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세영의 시대, 더 오래갈 수 있는 이유?

입력 2025.06.18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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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재미있게 (배드민턴을) 하고 싶었는데 또 욕심이 계속 나긴 하네요. 앞으로도 좀 지지 않는 선수가 확실히 되고 싶고요. 또 많은 선수들에게 조금 두려운 존재가 되고 싶습니다."

올 시즌 수없이 이겼던 경기들보다 싱가포르오픈에서의 1패가 더 기억에 남는다는 안세영이 하반기 국제대회를 앞두고 승부욕을 불태우고 있다.

지금의 페이스대로라면 올 시즌 슈퍼 1000 대회 석권은 물론, 한 시즌 최다승 기록도 갈아치울 수 있을 거로 보인다. 그야말로 적수가 없어 보이는 상황에서, 앞으로 '안세영 시대'가 더 공고해질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①'셔틀콕 전설' 박주봉 감독과의 만남…공격형 선수로 발전?


첫 번째는 바로 '한국 배드민턴의 전설' 박주봉 감독과의 만남이다. 이를 통해 그동안 '수비형 선수'로 알려져 있던 안세영이 초반 스피드와 공격력까지 살리면서 공수 양면에서 더욱 완벽해질 수 있다는 평가다.

박주봉 감독은 "원래 안세영은 '슬로우 스타터'였다. 그동안에는 조절하다가 막판에 힘을 발휘했는데, 이제는 그런 세영이를 알고 천위페이를 비롯한 다른 중국 선수들도 먼저 승부를 빠르게 거는 것 같다"고 분석하면서 이를 위한 대비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박주봉 감독은 팔꿈치를 이용한 짧은 스윙으로 빠르게 공격하는 기술을 단련하면 안세영의 주무기가 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박 감독은 "그러기 위해서 악력을 좀 더 키워야 한다"며 "수시로 악력기를 옆에 두고 운동하라고도 말했다"고 전했다.

안세영 역시 "전에는 수비형 선수를 추구했지만, 이제는 수비로만 살아남을 수는 없겠더라"라고 털어놨다. 이를 위해 최근에는 정확한 스트로크와 찬스 상황에서 확실히 끝내는 훈련에 매진하고 있고, 스매시 스피드도 더욱 끌어올리고 있다.

이미 최정상의 기량을 유지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도, 안세영은 자신의 오랜 천적이었던 "중국의 천위페이 수준으로 공격력을 끌어올리고 싶다"는 포부와 함께 영상 분석으로 자신의 플레이를 확인하며 한 단계씩 더 발전하고 있다.

■②어수선한 상황 딛고 안정화된 배드민턴협회와 대표팀


여기에 지난해 파리 올림픽에서 협회를 향했던 안세영의 작심 발언 이후 어수선했던 분위기가 나름 빠른 시일 내에 안정을 찾은 것도 긍정적이다. 레전드 선수 출신 협회장과 감독이 지휘봉을 잡으면서 선수들이 비로소 운동 자체에만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진 것이다.

특히 협회가 예산 규모 축소를 감수하고서라도 선수들의 개인 후원 계약을 허용해 준 게 컸다. 해당 발언을 직접 했던 안세영은 우선 개인 후원 계약을 계속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안세영 역시 "(개인 후원 계약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며 "앞으로도 많은 선수들이 잘하면 더 좋은 환경에서 후원을 받을 수 있어 큰 동기부여도 될 거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숱한 논란을 낳았던 김택규 전 회장이 선거 과정과 결과에 불복해 김동문 회장을 상대로 낸 직무 정지 가처분도 최근 법원에서 기각되면서, 협회의 리더십을 흔들 수 있는 외부 변수까지 사라졌다. 비로소 협회가 키를 잡고 한국 배드민턴 발전을 위해 세워뒀던 로드맵을 순차적으로 실현할 수 있는 시점이 됐다는 뜻이다.

■③든든한 2진이 생기면 안세영도 살아난다…기량 격차 줄이는 게 과제

다만 과제도 있다. 박주봉 감독이 언급한 '국내 선수 간의 기량 격차 축소'다.

현재 세계랭킹 몇백 위, 몇천 위에 그치는 수준의 선수들을 중간 수준 그 이상으로 끌어올려 안세영을 뒷받침할 든든한 2진급 선수들이 생겨야 한다는 것이다.


"당장 직전 대회인 인도네시아오픈을 봐도 최대 라이벌 국가인 중국·일본 선수단과 우리 선수단의 규모 차이가 크다. 특히 우리는 여자단식에 안세영 혼자지만, 중국과 일본에서는 4~5명씩 나오는데 대진상 자기들끼리 붙고 그 다음에 안세영과 붙으려 하면 작전이 들어간다. 안세영과 붙은 뒤 따라오는 전력 분석도 전해진다."

선수단 규모에서 차이가 나면서 안세영이 더욱 심한 견제를 받고, 쉽게 수를 읽힌다는 것. 하지만 슈퍼 1000 수준의 국제대회에 출전하려면 단식 기준 세계랭킹 32위 안에 들어야 하는데, 우리 대표팀엔 현재 안세영이 유일하다. 배드민턴은 팀 스포츠가 아니라 개인 스포츠지만, 안세영은 언제나 1대 4 그 이상으로 외로운 싸움을 하게 되는 것이다.

박 감독은 "현재 에이스들의 기량은 유지하면서, 다른 선수들을 끌어올려야 한다. 다른 선수들의 랭킹이 올라와야 급이 높은 대회를 같이 나갈 수 있는데, 그러면 랭킹을 올리기 위해서 더 낮은 급의 국제대회부터 많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문체부 전략 종목 육성 사업의 일환으로 홍콩에 파견된 우리나라 배드민턴 선수단이 이후 자체적으로 북마리아나 국제 시리즈(International Series) 배드민턴선수권대회에 나가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하지만, 이 과제는 결국 다시 '돈'의 문제와도 연결된다. 개인 후원 계약을 허용한 뒤로 국가대표 공식 후원사인 요넥스의 협회 지원 규모가 줄어든 상황에서, 랭킹이 낮은 선수들의 대회 지원 전부를 협회가 감당하기엔 쉽지 않아서다. 협회가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수익을 낼 수 있는 경로를 찾거나 각 소속팀에서 국제대회를 출전하는 것이 최선이지만, 이는 차차 시간을 두고 해결해야 하는 문제다.

그래도 긍정적이라면 협회도 감독도 이러한 생각을 함께 공유하면서 방법을 찾아나가고 있다는 점이다. 배드민턴계의 순항과 함께 절정의 기량에 오른 안세영의 시대가 언제까지 계속될지 더욱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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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세영의 시대, 더 오래갈 수 있는 이유?
    • 입력 2025-06-18 16:05:11
    스포츠K

"좀 재미있게 (배드민턴을) 하고 싶었는데 또 욕심이 계속 나긴 하네요. 앞으로도 좀 지지 않는 선수가 확실히 되고 싶고요. 또 많은 선수들에게 조금 두려운 존재가 되고 싶습니다."

올 시즌 수없이 이겼던 경기들보다 싱가포르오픈에서의 1패가 더 기억에 남는다는 안세영이 하반기 국제대회를 앞두고 승부욕을 불태우고 있다.

지금의 페이스대로라면 올 시즌 슈퍼 1000 대회 석권은 물론, 한 시즌 최다승 기록도 갈아치울 수 있을 거로 보인다. 그야말로 적수가 없어 보이는 상황에서, 앞으로 '안세영 시대'가 더 공고해질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①'셔틀콕 전설' 박주봉 감독과의 만남…공격형 선수로 발전?


첫 번째는 바로 '한국 배드민턴의 전설' 박주봉 감독과의 만남이다. 이를 통해 그동안 '수비형 선수'로 알려져 있던 안세영이 초반 스피드와 공격력까지 살리면서 공수 양면에서 더욱 완벽해질 수 있다는 평가다.

박주봉 감독은 "원래 안세영은 '슬로우 스타터'였다. 그동안에는 조절하다가 막판에 힘을 발휘했는데, 이제는 그런 세영이를 알고 천위페이를 비롯한 다른 중국 선수들도 먼저 승부를 빠르게 거는 것 같다"고 분석하면서 이를 위한 대비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박주봉 감독은 팔꿈치를 이용한 짧은 스윙으로 빠르게 공격하는 기술을 단련하면 안세영의 주무기가 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박 감독은 "그러기 위해서 악력을 좀 더 키워야 한다"며 "수시로 악력기를 옆에 두고 운동하라고도 말했다"고 전했다.

안세영 역시 "전에는 수비형 선수를 추구했지만, 이제는 수비로만 살아남을 수는 없겠더라"라고 털어놨다. 이를 위해 최근에는 정확한 스트로크와 찬스 상황에서 확실히 끝내는 훈련에 매진하고 있고, 스매시 스피드도 더욱 끌어올리고 있다.

이미 최정상의 기량을 유지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도, 안세영은 자신의 오랜 천적이었던 "중국의 천위페이 수준으로 공격력을 끌어올리고 싶다"는 포부와 함께 영상 분석으로 자신의 플레이를 확인하며 한 단계씩 더 발전하고 있다.

■②어수선한 상황 딛고 안정화된 배드민턴협회와 대표팀


여기에 지난해 파리 올림픽에서 협회를 향했던 안세영의 작심 발언 이후 어수선했던 분위기가 나름 빠른 시일 내에 안정을 찾은 것도 긍정적이다. 레전드 선수 출신 협회장과 감독이 지휘봉을 잡으면서 선수들이 비로소 운동 자체에만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진 것이다.

특히 협회가 예산 규모 축소를 감수하고서라도 선수들의 개인 후원 계약을 허용해 준 게 컸다. 해당 발언을 직접 했던 안세영은 우선 개인 후원 계약을 계속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안세영 역시 "(개인 후원 계약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며 "앞으로도 많은 선수들이 잘하면 더 좋은 환경에서 후원을 받을 수 있어 큰 동기부여도 될 거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숱한 논란을 낳았던 김택규 전 회장이 선거 과정과 결과에 불복해 김동문 회장을 상대로 낸 직무 정지 가처분도 최근 법원에서 기각되면서, 협회의 리더십을 흔들 수 있는 외부 변수까지 사라졌다. 비로소 협회가 키를 잡고 한국 배드민턴 발전을 위해 세워뒀던 로드맵을 순차적으로 실현할 수 있는 시점이 됐다는 뜻이다.

■③든든한 2진이 생기면 안세영도 살아난다…기량 격차 줄이는 게 과제

다만 과제도 있다. 박주봉 감독이 언급한 '국내 선수 간의 기량 격차 축소'다.

현재 세계랭킹 몇백 위, 몇천 위에 그치는 수준의 선수들을 중간 수준 그 이상으로 끌어올려 안세영을 뒷받침할 든든한 2진급 선수들이 생겨야 한다는 것이다.


"당장 직전 대회인 인도네시아오픈을 봐도 최대 라이벌 국가인 중국·일본 선수단과 우리 선수단의 규모 차이가 크다. 특히 우리는 여자단식에 안세영 혼자지만, 중국과 일본에서는 4~5명씩 나오는데 대진상 자기들끼리 붙고 그 다음에 안세영과 붙으려 하면 작전이 들어간다. 안세영과 붙은 뒤 따라오는 전력 분석도 전해진다."

선수단 규모에서 차이가 나면서 안세영이 더욱 심한 견제를 받고, 쉽게 수를 읽힌다는 것. 하지만 슈퍼 1000 수준의 국제대회에 출전하려면 단식 기준 세계랭킹 32위 안에 들어야 하는데, 우리 대표팀엔 현재 안세영이 유일하다. 배드민턴은 팀 스포츠가 아니라 개인 스포츠지만, 안세영은 언제나 1대 4 그 이상으로 외로운 싸움을 하게 되는 것이다.

박 감독은 "현재 에이스들의 기량은 유지하면서, 다른 선수들을 끌어올려야 한다. 다른 선수들의 랭킹이 올라와야 급이 높은 대회를 같이 나갈 수 있는데, 그러면 랭킹을 올리기 위해서 더 낮은 급의 국제대회부터 많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문체부 전략 종목 육성 사업의 일환으로 홍콩에 파견된 우리나라 배드민턴 선수단이 이후 자체적으로 북마리아나 국제 시리즈(International Series) 배드민턴선수권대회에 나가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하지만, 이 과제는 결국 다시 '돈'의 문제와도 연결된다. 개인 후원 계약을 허용한 뒤로 국가대표 공식 후원사인 요넥스의 협회 지원 규모가 줄어든 상황에서, 랭킹이 낮은 선수들의 대회 지원 전부를 협회가 감당하기엔 쉽지 않아서다. 협회가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수익을 낼 수 있는 경로를 찾거나 각 소속팀에서 국제대회를 출전하는 것이 최선이지만, 이는 차차 시간을 두고 해결해야 하는 문제다.

그래도 긍정적이라면 협회도 감독도 이러한 생각을 함께 공유하면서 방법을 찾아나가고 있다는 점이다. 배드민턴계의 순항과 함께 절정의 기량에 오른 안세영의 시대가 언제까지 계속될지 더욱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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