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지선정 소홀부터 허위 보고까지’…감사원 “잼버리 추진 주체 역량 부족”

입력 2025.04.10 (14:00) 수정 2025.04.10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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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3년 8월 열린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대회가 악천후와 준비 부족 논란 등으로 조기 종료된 것과 관련해, 감사원이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추진실태'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감사원은 조직위원회와 여성가족부·전북특별자치도(전북도) 등 추진 주체의 역량이 전반적으로 부족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조직위 사무총장에 전문성이 부족한 여가부 퇴직 공무원이 선임되고, 국제행사 경험이 있는 직원 비율이 6.3%(159명 중 10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4만 2천여 명이 참석하는 대규모 국제행사를 성공적으로 개최하기엔 역량이 부족했다는 겁니다.

감사원 관계자는 "사무총장의 경우 국제행사 개최 경험이나 스카우트와 관련한 이해도가 있어야 한다고 판단했지만, 총장은 둘다 만족하지 못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외부 채용을 하려고 했지만 인건비 늦게 투입되는 등 문제가 있어 민간 채용도 실패해 파견 공무원을 충원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는데 이들 역시 행사나 스카우트 경험에 대한 이해도가 없는 사람들로 구성됐다고 덧붙였습니다.

여기에 물자 준비·시설 설치·부지 선정 등 행사 준비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까지 미흡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 맨눈으로 검토 후 선정…"개최일까지 야영장 조성 어려운 곳"

감사원은 전북도가 부적합한 곳을 부지로 선정했다고 지적했습니다.

감사원에 따르면 전북도는 2015년 8월, 세계 잼버리 유치를 위해 새만금 지구 내 '관광·레저용지 1지구(잼버리부지)'를 후보지로 결정했습니다.

해당 부지는 비가 올 경우 침수가 발생해 행사를 위해선 매립이 필요했습니다. 하지만 2015년 7월, 당시 담당과장과 국장·부지사 등 관계자들은 부지 매립 필요성 등의 검토 없이 현장을 육안으로만 둘러본 뒤 후보지로 선정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감사원은 "(관계자들이) 유치 검토 사항을 보고하면서, 군산시 희망 부지는 농업 용지로 사후 활용도가 떨어져 경쟁력이 없고, 국내 후보지 선정에 유리하기 위해선 개최 후 기념물이나 상징물이 남길 필요가 있다고 보고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후 이들은 관광·레저 용지 1지구 현장에 나섰는데, 눈으로만 본 뒤 적합 판정을 내려 후보지로 선정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야영장 마련을 위한 충분한 시간도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당초 한국연맹은 2011년 잼버리 개최지를 공모하며 2021년까지 배수시설 완비 등 5만 명 수용이 가능한 기반 공사 마련 등 개최 후보지를 요건으로 제시했고, 이에 전북도는 세계연맹에 개최계획서 등에 개발 완료 시기를 2019년으로 명시했습니다.

선정된 지구를 야영장에 적합한 장소를 만들기 위해선 매립 등 공정이 필요했지만, △적합한 부지 여부 △부지 매립·조성 여부 △기한 내 완성 시점 등을 검토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감사원은 선정된 부지의 유치 확정 후 평균 2.5m 높이로 매립됐지만, 약 55개의 상습 침수 구역이 발생했고 2~3일이 지났음에도 물 고임 현상이 지속되는 등 부적합한 장소라고 지적했습니다.

또, 부지 매립·조성에 드는 공사 기간을 산출한 결과, 총 77개월(약 6.4년) 가량이 소요돼 2018년 1월부터 준비 시작하더라도 2024년 6월에야 준공이 가능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감사원은 프레잼버리가 예정된 2022년은 물론, 이듬해 8월 세계 잼버리 개최일까지도 배수가 잘되는 야영장으로 조성하기 어려운 부지였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습니다.

■ 조직위·여성가족부의 허위 보고…"대책 마련 기회 잃어"

잼버리 참여 주체들의 허위·거짓 보고도 드러났습니다.

조직위원회 본부장 A 씨 등은 2023년 7월 8일, 화장실·샤워장 배관 이음 작업 공사업체로부터 7월 22일까지 '공사가 완료되기 어렵다'는 의견을 들었습니다.

그럼에도 조직위는 국정현안회의에 상정할 세계 잼버리 준비 상황을 보고하며 "설치 완료와 배치 완료는 다르다", "7월 20일 완료(공정률 60%)"로 작성해 보고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당시 최창행 조직위 사무총장과 A 씨 등은 7월 24일, 여가부 장관의 현장점검 동행 중에도, 장관에게 상세한 준비 상황을 보고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해 화장실과 샤워장 설치가 완료됐다는 취지로 사실과 다르게 보고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여가부 역시 국무회의에 잘못된 정보를 보고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현장점검이 종료된 후 여가부는 조직위로부터 2023년 7월 24일 저녁, 화장실 등 숙영 시설 완료가 7월 26일로 늦춰진다는 보고를 받았습니다. 여가부 역시 국무회의 보고 시점인 7월 25일에는 시설 설치가 완료될 수 없다는 사실을 파악했습니다.

그러나 김현숙 당시 여가부 장관은 조직위의 준비 상황을 최종적으로 확인하지 않고 세계 잼버리 관련 시설의 설치가 완료됐다고 국무회의에 보고한 것으로 드러났고, 감사원은 "정부 차원의 보완 대책 마련 기회를 잃었다"고 설명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여가부는 7월 20일 조직위로부터 숙영 시설 설치와 전력·통신 설치가 완료되지 못한다는 보고를 받았음에도, 같은 달 24일 모든 준비가 완료됐다는 보도자료를 김 전 장관의 검토를 거쳐 배포했습니다.

감사원 관계자는 "김 전 장관이 7월 24일 해당 사실을 확인하지 못했으며, 이튿날 밤 응급실에 입원 중 24일과 25일 자료를 확인해 그때 지연된 사실을 안 것으로 진술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김 전 장관은 이후 7월 28일 조직위에 지원이 필요한지 물었지만 최 전 사무총장이 '지연은 있지만 문제는 없다'고 답해 문제가 없을거라 판단했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덧붙였습니다.

하지만 김 전 장관은 뒤늦게 준비 미흡 사실을 인지 한 후 정부 내 다른 부처나 총리, 대통령 등에게 이 사실을 추가로 보고한 사실은 없는 걸로 파악됐습니다.

■ 특정 업체와 계약 등 위법사항도 적발

감사원은 또 특정 업체만 입찰에 참여하게 하는 등의 문제도 발견했습니다.

감사원은 조직위가 입찰에 참여하기 위해선 자격과 기준을 먼저 명시하지 않고 참가 의향서를 먼저 받았다고 설명했습니다.

조직위는 참가의향서를 제출한 6곳을 먼저 확인한 뒤 업체에 임차 용역 제안요청서를 배포했습니다.

조직위는 '최근 5년 이내 국제행사에 70억 원 이상 수주한 업체'라는 기준을 뒤늦게 제시했는데, 해당 기준을 충족하는 업체는 단 1곳에 불과했습니다.

해당 업체는 전기공사업법 상 전기공사업 미등록 업체라 참가 자격을 갖추지 못했지만, A 씨 등이 이를 확인하지 않고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2023년 5월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또, 당초 해당 업체는 화장실·샤워장 청소 과업을 포함한 모든 과업을 수행하는데 103억 원을 제안했지만, 협상 과정에서 10억 원 상당의 추가 비용을 요구했습니다.

A 씨 등은 감액 없이 청소 업무를 면제하는 결정을 내렸는데, 그럼에도 청소 인력 배치 대책을 마련하지 않아 행사 초기에 심각한 위생 문제를 초래했다고 감사원은 말했습니다.

감사원은 국무회의에 사실과 다른 내용을 보고하는 등의 위법·부당행위가 확인된 12명에 대해서는 징계 요구 또는 인사자료를 통보했습니다. 아울러 입찰방해 등의 범죄 혐의가 확인된 6명에 대해서는 검찰에 수사 요청 등을 요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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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4-10 14:00:05
    • 수정2025-04-10 14:02:02
    정치
지난 2023년 8월 열린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대회가 악천후와 준비 부족 논란 등으로 조기 종료된 것과 관련해, 감사원이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추진실태'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감사원은 조직위원회와 여성가족부·전북특별자치도(전북도) 등 추진 주체의 역량이 전반적으로 부족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조직위 사무총장에 전문성이 부족한 여가부 퇴직 공무원이 선임되고, 국제행사 경험이 있는 직원 비율이 6.3%(159명 중 10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4만 2천여 명이 참석하는 대규모 국제행사를 성공적으로 개최하기엔 역량이 부족했다는 겁니다.

감사원 관계자는 "사무총장의 경우 국제행사 개최 경험이나 스카우트와 관련한 이해도가 있어야 한다고 판단했지만, 총장은 둘다 만족하지 못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외부 채용을 하려고 했지만 인건비 늦게 투입되는 등 문제가 있어 민간 채용도 실패해 파견 공무원을 충원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는데 이들 역시 행사나 스카우트 경험에 대한 이해도가 없는 사람들로 구성됐다고 덧붙였습니다.

여기에 물자 준비·시설 설치·부지 선정 등 행사 준비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까지 미흡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 맨눈으로 검토 후 선정…"개최일까지 야영장 조성 어려운 곳"

감사원은 전북도가 부적합한 곳을 부지로 선정했다고 지적했습니다.

감사원에 따르면 전북도는 2015년 8월, 세계 잼버리 유치를 위해 새만금 지구 내 '관광·레저용지 1지구(잼버리부지)'를 후보지로 결정했습니다.

해당 부지는 비가 올 경우 침수가 발생해 행사를 위해선 매립이 필요했습니다. 하지만 2015년 7월, 당시 담당과장과 국장·부지사 등 관계자들은 부지 매립 필요성 등의 검토 없이 현장을 육안으로만 둘러본 뒤 후보지로 선정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감사원은 "(관계자들이) 유치 검토 사항을 보고하면서, 군산시 희망 부지는 농업 용지로 사후 활용도가 떨어져 경쟁력이 없고, 국내 후보지 선정에 유리하기 위해선 개최 후 기념물이나 상징물이 남길 필요가 있다고 보고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후 이들은 관광·레저 용지 1지구 현장에 나섰는데, 눈으로만 본 뒤 적합 판정을 내려 후보지로 선정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야영장 마련을 위한 충분한 시간도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당초 한국연맹은 2011년 잼버리 개최지를 공모하며 2021년까지 배수시설 완비 등 5만 명 수용이 가능한 기반 공사 마련 등 개최 후보지를 요건으로 제시했고, 이에 전북도는 세계연맹에 개최계획서 등에 개발 완료 시기를 2019년으로 명시했습니다.

선정된 지구를 야영장에 적합한 장소를 만들기 위해선 매립 등 공정이 필요했지만, △적합한 부지 여부 △부지 매립·조성 여부 △기한 내 완성 시점 등을 검토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감사원은 선정된 부지의 유치 확정 후 평균 2.5m 높이로 매립됐지만, 약 55개의 상습 침수 구역이 발생했고 2~3일이 지났음에도 물 고임 현상이 지속되는 등 부적합한 장소라고 지적했습니다.

또, 부지 매립·조성에 드는 공사 기간을 산출한 결과, 총 77개월(약 6.4년) 가량이 소요돼 2018년 1월부터 준비 시작하더라도 2024년 6월에야 준공이 가능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감사원은 프레잼버리가 예정된 2022년은 물론, 이듬해 8월 세계 잼버리 개최일까지도 배수가 잘되는 야영장으로 조성하기 어려운 부지였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습니다.

■ 조직위·여성가족부의 허위 보고…"대책 마련 기회 잃어"

잼버리 참여 주체들의 허위·거짓 보고도 드러났습니다.

조직위원회 본부장 A 씨 등은 2023년 7월 8일, 화장실·샤워장 배관 이음 작업 공사업체로부터 7월 22일까지 '공사가 완료되기 어렵다'는 의견을 들었습니다.

그럼에도 조직위는 국정현안회의에 상정할 세계 잼버리 준비 상황을 보고하며 "설치 완료와 배치 완료는 다르다", "7월 20일 완료(공정률 60%)"로 작성해 보고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당시 최창행 조직위 사무총장과 A 씨 등은 7월 24일, 여가부 장관의 현장점검 동행 중에도, 장관에게 상세한 준비 상황을 보고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해 화장실과 샤워장 설치가 완료됐다는 취지로 사실과 다르게 보고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여가부 역시 국무회의에 잘못된 정보를 보고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현장점검이 종료된 후 여가부는 조직위로부터 2023년 7월 24일 저녁, 화장실 등 숙영 시설 완료가 7월 26일로 늦춰진다는 보고를 받았습니다. 여가부 역시 국무회의 보고 시점인 7월 25일에는 시설 설치가 완료될 수 없다는 사실을 파악했습니다.

그러나 김현숙 당시 여가부 장관은 조직위의 준비 상황을 최종적으로 확인하지 않고 세계 잼버리 관련 시설의 설치가 완료됐다고 국무회의에 보고한 것으로 드러났고, 감사원은 "정부 차원의 보완 대책 마련 기회를 잃었다"고 설명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여가부는 7월 20일 조직위로부터 숙영 시설 설치와 전력·통신 설치가 완료되지 못한다는 보고를 받았음에도, 같은 달 24일 모든 준비가 완료됐다는 보도자료를 김 전 장관의 검토를 거쳐 배포했습니다.

감사원 관계자는 "김 전 장관이 7월 24일 해당 사실을 확인하지 못했으며, 이튿날 밤 응급실에 입원 중 24일과 25일 자료를 확인해 그때 지연된 사실을 안 것으로 진술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김 전 장관은 이후 7월 28일 조직위에 지원이 필요한지 물었지만 최 전 사무총장이 '지연은 있지만 문제는 없다'고 답해 문제가 없을거라 판단했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덧붙였습니다.

하지만 김 전 장관은 뒤늦게 준비 미흡 사실을 인지 한 후 정부 내 다른 부처나 총리, 대통령 등에게 이 사실을 추가로 보고한 사실은 없는 걸로 파악됐습니다.

■ 특정 업체와 계약 등 위법사항도 적발

감사원은 또 특정 업체만 입찰에 참여하게 하는 등의 문제도 발견했습니다.

감사원은 조직위가 입찰에 참여하기 위해선 자격과 기준을 먼저 명시하지 않고 참가 의향서를 먼저 받았다고 설명했습니다.

조직위는 참가의향서를 제출한 6곳을 먼저 확인한 뒤 업체에 임차 용역 제안요청서를 배포했습니다.

조직위는 '최근 5년 이내 국제행사에 70억 원 이상 수주한 업체'라는 기준을 뒤늦게 제시했는데, 해당 기준을 충족하는 업체는 단 1곳에 불과했습니다.

해당 업체는 전기공사업법 상 전기공사업 미등록 업체라 참가 자격을 갖추지 못했지만, A 씨 등이 이를 확인하지 않고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2023년 5월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또, 당초 해당 업체는 화장실·샤워장 청소 과업을 포함한 모든 과업을 수행하는데 103억 원을 제안했지만, 협상 과정에서 10억 원 상당의 추가 비용을 요구했습니다.

A 씨 등은 감액 없이 청소 업무를 면제하는 결정을 내렸는데, 그럼에도 청소 인력 배치 대책을 마련하지 않아 행사 초기에 심각한 위생 문제를 초래했다고 감사원은 말했습니다.

감사원은 국무회의에 사실과 다른 내용을 보고하는 등의 위법·부당행위가 확인된 12명에 대해서는 징계 요구 또는 인사자료를 통보했습니다. 아울러 입찰방해 등의 범죄 혐의가 확인된 6명에 대해서는 검찰에 수사 요청 등을 요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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