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자라 쫓아냈다?…“미 추방 이민자 65%는 전과 없어”
입력 2025.07.14 (18:30)
수정 2025.07.14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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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티 놈 미국 국토안보부 장관은 28만 6천 명 이상의 불법 체류 외국인을 체포했다고 지난 12일 밝혔습니다.
놈 장관은 "이들 가운데 70%가 범죄 혐의가 있었거나, 유죄 판결을 받았거나, 현재 기소 중임을 확인했다"며 "우리는 '최악 중의 최악'의 범죄자들을 체포하고 그들을 거리에서 몰아내는 데 매일 압도적으로 집중해 왔다"고 말했습니다.
압수한 총기와 마약을 앞에 두고 기자회견을 연 놈 장관은 지난 2주 동안 플로리다에서 코카인 25kg과 여러 무기가 압수됐다며, "테러 용의자 600명을 체포했고, 갱단원 2,700여 명을 체포해 미국에서 추방했다"고 했습니다.
취임 첫날부터 불법 이민자 추방 공약을 내세운 트럼프 대통령도 "전 세계에서 온 수많은 위험한 범죄자들, 살인자, 강간범, 아동 성범죄자들이 바이든 행정부 하에서 미국에 불법 입국했다”는 등의 주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 정부 데이터 "이민자 다수 범죄 전력 없어"
하지만 정부의 데이터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과는 다른 현실을 보여줍니다.
AP통신은 미 이민세관단속국(ICE)이 구금 중인 이민자 가운데 다수는 범죄 전력이 없다고 보도했습니다.
ICE의 최신 통계에 따르면 6월 29일 기준 ICE에 구금된 사람은 5만 7천861명으로, 이 가운데 4만 1천495명(71.7%)은 범죄 전력이 없는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1만 4천318명은 범죄 혐의로 기소 중이었고, 2만 7천177명은 범죄나 기소 사실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ICE는 각 구금자에게 가장 높은 1등급부터 3등급까지의 위협 수준을 부여하는데, 전국 201개 시설에 구금된 사람들의 84%는 위협 등급조차 받지 않았습니다.
가장 위험한 1등급은 7%, 2등급은 4%, 3등급은 5%에 불과했습니다.
UCLA 법대 이민법·정책센터 공동 소장인 아힐란 아룰라난탐 교수는 "트럼프 행정부는 줄곧 '최악 중의 최악'을 겨냥한다고 주장해 왔지만, 실제로는 폭력적이고 위험한 중범죄자를 겨냥하는 것처럼 이민 단속을 이야기할 뿐이고, 실제로 체포 대상으로 삼는 사람들 대부분은 아무런 범죄 경력이 없는 이들"이라고 지적합니다.
브레넌 센터 법 정책 프로그램 로렌-브룩 아이젠 국장도 "트럼프 대통령은 이민자들이 미국에서 폭력 범죄를 주도하고 있다는 허위 주장으로 자신의 이민 정책을 정당화해 왔지만, 그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연구나 증거는 전혀 없다"고 말했습니다.
케이토 연구소(Cato Institute)가 입수한 비공개 자료에 따르면, 2025 회계연도(2024년 10월 1일~2025년 6월 14일) 시작 이후 ICE 시스템에 접수된 구금 이민자 20만 4천 명 이상의 65%가 범죄 전력이 없었습니다.
유죄 판결을 받은 사람 중 폭력 범죄를 저지른 사람은 6.9%에 불과했고, 53%는 이민, 교통, 기타 등 비폭력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 '구금 시설 열악' 지적에도…"시설 더 늘리겠다"
트럼프 행정부는 플로리다주 습지에 이른바 '악어 앨커트래즈(탈옥이 불가능한 것으로 유명한 샌프란시스코 인근 교도소 명칭)' 구금 시설을 만든 데 이어 위협이 되는 불법 이민자들을 구금할 시설을 더 늘리겠다는 입장입니다.
놈 장관은 이 시설을 모델로 한 구금 시설을 마련하기 위해 5개 주와 협의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미 민주당 의원들은 '악어 앨커트래즈'를 시찰한 뒤 내부 환경이 매우 열악하다며 즉각 폐쇄를 촉구했습니다.
민주당 의원들에 따르면, 수감자들은 32명씩 케이지에 갇혀 생활하며, 내부에는 2층 침대와 세 개의 변기(겸 세면대)만 있어, 변기에서 물을 마시고 양치까지 해야 합니다.
열악한 구금시설에 더해 대대적인 이민자 단속 과정에서 농장 노동자가 숨지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올해 안에 최대 100만 명 추방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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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5-07-14 18:30:00
- 수정2025-07-14 18:30:22

크리스티 놈 미국 국토안보부 장관은 28만 6천 명 이상의 불법 체류 외국인을 체포했다고 지난 12일 밝혔습니다.
놈 장관은 "이들 가운데 70%가 범죄 혐의가 있었거나, 유죄 판결을 받았거나, 현재 기소 중임을 확인했다"며 "우리는 '최악 중의 최악'의 범죄자들을 체포하고 그들을 거리에서 몰아내는 데 매일 압도적으로 집중해 왔다"고 말했습니다.
압수한 총기와 마약을 앞에 두고 기자회견을 연 놈 장관은 지난 2주 동안 플로리다에서 코카인 25kg과 여러 무기가 압수됐다며, "테러 용의자 600명을 체포했고, 갱단원 2,700여 명을 체포해 미국에서 추방했다"고 했습니다.
취임 첫날부터 불법 이민자 추방 공약을 내세운 트럼프 대통령도 "전 세계에서 온 수많은 위험한 범죄자들, 살인자, 강간범, 아동 성범죄자들이 바이든 행정부 하에서 미국에 불법 입국했다”는 등의 주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 정부 데이터 "이민자 다수 범죄 전력 없어"
하지만 정부의 데이터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과는 다른 현실을 보여줍니다.
AP통신은 미 이민세관단속국(ICE)이 구금 중인 이민자 가운데 다수는 범죄 전력이 없다고 보도했습니다.
ICE의 최신 통계에 따르면 6월 29일 기준 ICE에 구금된 사람은 5만 7천861명으로, 이 가운데 4만 1천495명(71.7%)은 범죄 전력이 없는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1만 4천318명은 범죄 혐의로 기소 중이었고, 2만 7천177명은 범죄나 기소 사실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ICE는 각 구금자에게 가장 높은 1등급부터 3등급까지의 위협 수준을 부여하는데, 전국 201개 시설에 구금된 사람들의 84%는 위협 등급조차 받지 않았습니다.
가장 위험한 1등급은 7%, 2등급은 4%, 3등급은 5%에 불과했습니다.
UCLA 법대 이민법·정책센터 공동 소장인 아힐란 아룰라난탐 교수는 "트럼프 행정부는 줄곧 '최악 중의 최악'을 겨냥한다고 주장해 왔지만, 실제로는 폭력적이고 위험한 중범죄자를 겨냥하는 것처럼 이민 단속을 이야기할 뿐이고, 실제로 체포 대상으로 삼는 사람들 대부분은 아무런 범죄 경력이 없는 이들"이라고 지적합니다.
브레넌 센터 법 정책 프로그램 로렌-브룩 아이젠 국장도 "트럼프 대통령은 이민자들이 미국에서 폭력 범죄를 주도하고 있다는 허위 주장으로 자신의 이민 정책을 정당화해 왔지만, 그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연구나 증거는 전혀 없다"고 말했습니다.
케이토 연구소(Cato Institute)가 입수한 비공개 자료에 따르면, 2025 회계연도(2024년 10월 1일~2025년 6월 14일) 시작 이후 ICE 시스템에 접수된 구금 이민자 20만 4천 명 이상의 65%가 범죄 전력이 없었습니다.
유죄 판결을 받은 사람 중 폭력 범죄를 저지른 사람은 6.9%에 불과했고, 53%는 이민, 교통, 기타 등 비폭력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 '구금 시설 열악' 지적에도…"시설 더 늘리겠다"
트럼프 행정부는 플로리다주 습지에 이른바 '악어 앨커트래즈(탈옥이 불가능한 것으로 유명한 샌프란시스코 인근 교도소 명칭)' 구금 시설을 만든 데 이어 위협이 되는 불법 이민자들을 구금할 시설을 더 늘리겠다는 입장입니다.
놈 장관은 이 시설을 모델로 한 구금 시설을 마련하기 위해 5개 주와 협의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미 민주당 의원들은 '악어 앨커트래즈'를 시찰한 뒤 내부 환경이 매우 열악하다며 즉각 폐쇄를 촉구했습니다.
민주당 의원들에 따르면, 수감자들은 32명씩 케이지에 갇혀 생활하며, 내부에는 2층 침대와 세 개의 변기(겸 세면대)만 있어, 변기에서 물을 마시고 양치까지 해야 합니다.
열악한 구금시설에 더해 대대적인 이민자 단속 과정에서 농장 노동자가 숨지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올해 안에 최대 100만 명 추방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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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진아 기자 gina@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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