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어민 강제북송’ 정의용·서훈 징역 10개월 선고유예

입력 2025.02.19 (15:45) 수정 2025.02.19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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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탈북 어민 강제 북송’ 사건과 관련된 고위 인사들이 1심에서 모두 선고유예 판결을 받았습니다. 지난 2023년 2월 기소된 지 약 2년 만입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부장판사 허경무)는 오늘(19일) 국가정보원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정의용 전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전 국가정보원장에게 징역 10개월의 선고를 유예했습니다.

함께 기소된 노영민 전 대통령비서실장과 김연철 전 통일부 장관에게는 각각 징역 6개월의 선고를 유예했습니다.

선고유예는 범죄 정황이 경미한 경우 혐의는 유죄로 인정하지만, 일정 기간 형의 선고를 유예해 실제 처벌에 이르지 않도록 하는 처분입니다. 2년이 지나면 형 선고의 효력을 잃은 것으로 간주합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신속성만 지나치게 강조한 나머지 (북한 어민들이) 나포된 시점으로부터 이틀 만에 북송을 결정하고 닷새 만에 실제로 북송했다"며 "단시간 내에 아무런 절차도 없이 추방에 가까운 송환을 했다"고 지적했습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고려한 결정이었단 주장에 대해서는 " 흉악범이면 재판 없이도 국가 권력에 의해 기본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결론으로 이어지는 아주 위험한 발상"이라고 말했습니다.

다만 북송 결정의 배경에 대해 "(북한 어민들의 저지른) 범죄의 흉악성, 잔악성, 그로 인한 비난 여론 등을 어느 정도 참작할 사정이 있다고 판단된다"며 "선원들이 잔인하게 살해됐을 이유를 재판부로서는 납득하기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남북 분단 이후 형성된 대결 의식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태에서 대부분의 제도가 구축돼, 유사한 사안에 적용할 법률 지침이 전혀 마련돼 있지 않다"며 "제도 개선 없이 그 일을 담당한 사람만을 처벌하는 게 옳은 것인가라는 의문이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정 전 실장은 선고 이후 기자들과 만나 "당시 국가 안보와 국민들의 생명과 신체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서 불가피하게 송환하기로 결정했다"며 "선고 유예 판결은 현명한 합리적인 판단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검찰은 "‘뉘우치는 정상이 뚜렷할 때’ 선고를 유예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음에도 범행을 일체 부인하는 피고인들에 대해 형의 선고를 유예한 것이어서 수긍하기 어렵다"며 "항소해 죄에 상응하는 형이 선고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정 전 실장 등은 2019년 11월 동료 선원 16명을 살해한 것으로 지목된 탈북 어민 2명이 귀순 의사를 밝혔는데도 강제로 북한에 돌려보내도록 관계 기관 공무원들에게 의무 없는 일을 시킨 혐의를 받습니다.

정부는 이들이 살인 등 중대한 비정치적 범죄를 저질러 보호 대상이 아니라며 나포 닷새 만에 북송했는데, 윤석열 정부 들어 '강제 북송' 경위 등을 놓고 다시 논란이 일면서 검찰이 수사에 착수해 기소했습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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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북한 어민 강제북송’ 정의용·서훈 징역 10개월 선고유예
    • 입력 2025-02-19 15:45:31
    • 수정2025-02-19 20:11:37
    사회
이른바 ‘탈북 어민 강제 북송’ 사건과 관련된 고위 인사들이 1심에서 모두 선고유예 판결을 받았습니다. 지난 2023년 2월 기소된 지 약 2년 만입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부장판사 허경무)는 오늘(19일) 국가정보원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정의용 전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전 국가정보원장에게 징역 10개월의 선고를 유예했습니다.

함께 기소된 노영민 전 대통령비서실장과 김연철 전 통일부 장관에게는 각각 징역 6개월의 선고를 유예했습니다.

선고유예는 범죄 정황이 경미한 경우 혐의는 유죄로 인정하지만, 일정 기간 형의 선고를 유예해 실제 처벌에 이르지 않도록 하는 처분입니다. 2년이 지나면 형 선고의 효력을 잃은 것으로 간주합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신속성만 지나치게 강조한 나머지 (북한 어민들이) 나포된 시점으로부터 이틀 만에 북송을 결정하고 닷새 만에 실제로 북송했다"며 "단시간 내에 아무런 절차도 없이 추방에 가까운 송환을 했다"고 지적했습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고려한 결정이었단 주장에 대해서는 " 흉악범이면 재판 없이도 국가 권력에 의해 기본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결론으로 이어지는 아주 위험한 발상"이라고 말했습니다.

다만 북송 결정의 배경에 대해 "(북한 어민들의 저지른) 범죄의 흉악성, 잔악성, 그로 인한 비난 여론 등을 어느 정도 참작할 사정이 있다고 판단된다"며 "선원들이 잔인하게 살해됐을 이유를 재판부로서는 납득하기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남북 분단 이후 형성된 대결 의식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태에서 대부분의 제도가 구축돼, 유사한 사안에 적용할 법률 지침이 전혀 마련돼 있지 않다"며 "제도 개선 없이 그 일을 담당한 사람만을 처벌하는 게 옳은 것인가라는 의문이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정 전 실장은 선고 이후 기자들과 만나 "당시 국가 안보와 국민들의 생명과 신체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서 불가피하게 송환하기로 결정했다"며 "선고 유예 판결은 현명한 합리적인 판단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검찰은 "‘뉘우치는 정상이 뚜렷할 때’ 선고를 유예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음에도 범행을 일체 부인하는 피고인들에 대해 형의 선고를 유예한 것이어서 수긍하기 어렵다"며 "항소해 죄에 상응하는 형이 선고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정 전 실장 등은 2019년 11월 동료 선원 16명을 살해한 것으로 지목된 탈북 어민 2명이 귀순 의사를 밝혔는데도 강제로 북한에 돌려보내도록 관계 기관 공무원들에게 의무 없는 일을 시킨 혐의를 받습니다.

정부는 이들이 살인 등 중대한 비정치적 범죄를 저질러 보호 대상이 아니라며 나포 닷새 만에 북송했는데, 윤석열 정부 들어 '강제 북송' 경위 등을 놓고 다시 논란이 일면서 검찰이 수사에 착수해 기소했습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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