는 원일 씨.
["수석 셰프님이신데, 겸손한 척하셔. (조용히 해.) 요리 잘해요. (요리 잘해요?) 네. (뭐를 제일 잘하세요?)"]
[김원일/주방장/탈북민 : "파스타하고 여기 있는 메뉴는 다 잘하는 것 같습니다."]
풍미 가득한 피자와 바삭하게 튀긴 돈가스를 대표 메뉴로 내세우기까지 시행착오도 많았습니다.
[김원일/주방장 : "다 직접 만들어 보면서 계속 실패도 많이 했고 그러면서 지금 이렇게 맛있는 메뉴가 만들어졌죠."]
2005년, 고비사막을 건너 한국에 오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는 원일 씨.
["(한국에는 몇 살 때 오셨어요?) 11살, 10살 때 왔어요."]
역시 탈북민인 맏형 하룡 씨도 철원 정착에 남다른 각오를 다졌는데요.
[염하룡/매니저/탈북민 : "북한 출신이지만 철원이라는 접경지역에서 잘 살아내는 모습들을 만들어 내고 싶습니다."]
익숙한 손놀림으로 음식을 만들고, 손님을 맞이하는 세 청년은 이미 지역에서 유명 인사로 통한다고 합니다.
[신문수/손님 : "탈북해서 살면서 컨테이너 조립식 올려놓고 장사한다고 거기 가자고 그래서 내가 일부러 모시고 왔는데 얼마나 보기 좋은지 몰라. (청년들이요?) 그럼.
지역 주민들과 손님들도 아낌없는 응원을 보내고 있는데요."]
[김장훈/손님 : "정착하셔서 이렇게 하는 게 보기 좋은 것 같아요. 분위기도 좋고 음식 서비스도 좋고. 그렇다면 세 사람의 호흡은 어떨까요."]
["3번에 나갔어요. (미안, 이건 어디야?) 이건 4번. (이건 4번이야?) 네."]
맏형 하룡 씨의 표정이 심상치 않습니다.
주문 실수에 동생들의 질책이 쏟아진 건데요.
[염하룡/매니저 : "(왜 혼나셨어요?) 제가 4번에 나갔어야 되는데 3번으로 나가서, 근데 발음을 잘, 억울합니다. (이걸 또 발음 탓을 해.) 막내네요 막내. (네, 잘하니까.)"]
사소한 투닥거림은 웃음으로 넘기고,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자연스럽게 채워갑니다.
특히 이날은 원일 씨가 준비해 온 비장의 메뉴를 공개하는 날이었는데요.
직접 재배해 말린 토마토의 식감을 살린 파스타가 완성됐습니다.
["토마토 향이 진짜 진하게..."]
원일 씨는 지역 자원을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었는데요.
[김원일/주방장 : "지역에서 어떤 특산품이나 그런 것들을 활용해서 한번 신메뉴를 만들면 좋지 않을까 해서..."]
고민이나 어려움이 있을 때, 그룹홈의 운영자였던 김태훈 대표는 청년들에게 든든한 조력자가 되어주고 있습니다.
["(손님 있었어?) 오늘 좀 있었어."]
김 대표는 청소년에서 청년으로 성장해 새로운 도전에 나선 이들이 그저 자랑스럽기만 합니다.
[김태훈/탈북청소년 그룹홈 대표 : "저희 그룹홈의 역사가 바로 지금 앞에 있는 이 아이들이에요. 나는 너희가 있어서 너무나 든든하고 항상 자랑스러워."]
청년들은 이곳에서 농사를 지으면서 또 다른 미래를 만들어 나가고 있는데요.
이런 듬직한 모습은 탈북민 동생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된다고 합니다.
카페 인근 밭으로 향하는 세 사람.
올해 이곳에서 본격적인 농사를 계획하고 있다는데요.
[염하룡/매니저 : "사실 저희는 어릴 때 고향이 북한이라서 농사 경험이 조금씩 다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잘하는 걸 발전시켜보자라는 생각으로 농사에 도전하게 됐습니다."]
["(해보시니까 어떠세요?) 어렵습니다."]
아직 초보 농사꾼이지만, 올해는 토마토와 열무, 파, 고추 농사를 지어볼 계획이라는데요.
그룹홈에서 함께 지냈던 동생들도 하우스 정리를 돕기 위해 왔습니다.
조금씩 삶의 기반을 다져나가는 세 청년의 모습은 또 다른 탈북민 동생들에게 큰 힘이 되고 있는데요.
[김호림/대학생 : "제가 서툰 게 있지만 또 형들이 옆에서 도와주고 조언해 주고 하면서 점점 한 층씩 성장해 가는 그런 느낌입니다."]
청년들은 하나 된 한반도에서의 미래를 기약합니다.
[염하룡/매니저 : "철원이 북한과 되게 가까이 있는 곳이거든요. 그래서 만약 통일이 된다고 하면 저희가 제일 먼저 활용할 수 있지 않나 생각하고요. 그렇게 하기 위해서 저희도 한국에서 잘 성장해 낼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북에서 남으로, 그리고 다시 철원으로, 이들의 특별한 여정이 멋진 성공담으로 마무리되기를 응원해 봅니다.
6.25 전쟁 당시, 중부 전선의 상징적인 장소가 바로 ‘철원’인데요.
분단의 상흔이 짙게 남아있는 이곳에서 꿈과 희망을 이야기하는 특별한 청년들이 있습니다.
어린 시절 북에서 남으로 와 학업을 마친 탈북민 청년들이, 이제 강원도 철원에 터를 잡고 또 다른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는데요.
탈북 청소년 모임에서 만났던 세 청년은 철원에서 장사도 하고, 직접 농사도 지으며 보금자리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분단의 땅에서 새로운 시작을 꿈꾸는 청년들의 이야기.
장예진 리포터가 준비했습니다.
함께 보시죠.
[리포트]
이른 아침 달려간 강원도.
도로 옆으로 길게 이어진 철책선, 건물의 형태만 앙상하게 남은 노동당사에서 분단의 무게가 묵직하게 전해지는데요.
철원에서 미래를 꿈꾸며 나아가는 청년들을 만났습니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오랜 친구이자 동료라는 원일, 진범, 하룡 씨.
["(어떻게 아는 사이에요?) 한국에 와서 그룹홈이란 곳에서 같이 생활하다가 그렇게 인연이 돼서 여기서 의형제가 됐죠."]
이들이 함께 지낸 탈북청소년 그룹홈은 2018년 남북의창 통일로 미래로에서 소개했던 곳이기도 한데요.
청년이 된 세 사람은 이제 동업자가 됐습니다.
["(어떤 일 하시는데요?) 저희 세 명이 카페를 운영하고 있어서 지금 출근하는 중입니다."]
경쾌한 발걸음으로 향한 일터.
들판 옆으로 컨테이너로 만들어진 외관이 눈길을 끄는데요.
접경지역 카페에서의 활기찬 하루가 시작됐습니다.
분단의 아픔이 서린 이곳에 뿌리내리고 희망의 꿈을 키워가는 청년들이 있습니다.
따뜻한 커피를 정성껏 내리며 손님을 기다리고 있는데요.
그 사연을 함께 들어보시죠.
카페에서 북녘까지는 불과 몇 킬로미터, 손을 뻗으면 닿을 만큼 가깝다는데요.
[한진범/바리스타/탈북민 : "평야가 보이고 그 뒤에 산이 있거든요. 거기가 이제 북한이거든요."]
2013년 북한 양강도에서 남으로 온 진범 씨는 카페의 막내 직원이자 바리스타입니다.
진범 씨는 한 잔의 음료에 평화의 바람을 담아냈습니다.
["(제주도에요?) 네, 제주도입니다. (이런 섬세함. 여기에는 독도와 울릉도가 있네요.)"]
남과 북이 한잔에 어우러진 ‘한반도 라떼’가 카페 안에 온기를 전합니다.
점심시간이 다가오자, 진범 씨가 조리를 담당하는 원일 씨를 돕습니다.
자타공인 카페의 수석 요리사라는 원일 씨.
["수석 셰프님이신데, 겸손한 척하셔. (조용히 해.) 요리 잘해요. (요리 잘해요?) 네. (뭐를 제일 잘하세요?)"]
[김원일/주방장/탈북민 : "파스타하고 여기 있는 메뉴는 다 잘하는 것 같습니다."]
풍미 가득한 피자와 바삭하게 튀긴 돈가스를 대표 메뉴로 내세우기까지 시행착오도 많았습니다.
[김원일/주방장 : "다 직접 만들어 보면서 계속 실패도 많이 했고 그러면서 지금 이렇게 맛있는 메뉴가 만들어졌죠."]
2005년, 고비사막을 건너 한국에 오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는 원일 씨.
["(한국에는 몇 살 때 오셨어요?) 11살, 10살 때 왔어요."]
역시 탈북민인 맏형 하룡 씨도 철원 정착에 남다른 각오를 다졌는데요.
[염하룡/매니저/탈북민 : "북한 출신이지만 철원이라는 접경지역에서 잘 살아내는 모습들을 만들어 내고 싶습니다."]
익숙한 손놀림으로 음식을 만들고, 손님을 맞이하는 세 청년은 이미 지역에서 유명 인사로 통한다고 합니다.
[신문수/손님 : "탈북해서 살면서 컨테이너 조립식 올려놓고 장사한다고 거기 가자고 그래서 내가 일부러 모시고 왔는데 얼마나 보기 좋은지 몰라. (청년들이요?) 그럼.
지역 주민들과 손님들도 아낌없는 응원을 보내고 있는데요."]
[김장훈/손님 : "정착하셔서 이렇게 하는 게 보기 좋은 것 같아요. 분위기도 좋고 음식 서비스도 좋고. 그렇다면 세 사람의 호흡은 어떨까요."]
["3번에 나갔어요. (미안, 이건 어디야?) 이건 4번. (이건 4번이야?) 네."]
맏형 하룡 씨의 표정이 심상치 않습니다.
주문 실수에 동생들의 질책이 쏟아진 건데요.
[염하룡/매니저 : "(왜 혼나셨어요?) 제가 4번에 나갔어야 되는데 3번으로 나가서, 근데 발음을 잘, 억울합니다. (이걸 또 발음 탓을 해.) 막내네요 막내. (네, 잘하니까.)"]
사소한 투닥거림은 웃음으로 넘기고,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자연스럽게 채워갑니다.
특히 이날은 원일 씨가 준비해 온 비장의 메뉴를 공개하는 날이었는데요.
직접 재배해 말린 토마토의 식감을 살린 파스타가 완성됐습니다.
["토마토 향이 진짜 진하게..."]
원일 씨는 지역 자원을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었는데요.
[김원일/주방장 : "지역에서 어떤 특산품이나 그런 것들을 활용해서 한번 신메뉴를 만들면 좋지 않을까 해서..."]
고민이나 어려움이 있을 때, 그룹홈의 운영자였던 김태훈 대표는 청년들에게 든든한 조력자가 되어주고 있습니다.
["(손님 있었어?) 오늘 좀 있었어."]
김 대표는 청소년에서 청년으로 성장해 새로운 도전에 나선 이들이 그저 자랑스럽기만 합니다.
[김태훈/탈북청소년 그룹홈 대표 : "저희 그룹홈의 역사가 바로 지금 앞에 있는 이 아이들이에요. 나는 너희가 있어서 너무나 든든하고 항상 자랑스러워."]
청년들은 이곳에서 농사를 지으면서 또 다른 미래를 만들어 나가고 있는데요.
이런 듬직한 모습은 탈북민 동생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된다고 합니다.
카페 인근 밭으로 향하는 세 사람.
올해 이곳에서 본격적인 농사를 계획하고 있다는데요.
[염하룡/매니저 : "사실 저희는 어릴 때 고향이 북한이라서 농사 경험이 조금씩 다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잘하는 걸 발전시켜보자라는 생각으로 농사에 도전하게 됐습니다."]
["(해보시니까 어떠세요?) 어렵습니다."]
아직 초보 농사꾼이지만, 올해는 토마토와 열무, 파, 고추 농사를 지어볼 계획이라는데요.
그룹홈에서 함께 지냈던 동생들도 하우스 정리를 돕기 위해 왔습니다.
조금씩 삶의 기반을 다져나가는 세 청년의 모습은 또 다른 탈북민 동생들에게 큰 힘이 되고 있는데요.
[김호림/대학생 : "제가 서툰 게 있지만 또 형들이 옆에서 도와주고 조언해 주고 하면서 점점 한 층씩 성장해 가는 그런 느낌입니다."]
청년들은 하나 된 한반도에서의 미래를 기약합니다.
[염하룡/매니저 : "철원이 북한과 되게 가까이 있는 곳이거든요. 그래서 만약 통일이 된다고 하면 저희가 제일 먼저 활용할 수 있지 않나 생각하고요. 그렇게 하기 위해서 저희도 한국에서 잘 성장해 낼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북에서 남으로, 그리고 다시 철원으로, 이들의 특별한 여정이 멋진 성공담으로 마무리되기를 응원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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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일로 미래로] 탈북 청년 3총사…철원 간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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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5-01-25 08:27:37
- 수정2025-01-25 08:34:23
[앵커]
6.25 전쟁 당시, 중부 전선의 상징적인 장소가 바로 ‘철원’인데요.
분단의 상흔이 짙게 남아있는 이곳에서 꿈과 희망을 이야기하는 특별한 청년들이 있습니다.
어린 시절 북에서 남으로 와 학업을 마친 탈북민 청년들이, 이제 강원도 철원에 터를 잡고 또 다른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는데요.
탈북 청소년 모임에서 만났던 세 청년은 철원에서 장사도 하고, 직접 농사도 지으며 보금자리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분단의 땅에서 새로운 시작을 꿈꾸는 청년들의 이야기.
장예진 리포터가 준비했습니다.
함께 보시죠.
[리포트]
이른 아침 달려간 강원도.
도로 옆으로 길게 이어진 철책선, 건물의 형태만 앙상하게 남은 노동당사에서 분단의 무게가 묵직하게 전해지는데요.
철원에서 미래를 꿈꾸며 나아가는 청년들을 만났습니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오랜 친구이자 동료라는 원일, 진범, 하룡 씨.
["(어떻게 아는 사이에요?) 한국에 와서 그룹홈이란 곳에서 같이 생활하다가 그렇게 인연이 돼서 여기서 의형제가 됐죠."]
이들이 함께 지낸 탈북청소년 그룹홈은 2018년 남북의창 통일로 미래로에서 소개했던 곳이기도 한데요.
청년이 된 세 사람은 이제 동업자가 됐습니다.
["(어떤 일 하시는데요?) 저희 세 명이 카페를 운영하고 있어서 지금 출근하는 중입니다."]
경쾌한 발걸음으로 향한 일터.
들판 옆으로 컨테이너로 만들어진 외관이 눈길을 끄는데요.
접경지역 카페에서의 활기찬 하루가 시작됐습니다.
분단의 아픔이 서린 이곳에 뿌리내리고 희망의 꿈을 키워가는 청년들이 있습니다.
따뜻한 커피를 정성껏 내리며 손님을 기다리고 있는데요.
그 사연을 함께 들어보시죠.
카페에서 북녘까지는 불과 몇 킬로미터, 손을 뻗으면 닿을 만큼 가깝다는데요.
[한진범/바리스타/탈북민 : "평야가 보이고 그 뒤에 산이 있거든요. 거기가 이제 북한이거든요."]
2013년 북한 양강도에서 남으로 온 진범 씨는 카페의 막내 직원이자 바리스타입니다.
진범 씨는 한 잔의 음료에 평화의 바람을 담아냈습니다.
["(제주도에요?) 네, 제주도입니다. (이런 섬세함. 여기에는 독도와 울릉도가 있네요.)"]
남과 북이 한잔에 어우러진 ‘한반도 라떼’가 카페 안에 온기를 전합니다.
점심시간이 다가오자, 진범 씨가 조리를 담당하는 원일 씨를 돕습니다.
자타공인 카페의 수석 요리사라는 원일 씨.
["수석 셰프님이신데, 겸손한 척하셔. (조용히 해.) 요리 잘해요. (요리 잘해요?) 네. (뭐를 제일 잘하세요?)"]
[김원일/주방장/탈북민 : "파스타하고 여기 있는 메뉴는 다 잘하는 것 같습니다."]
풍미 가득한 피자와 바삭하게 튀긴 돈가스를 대표 메뉴로 내세우기까지 시행착오도 많았습니다.
[김원일/주방장 : "다 직접 만들어 보면서 계속 실패도 많이 했고 그러면서 지금 이렇게 맛있는 메뉴가 만들어졌죠."]
2005년, 고비사막을 건너 한국에 오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는 원일 씨.
["(한국에는 몇 살 때 오셨어요?) 11살, 10살 때 왔어요."]
역시 탈북민인 맏형 하룡 씨도 철원 정착에 남다른 각오를 다졌는데요.
[염하룡/매니저/탈북민 : "북한 출신이지만 철원이라는 접경지역에서 잘 살아내는 모습들을 만들어 내고 싶습니다."]
익숙한 손놀림으로 음식을 만들고, 손님을 맞이하는 세 청년은 이미 지역에서 유명 인사로 통한다고 합니다.
[신문수/손님 : "탈북해서 살면서 컨테이너 조립식 올려놓고 장사한다고 거기 가자고 그래서 내가 일부러 모시고 왔는데 얼마나 보기 좋은지 몰라. (청년들이요?) 그럼.
지역 주민들과 손님들도 아낌없는 응원을 보내고 있는데요."]
[김장훈/손님 : "정착하셔서 이렇게 하는 게 보기 좋은 것 같아요. 분위기도 좋고 음식 서비스도 좋고. 그렇다면 세 사람의 호흡은 어떨까요."]
["3번에 나갔어요. (미안, 이건 어디야?) 이건 4번. (이건 4번이야?) 네."]
맏형 하룡 씨의 표정이 심상치 않습니다.
주문 실수에 동생들의 질책이 쏟아진 건데요.
[염하룡/매니저 : "(왜 혼나셨어요?) 제가 4번에 나갔어야 되는데 3번으로 나가서, 근데 발음을 잘, 억울합니다. (이걸 또 발음 탓을 해.) 막내네요 막내. (네, 잘하니까.)"]
사소한 투닥거림은 웃음으로 넘기고,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자연스럽게 채워갑니다.
특히 이날은 원일 씨가 준비해 온 비장의 메뉴를 공개하는 날이었는데요.
직접 재배해 말린 토마토의 식감을 살린 파스타가 완성됐습니다.
["토마토 향이 진짜 진하게..."]
원일 씨는 지역 자원을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었는데요.
[김원일/주방장 : "지역에서 어떤 특산품이나 그런 것들을 활용해서 한번 신메뉴를 만들면 좋지 않을까 해서..."]
고민이나 어려움이 있을 때, 그룹홈의 운영자였던 김태훈 대표는 청년들에게 든든한 조력자가 되어주고 있습니다.
["(손님 있었어?) 오늘 좀 있었어."]
김 대표는 청소년에서 청년으로 성장해 새로운 도전에 나선 이들이 그저 자랑스럽기만 합니다.
[김태훈/탈북청소년 그룹홈 대표 : "저희 그룹홈의 역사가 바로 지금 앞에 있는 이 아이들이에요. 나는 너희가 있어서 너무나 든든하고 항상 자랑스러워."]
청년들은 이곳에서 농사를 지으면서 또 다른 미래를 만들어 나가고 있는데요.
이런 듬직한 모습은 탈북민 동생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된다고 합니다.
카페 인근 밭으로 향하는 세 사람.
올해 이곳에서 본격적인 농사를 계획하고 있다는데요.
[염하룡/매니저 : "사실 저희는 어릴 때 고향이 북한이라서 농사 경험이 조금씩 다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잘하는 걸 발전시켜보자라는 생각으로 농사에 도전하게 됐습니다."]
["(해보시니까 어떠세요?) 어렵습니다."]
아직 초보 농사꾼이지만, 올해는 토마토와 열무, 파, 고추 농사를 지어볼 계획이라는데요.
그룹홈에서 함께 지냈던 동생들도 하우스 정리를 돕기 위해 왔습니다.
조금씩 삶의 기반을 다져나가는 세 청년의 모습은 또 다른 탈북민 동생들에게 큰 힘이 되고 있는데요.
[김호림/대학생 : "제가 서툰 게 있지만 또 형들이 옆에서 도와주고 조언해 주고 하면서 점점 한 층씩 성장해 가는 그런 느낌입니다."]
청년들은 하나 된 한반도에서의 미래를 기약합니다.
[염하룡/매니저 : "철원이 북한과 되게 가까이 있는 곳이거든요. 그래서 만약 통일이 된다고 하면 저희가 제일 먼저 활용할 수 있지 않나 생각하고요. 그렇게 하기 위해서 저희도 한국에서 잘 성장해 낼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북에서 남으로, 그리고 다시 철원으로, 이들의 특별한 여정이 멋진 성공담으로 마무리되기를 응원해 봅니다.
6.25 전쟁 당시, 중부 전선의 상징적인 장소가 바로 ‘철원’인데요.
분단의 상흔이 짙게 남아있는 이곳에서 꿈과 희망을 이야기하는 특별한 청년들이 있습니다.
어린 시절 북에서 남으로 와 학업을 마친 탈북민 청년들이, 이제 강원도 철원에 터를 잡고 또 다른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는데요.
탈북 청소년 모임에서 만났던 세 청년은 철원에서 장사도 하고, 직접 농사도 지으며 보금자리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분단의 땅에서 새로운 시작을 꿈꾸는 청년들의 이야기.
장예진 리포터가 준비했습니다.
함께 보시죠.
[리포트]
이른 아침 달려간 강원도.
도로 옆으로 길게 이어진 철책선, 건물의 형태만 앙상하게 남은 노동당사에서 분단의 무게가 묵직하게 전해지는데요.
철원에서 미래를 꿈꾸며 나아가는 청년들을 만났습니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오랜 친구이자 동료라는 원일, 진범, 하룡 씨.
["(어떻게 아는 사이에요?) 한국에 와서 그룹홈이란 곳에서 같이 생활하다가 그렇게 인연이 돼서 여기서 의형제가 됐죠."]
이들이 함께 지낸 탈북청소년 그룹홈은 2018년 남북의창 통일로 미래로에서 소개했던 곳이기도 한데요.
청년이 된 세 사람은 이제 동업자가 됐습니다.
["(어떤 일 하시는데요?) 저희 세 명이 카페를 운영하고 있어서 지금 출근하는 중입니다."]
경쾌한 발걸음으로 향한 일터.
들판 옆으로 컨테이너로 만들어진 외관이 눈길을 끄는데요.
접경지역 카페에서의 활기찬 하루가 시작됐습니다.
분단의 아픔이 서린 이곳에 뿌리내리고 희망의 꿈을 키워가는 청년들이 있습니다.
따뜻한 커피를 정성껏 내리며 손님을 기다리고 있는데요.
그 사연을 함께 들어보시죠.
카페에서 북녘까지는 불과 몇 킬로미터, 손을 뻗으면 닿을 만큼 가깝다는데요.
[한진범/바리스타/탈북민 : "평야가 보이고 그 뒤에 산이 있거든요. 거기가 이제 북한이거든요."]
2013년 북한 양강도에서 남으로 온 진범 씨는 카페의 막내 직원이자 바리스타입니다.
진범 씨는 한 잔의 음료에 평화의 바람을 담아냈습니다.
["(제주도에요?) 네, 제주도입니다. (이런 섬세함. 여기에는 독도와 울릉도가 있네요.)"]
남과 북이 한잔에 어우러진 ‘한반도 라떼’가 카페 안에 온기를 전합니다.
점심시간이 다가오자, 진범 씨가 조리를 담당하는 원일 씨를 돕습니다.
자타공인 카페의 수석 요리사라는 원일 씨.
["수석 셰프님이신데, 겸손한 척하셔. (조용히 해.) 요리 잘해요. (요리 잘해요?) 네. (뭐를 제일 잘하세요?)"]
[김원일/주방장/탈북민 : "파스타하고 여기 있는 메뉴는 다 잘하는 것 같습니다."]
풍미 가득한 피자와 바삭하게 튀긴 돈가스를 대표 메뉴로 내세우기까지 시행착오도 많았습니다.
[김원일/주방장 : "다 직접 만들어 보면서 계속 실패도 많이 했고 그러면서 지금 이렇게 맛있는 메뉴가 만들어졌죠."]
2005년, 고비사막을 건너 한국에 오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는 원일 씨.
["(한국에는 몇 살 때 오셨어요?) 11살, 10살 때 왔어요."]
역시 탈북민인 맏형 하룡 씨도 철원 정착에 남다른 각오를 다졌는데요.
[염하룡/매니저/탈북민 : "북한 출신이지만 철원이라는 접경지역에서 잘 살아내는 모습들을 만들어 내고 싶습니다."]
익숙한 손놀림으로 음식을 만들고, 손님을 맞이하는 세 청년은 이미 지역에서 유명 인사로 통한다고 합니다.
[신문수/손님 : "탈북해서 살면서 컨테이너 조립식 올려놓고 장사한다고 거기 가자고 그래서 내가 일부러 모시고 왔는데 얼마나 보기 좋은지 몰라. (청년들이요?) 그럼.
지역 주민들과 손님들도 아낌없는 응원을 보내고 있는데요."]
[김장훈/손님 : "정착하셔서 이렇게 하는 게 보기 좋은 것 같아요. 분위기도 좋고 음식 서비스도 좋고. 그렇다면 세 사람의 호흡은 어떨까요."]
["3번에 나갔어요. (미안, 이건 어디야?) 이건 4번. (이건 4번이야?) 네."]
맏형 하룡 씨의 표정이 심상치 않습니다.
주문 실수에 동생들의 질책이 쏟아진 건데요.
[염하룡/매니저 : "(왜 혼나셨어요?) 제가 4번에 나갔어야 되는데 3번으로 나가서, 근데 발음을 잘, 억울합니다. (이걸 또 발음 탓을 해.) 막내네요 막내. (네, 잘하니까.)"]
사소한 투닥거림은 웃음으로 넘기고,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자연스럽게 채워갑니다.
특히 이날은 원일 씨가 준비해 온 비장의 메뉴를 공개하는 날이었는데요.
직접 재배해 말린 토마토의 식감을 살린 파스타가 완성됐습니다.
["토마토 향이 진짜 진하게..."]
원일 씨는 지역 자원을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었는데요.
[김원일/주방장 : "지역에서 어떤 특산품이나 그런 것들을 활용해서 한번 신메뉴를 만들면 좋지 않을까 해서..."]
고민이나 어려움이 있을 때, 그룹홈의 운영자였던 김태훈 대표는 청년들에게 든든한 조력자가 되어주고 있습니다.
["(손님 있었어?) 오늘 좀 있었어."]
김 대표는 청소년에서 청년으로 성장해 새로운 도전에 나선 이들이 그저 자랑스럽기만 합니다.
[김태훈/탈북청소년 그룹홈 대표 : "저희 그룹홈의 역사가 바로 지금 앞에 있는 이 아이들이에요. 나는 너희가 있어서 너무나 든든하고 항상 자랑스러워."]
청년들은 이곳에서 농사를 지으면서 또 다른 미래를 만들어 나가고 있는데요.
이런 듬직한 모습은 탈북민 동생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된다고 합니다.
카페 인근 밭으로 향하는 세 사람.
올해 이곳에서 본격적인 농사를 계획하고 있다는데요.
[염하룡/매니저 : "사실 저희는 어릴 때 고향이 북한이라서 농사 경험이 조금씩 다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잘하는 걸 발전시켜보자라는 생각으로 농사에 도전하게 됐습니다."]
["(해보시니까 어떠세요?) 어렵습니다."]
아직 초보 농사꾼이지만, 올해는 토마토와 열무, 파, 고추 농사를 지어볼 계획이라는데요.
그룹홈에서 함께 지냈던 동생들도 하우스 정리를 돕기 위해 왔습니다.
조금씩 삶의 기반을 다져나가는 세 청년의 모습은 또 다른 탈북민 동생들에게 큰 힘이 되고 있는데요.
[김호림/대학생 : "제가 서툰 게 있지만 또 형들이 옆에서 도와주고 조언해 주고 하면서 점점 한 층씩 성장해 가는 그런 느낌입니다."]
청년들은 하나 된 한반도에서의 미래를 기약합니다.
[염하룡/매니저 : "철원이 북한과 되게 가까이 있는 곳이거든요. 그래서 만약 통일이 된다고 하면 저희가 제일 먼저 활용할 수 있지 않나 생각하고요. 그렇게 하기 위해서 저희도 한국에서 잘 성장해 낼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북에서 남으로, 그리고 다시 철원으로, 이들의 특별한 여정이 멋진 성공담으로 마무리되기를 응원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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