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이슈] “사는 게 죽음입니다”…끝없는 고통 속 가자의 절규

입력 2025.06.18 (15:26) 수정 2025.06.18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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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스라엘과 이란의 충돌 격화에, 상대적으로 잊히고 있는 곳이 있죠.

바로 가자지구인데요.

굶주림과 고통에 시달리고 있는 이곳의 처참한 실태를 월드 이슈에서 이랑 기자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공습을 시작한 지도 1년 8개월 정도 흘렀잖아요.

현재 상황은 어떻습니까?

[기자]

어찌 보면 공습 초기보다 상황이 더 악화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생명을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식량과 물, 의약품, 연료까지 모두 바닥을 보이고 있기 때문인데요.

더 참혹한 건 굶주림을 참지 못해 구호품을 받으러 왔던 주민들이 이스라엘 군의 총격에 맞아 숨지는 일이 거의 매일 벌어지고 있다는 겁니다.

현지 시각 16일 남부 도시 라파흐 등의 가자인도주의재단 GHF 배급소에서 총격이 발생해, 최소 37명이 숨졌는데요.

충격적인 건 주민들의 목격담입니다.

이들은 이날 새벽 4시쯤 식량 배급소를 찾은 자신들을 향해 이스라엘군이 공격을 시작했다고 말했습니다.

[목격자/총격 희생자 친척 : "구호물자를 받으러 가던 중, 드론 한 대가 우리를 향해 사격을 시작했습니다. 우리는 도망치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그가(숨진 친척) 총에 맞았습니다."]

국제적십자위원회가 밝힌 부상자는 더 많은데요.

전날에는 170여 명이 총에 맞아 왔는데, 이날은 임시 병원에 200명 넘는 환자가 왔다고 전했습니다.

바로 다음 날, 남부 도시 칸유니스에서도 구호품을 실은 트럭 주변에 주민들이 몰려있다가 최소 51명이 숨졌습니다.

이번에도 목격자들은 이스라엘군이 군중을 향해 발포했다고 증언했습니다.

[앵커]

배급소에 식량을 받겠다고 오는 사람들을 상대로 총을 겨눈다는 게 납득이 되질 않는데요.

대체 무슨 상황인 거죠?

[기자]

네, 말도 안 되는 이 상황 뒤에는 여러 복잡한 배경이 얽혀 있습니다.

배급소를 제대로 운영하지 못하는 것도 문제이고요.

이스라엘군의 무차별적인 총격이라는 더 큰 문제도 있는데요.

식량 배급소를 운영하는 GHF는 미국과 이스라엘이, 가자 구호물자 배급 창구를 일원화하겠다면서 올해 2월 설립한 곳입니다.

그런데 이스라엘군과 GHF가 배급 장소로 가는 경로를 주민들에게 제대로 알려주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더군다나 GHF는 배급소를 유엔 기관이 운영하던 시절보다 대폭 줄였습니다.

결국 수천 명이 굶주림을 참다못해 위험 지역을 통해 밤새 걸어와 배급소에 줄을 서고 있는데요.

이스라엘군은 하마스 대원인지, 주민들인지 알 길이 없는 상황에서 무차별적으로 총격을 가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이스라엘군은 질서 유지를 위해 경고 사격은 했다, 하지만 주민을 향해 직접 발포하지는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반면 가자지구 보건부는 GHF가 구호품 배급을 시작한 지 한 달도 안 됐는데, 최소 300명이 숨지고 2,600명 이상이 다쳤다고 밝혔습니다.

주민들은 굶주리는 것도 모자라 이제는 내가 살기 위해 피 흘리는 친구와 가족을 버리고 와야 하는 극한의 고통 속에 놓여 있습니다.

[알라 사쿼/팔레스타인 실향민 : "당신 옆에 사람이 죽었는데 그 사람을 옮길 수가 없습니다. 그를 손으로 옮기려 한다면, 자식들에게는 빈손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사는 게 죽음입니다."]

[앵커]

상황이 이토록 비극적인데, 현재 전 세계의 이목은 이란과 이스라엘에 쏠렸잖아요.

가자지구에 대한 지원이 쉽지 않을 것 같은데, 어떻습니까?

[기자]

가자 자치구 주민들이 가장 우려하는 것도 국제사회 관심이 멀어지는 겁니다.

관심이 멀어지면 자연스럽게 식량, 약품 등을 지원받기가 더 어려워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인데요.

이미 식량을 구하기 힘든 현지에서는 밀가루 25㎏ 한 포대 가격이 350달러, 우리 돈 48만 원에 달하고 있습니다.

특히 배급소에 갔다가 총에 맞아 다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데, 이들을 치료할 약품은 크게 부족한 상황인데요.

여기에 연료마저 바닥을 보이면서 의료시설도 '셧다운' 직전에 놓였습니다.

여러 구호단체는 제발 가자지구를 잊지 말아 달라고 호소하고 있습니다.

[크리스토퍼 록이어/국경없는의사회 사무총장 : "우리는 그 결과(이스라엘·이란 충돌)로 가자지구와 서안지구에서 매일 같이 벌어지는 끔찍한 일들에 대한 관심이 사라질까 봐 우려하고 있습니다."]

[앵커]

비극을 여기서라도 멈추려면, 하루빨리 전쟁을 끝내는 방법뿐일 텐데요.

휴전 협상은 어떻게 돼가고 있습니까?

[기자]

이스라엘이 이란 공습을 시작하기 전까지는 가자지구 몇 차례 일시적 휴전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현재는 이스라엘이 이란 문제 해결을 우선하느라 영구적인 휴전 협상을 뒷순위로 미뤄둘 가능성이 거론됩니다.

이스라엘은 하마스를 해체해야만 가자지구 전쟁을 끝내겠다는 입장이고요.

반면 하마스는 항복은 없다며 버티고 있습니다.

양측의 의견 차이를 좁히고 휴전 협상을 타결하려면 국제사회의 중재가 필수적인데, 국제 사회도 관심이 이스라엘과 이란의 무력 충돌에 쏠려 있습니다.

유엔에서 열릴 예정이던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두 국가 해법'과 관련한 국제회의는, 이란과 이스라엘의 무력 충돌 이후 기약도 없이 연기됐습니다.

영상편집:이은빈 추예빈/자료조사:이장미/그래픽제작:김석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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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6-18 15:26:24
    • 수정2025-06-18 16: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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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스라엘과 이란의 충돌 격화에, 상대적으로 잊히고 있는 곳이 있죠.

바로 가자지구인데요.

굶주림과 고통에 시달리고 있는 이곳의 처참한 실태를 월드 이슈에서 이랑 기자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공습을 시작한 지도 1년 8개월 정도 흘렀잖아요.

현재 상황은 어떻습니까?

[기자]

어찌 보면 공습 초기보다 상황이 더 악화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생명을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식량과 물, 의약품, 연료까지 모두 바닥을 보이고 있기 때문인데요.

더 참혹한 건 굶주림을 참지 못해 구호품을 받으러 왔던 주민들이 이스라엘 군의 총격에 맞아 숨지는 일이 거의 매일 벌어지고 있다는 겁니다.

현지 시각 16일 남부 도시 라파흐 등의 가자인도주의재단 GHF 배급소에서 총격이 발생해, 최소 37명이 숨졌는데요.

충격적인 건 주민들의 목격담입니다.

이들은 이날 새벽 4시쯤 식량 배급소를 찾은 자신들을 향해 이스라엘군이 공격을 시작했다고 말했습니다.

[목격자/총격 희생자 친척 : "구호물자를 받으러 가던 중, 드론 한 대가 우리를 향해 사격을 시작했습니다. 우리는 도망치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그가(숨진 친척) 총에 맞았습니다."]

국제적십자위원회가 밝힌 부상자는 더 많은데요.

전날에는 170여 명이 총에 맞아 왔는데, 이날은 임시 병원에 200명 넘는 환자가 왔다고 전했습니다.

바로 다음 날, 남부 도시 칸유니스에서도 구호품을 실은 트럭 주변에 주민들이 몰려있다가 최소 51명이 숨졌습니다.

이번에도 목격자들은 이스라엘군이 군중을 향해 발포했다고 증언했습니다.

[앵커]

배급소에 식량을 받겠다고 오는 사람들을 상대로 총을 겨눈다는 게 납득이 되질 않는데요.

대체 무슨 상황인 거죠?

[기자]

네, 말도 안 되는 이 상황 뒤에는 여러 복잡한 배경이 얽혀 있습니다.

배급소를 제대로 운영하지 못하는 것도 문제이고요.

이스라엘군의 무차별적인 총격이라는 더 큰 문제도 있는데요.

식량 배급소를 운영하는 GHF는 미국과 이스라엘이, 가자 구호물자 배급 창구를 일원화하겠다면서 올해 2월 설립한 곳입니다.

그런데 이스라엘군과 GHF가 배급 장소로 가는 경로를 주민들에게 제대로 알려주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더군다나 GHF는 배급소를 유엔 기관이 운영하던 시절보다 대폭 줄였습니다.

결국 수천 명이 굶주림을 참다못해 위험 지역을 통해 밤새 걸어와 배급소에 줄을 서고 있는데요.

이스라엘군은 하마스 대원인지, 주민들인지 알 길이 없는 상황에서 무차별적으로 총격을 가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이스라엘군은 질서 유지를 위해 경고 사격은 했다, 하지만 주민을 향해 직접 발포하지는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반면 가자지구 보건부는 GHF가 구호품 배급을 시작한 지 한 달도 안 됐는데, 최소 300명이 숨지고 2,600명 이상이 다쳤다고 밝혔습니다.

주민들은 굶주리는 것도 모자라 이제는 내가 살기 위해 피 흘리는 친구와 가족을 버리고 와야 하는 극한의 고통 속에 놓여 있습니다.

[알라 사쿼/팔레스타인 실향민 : "당신 옆에 사람이 죽었는데 그 사람을 옮길 수가 없습니다. 그를 손으로 옮기려 한다면, 자식들에게는 빈손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사는 게 죽음입니다."]

[앵커]

상황이 이토록 비극적인데, 현재 전 세계의 이목은 이란과 이스라엘에 쏠렸잖아요.

가자지구에 대한 지원이 쉽지 않을 것 같은데, 어떻습니까?

[기자]

가자 자치구 주민들이 가장 우려하는 것도 국제사회 관심이 멀어지는 겁니다.

관심이 멀어지면 자연스럽게 식량, 약품 등을 지원받기가 더 어려워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인데요.

이미 식량을 구하기 힘든 현지에서는 밀가루 25㎏ 한 포대 가격이 350달러, 우리 돈 48만 원에 달하고 있습니다.

특히 배급소에 갔다가 총에 맞아 다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데, 이들을 치료할 약품은 크게 부족한 상황인데요.

여기에 연료마저 바닥을 보이면서 의료시설도 '셧다운' 직전에 놓였습니다.

여러 구호단체는 제발 가자지구를 잊지 말아 달라고 호소하고 있습니다.

[크리스토퍼 록이어/국경없는의사회 사무총장 : "우리는 그 결과(이스라엘·이란 충돌)로 가자지구와 서안지구에서 매일 같이 벌어지는 끔찍한 일들에 대한 관심이 사라질까 봐 우려하고 있습니다."]

[앵커]

비극을 여기서라도 멈추려면, 하루빨리 전쟁을 끝내는 방법뿐일 텐데요.

휴전 협상은 어떻게 돼가고 있습니까?

[기자]

이스라엘이 이란 공습을 시작하기 전까지는 가자지구 몇 차례 일시적 휴전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현재는 이스라엘이 이란 문제 해결을 우선하느라 영구적인 휴전 협상을 뒷순위로 미뤄둘 가능성이 거론됩니다.

이스라엘은 하마스를 해체해야만 가자지구 전쟁을 끝내겠다는 입장이고요.

반면 하마스는 항복은 없다며 버티고 있습니다.

양측의 의견 차이를 좁히고 휴전 협상을 타결하려면 국제사회의 중재가 필수적인데, 국제 사회도 관심이 이스라엘과 이란의 무력 충돌에 쏠려 있습니다.

유엔에서 열릴 예정이던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두 국가 해법'과 관련한 국제회의는, 이란과 이스라엘의 무력 충돌 이후 기약도 없이 연기됐습니다.

영상편집:이은빈 추예빈/자료조사:이장미/그래픽제작:김석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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