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이슈] ‘죽은 엡스타인’, 이러다 트럼프 잡겠네?…부메랑 된 음모론

입력 2025.07.29 (15:24) 수정 2025.07.29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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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미 고인이 된 억만장자 제프리 엡스타인이 트럼프 대통령과 미 정가를 벌써 몇 주째 뒤흔들고 있습니다.

월드 이슈 이랑 기자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7년 전 숨진 엡스타인이 왜 갑자기 논란의 중심에 섰는지, 그 이야기부터 해볼까요?

[기자]

네 논란의 발단은 지난 7일 미국 법무부와 FBI가 함께 발표한 두 쪽 자리 메모에서 시작됐습니다.

이 메모에는 두 가지 중요 내용이 적혀 있었는데요.

하나는 2019년 구치소에서 숨진 엡스타인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이라는 것이고요.

또 하나는 그와 교류한 '유력 인사 명단', 이른바 '접대 리스트'가 사실상 없다는 내용입니다.

억만장자 금융인 제프리 엡스타인은 수많은 유력 인사들과 교류하면서 미성년자들을 상습적으로 성 착취한 혐의로 체포됐던 인물입니다.

그런데 재판이 열리기 전, 지난 2019년에 사망하면서 관련 증거들이 공개되지 않았는데요.

모든 게 베일에 싸이면서 그동안 음모론이 끊이질 않았습니다.

엡스타인 인맥 중엔 거물급 인사가 많은데.

이들 이름이 적혀있는 이른바 '접대 명단'이 있다는 것이 제일 대표적인 설입니다.

이 명단 때문에 사실상 엡스타인이 '제거'된 것이고, 법무부와 FBI 등이 이걸 은폐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따라붙는데요.

트럼프 지지자들인 MAGA 진영은, 그동안 접대 명단 등을 공개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해 왔습니다.

이 명단에 민주당 인사들이 대거 들어있다는 소문 때문인데요.

트럼프 대통령 역시 이런 음모론을 은근히 띄우면서, 지난해 대선 때부터 엡스타인 사건 관련 기밀 문건을 공개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여기에 올해 초 팸 본디 법무부 장관까지 나서서 관련 발언을 했는데, 끝내 문건을 공개하지 않은 겁니다.

[앵커]

트럼프 지지자들은 화가 많이 났겠는데요?

그런데 본디 장관은 어떤 관련 발언을 한 거죠?

[기자]

네, 팸 본디 장관은 미 폭스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엡스타인 고객 명단'이 자신의 책상 위에 있다고 언급을 했습니다.

[팸 본디/미국 법무부 장관 : "(법무부에서 제프리 엡스타인 고객 명단을 공개할 수도 있다는데, 정말 공개하나요?) 그것(명단)은 지금 제 책상에 검토를 위해 놓여있습니다."]

'고객 명단' 실물이 마치 자신에게 있는 것처럼 말하잖아요?

그런데 본디 장관이 지휘하는 법무부가 이 말을 180도 뒤집고 사실상 '접대 리스트'는 없다고 최종 발표를 했으니 MAGA 진영은 그야말로 난리가 났습니다.

진상을 제대로 조사하라, 본디 장관은 사임하라, 당장 이런 분노의 목소리가 터져나왔는데요.

그런데 이 와중에 월스트리트저널이 엡스타인 파일과 관련한 핵폭탄급 보도를 내놨습니다.

[앵커]

대체 어떤 내용이길래 파급력이 그렇게 컸던 거죠?

[기자]

엡스타인 파일에 트럼프 대통령의 이름이 여러 차례 등장한다는 것이 기사의 핵심인데요.

심지어 이 사실을 본디 법무부 장관이 트럼프 대통령에 보고까지 했다는 겁니다.

기사에 따르면, 본디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엡스타인 파일에 트럼프 대통령을 포함해 수백 명의 이름이 등장한다고 보고했습니다.

그러면서 개인 정보 등이 들어있기 때문에 문건을 공개하지 않겠다고 했는데요.

트럼프 대통령은 법무부 결정에 맡기겠다고 밝혔다는 겁니다.

앞서 이 신문은 2003년 엡스타인의 생일 때 트럼프 대통령이 그에게 음란한 그림이 그려진 편지를 보냈다고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최근에는 엡스타인이 트럼프 대통령의 2번째 결혼식에 하객으로 참석한 사진까지 CNN을 통해 공개됐습니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과 엡스타인이 각별한 사이였기 때문에 덮었나?', 이런 의심이 생길 수밖에 없는 정황들이 잇따라 나오고 있는 건데요.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 논란 초기부터 엡스타인 이야기는 지겹다고 비아냥대더니, 이제는 관련 기사가 모조리 가짜 뉴스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을 상대로는 우리 돈 14조 원 규모의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미국 대통령/현지 시각 25일 : "(엡스타인 파일에 본인 이름이 등장하는 것에 대해 한 번도 보고받은 적이 없으십니까?) 없습니다. 절대, 절대 보고받은 적이 없습니다."]

[앵커]

대통령을 둘러싼 의혹이 연이어 터져 나오는 상황인데, 파장이 상당하겠어요?

[기자]

네, 먼저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근본적인 기반이라 할 수 있는 MAGA 진영의 심각한 균열에 직면했습니다.

벌써부터 내년 중간선거에서 공화당 의석이 줄어들 수 있다는 분석까지 나왔는데요.

전 백악관 수석 전략가 스티브 배넌은 엡스타인 파일 여파로 MAGA 지지층의 10%를 잃게 되면, 공화당이 내년 중간선거에서 40석을 잃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이렇게 되면 결국 트럼프의 재선도 어려울 것이란 분석인데요.

하지만 한편에서는 월스트리트저널의 기사가 오히려 전화위복이 될 것이란 관측도 나옵니다.

지금까지 트럼프 대통령을 맹비난하던 지지자들 일부가 기사가 나온 뒤 트럼프 옹호에 열을 올리고 있기 때문인데요.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엡스타인 파장을 어떻게 넘어갈진 모르지만, 음모론이 해소되지 않는 한 논란의 불씨가 언제든 다시 살아날 수 있다는 건 분명해 보입니다.

영상편집:이은빈 추예빈/자료조사:권애림/영상출처:www.fox뉴스.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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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월드 이슈] ‘죽은 엡스타인’, 이러다 트럼프 잡겠네?…부메랑 된 음모론
    • 입력 2025-07-29 15:24:57
    • 수정2025-07-29 15:32:03
    월드24
[앵커]

이미 고인이 된 억만장자 제프리 엡스타인이 트럼프 대통령과 미 정가를 벌써 몇 주째 뒤흔들고 있습니다.

월드 이슈 이랑 기자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7년 전 숨진 엡스타인이 왜 갑자기 논란의 중심에 섰는지, 그 이야기부터 해볼까요?

[기자]

네 논란의 발단은 지난 7일 미국 법무부와 FBI가 함께 발표한 두 쪽 자리 메모에서 시작됐습니다.

이 메모에는 두 가지 중요 내용이 적혀 있었는데요.

하나는 2019년 구치소에서 숨진 엡스타인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이라는 것이고요.

또 하나는 그와 교류한 '유력 인사 명단', 이른바 '접대 리스트'가 사실상 없다는 내용입니다.

억만장자 금융인 제프리 엡스타인은 수많은 유력 인사들과 교류하면서 미성년자들을 상습적으로 성 착취한 혐의로 체포됐던 인물입니다.

그런데 재판이 열리기 전, 지난 2019년에 사망하면서 관련 증거들이 공개되지 않았는데요.

모든 게 베일에 싸이면서 그동안 음모론이 끊이질 않았습니다.

엡스타인 인맥 중엔 거물급 인사가 많은데.

이들 이름이 적혀있는 이른바 '접대 명단'이 있다는 것이 제일 대표적인 설입니다.

이 명단 때문에 사실상 엡스타인이 '제거'된 것이고, 법무부와 FBI 등이 이걸 은폐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따라붙는데요.

트럼프 지지자들인 MAGA 진영은, 그동안 접대 명단 등을 공개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해 왔습니다.

이 명단에 민주당 인사들이 대거 들어있다는 소문 때문인데요.

트럼프 대통령 역시 이런 음모론을 은근히 띄우면서, 지난해 대선 때부터 엡스타인 사건 관련 기밀 문건을 공개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여기에 올해 초 팸 본디 법무부 장관까지 나서서 관련 발언을 했는데, 끝내 문건을 공개하지 않은 겁니다.

[앵커]

트럼프 지지자들은 화가 많이 났겠는데요?

그런데 본디 장관은 어떤 관련 발언을 한 거죠?

[기자]

네, 팸 본디 장관은 미 폭스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엡스타인 고객 명단'이 자신의 책상 위에 있다고 언급을 했습니다.

[팸 본디/미국 법무부 장관 : "(법무부에서 제프리 엡스타인 고객 명단을 공개할 수도 있다는데, 정말 공개하나요?) 그것(명단)은 지금 제 책상에 검토를 위해 놓여있습니다."]

'고객 명단' 실물이 마치 자신에게 있는 것처럼 말하잖아요?

그런데 본디 장관이 지휘하는 법무부가 이 말을 180도 뒤집고 사실상 '접대 리스트'는 없다고 최종 발표를 했으니 MAGA 진영은 그야말로 난리가 났습니다.

진상을 제대로 조사하라, 본디 장관은 사임하라, 당장 이런 분노의 목소리가 터져나왔는데요.

그런데 이 와중에 월스트리트저널이 엡스타인 파일과 관련한 핵폭탄급 보도를 내놨습니다.

[앵커]

대체 어떤 내용이길래 파급력이 그렇게 컸던 거죠?

[기자]

엡스타인 파일에 트럼프 대통령의 이름이 여러 차례 등장한다는 것이 기사의 핵심인데요.

심지어 이 사실을 본디 법무부 장관이 트럼프 대통령에 보고까지 했다는 겁니다.

기사에 따르면, 본디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엡스타인 파일에 트럼프 대통령을 포함해 수백 명의 이름이 등장한다고 보고했습니다.

그러면서 개인 정보 등이 들어있기 때문에 문건을 공개하지 않겠다고 했는데요.

트럼프 대통령은 법무부 결정에 맡기겠다고 밝혔다는 겁니다.

앞서 이 신문은 2003년 엡스타인의 생일 때 트럼프 대통령이 그에게 음란한 그림이 그려진 편지를 보냈다고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최근에는 엡스타인이 트럼프 대통령의 2번째 결혼식에 하객으로 참석한 사진까지 CNN을 통해 공개됐습니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과 엡스타인이 각별한 사이였기 때문에 덮었나?', 이런 의심이 생길 수밖에 없는 정황들이 잇따라 나오고 있는 건데요.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 논란 초기부터 엡스타인 이야기는 지겹다고 비아냥대더니, 이제는 관련 기사가 모조리 가짜 뉴스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을 상대로는 우리 돈 14조 원 규모의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미국 대통령/현지 시각 25일 : "(엡스타인 파일에 본인 이름이 등장하는 것에 대해 한 번도 보고받은 적이 없으십니까?) 없습니다. 절대, 절대 보고받은 적이 없습니다."]

[앵커]

대통령을 둘러싼 의혹이 연이어 터져 나오는 상황인데, 파장이 상당하겠어요?

[기자]

네, 먼저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근본적인 기반이라 할 수 있는 MAGA 진영의 심각한 균열에 직면했습니다.

벌써부터 내년 중간선거에서 공화당 의석이 줄어들 수 있다는 분석까지 나왔는데요.

전 백악관 수석 전략가 스티브 배넌은 엡스타인 파일 여파로 MAGA 지지층의 10%를 잃게 되면, 공화당이 내년 중간선거에서 40석을 잃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이렇게 되면 결국 트럼프의 재선도 어려울 것이란 분석인데요.

하지만 한편에서는 월스트리트저널의 기사가 오히려 전화위복이 될 것이란 관측도 나옵니다.

지금까지 트럼프 대통령을 맹비난하던 지지자들 일부가 기사가 나온 뒤 트럼프 옹호에 열을 올리고 있기 때문인데요.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엡스타인 파장을 어떻게 넘어갈진 모르지만, 음모론이 해소되지 않는 한 논란의 불씨가 언제든 다시 살아날 수 있다는 건 분명해 보입니다.

영상편집:이은빈 추예빈/자료조사:권애림/영상출처:www.fox뉴스.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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