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이슈] “딱 열흘 준다!” vs “할 테면 해 봐!”…미·러 ‘핵 설전’ 이은 강경 대치

입력 2025.08.05 (15:25) 수정 2025.08.05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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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미국과 러시아.

둘 사이 갈등 조짐이 심상치 않습니다.

러시아는 핵전쟁을 언급했고 미국은 핵잠수함을 배치하겠다고 나섰는데요.

월드 이슈 이랑 기자와 함께 두 나라 어떤 상황인지 짚어보겠습니다.

두 나라 다 핵을 언급했어요.

어쩌다 양국이 이렇게 극단적인 모습을 보이게 된 걸까요?

[기자]

시작은 지난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최후통첩이었습니다.

러시아에 '열흘 안으로 휴전하지 않으면 고강도 관세'를 매기겠다고 경고를 날렸는데요.

[도널드 트럼프/미국 대통령 : "오늘부터 열흘입니다. 그 이후는 아시다시피 미국은 관세나 그런 걸 (러시아에) 매길 겁니다."]

계산해 보면 휴전 시한은 현지 시각 8일입니다.

그런데 이 말을 듣고 러시아는 되려 노골적으로 공습을 강화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최후통첩 발언이 나온 뒤 우크라이나의 수도 키이우는 전쟁 시작 이후 가장 큰 피해를 입었는데요.

아파트 일부가 러시아의 폭격에 통째로 주저앉으면서 두 살배기 아이를 포함해 31명이 숨졌습니다.

또 학교, 병원 가리지 않고 러시아의 공격에 무너지고 부서졌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급기야 역겹다는 단어를 입에 올렸습니다.

[도널드 트럼프/미국 대통령 : "러시아, 그들이 하는 짓이 역겹다고 생각합니다. 정말 역겹습니다. 우리는 (러시아에) 제재를 가할 것입니다."]

[앵커]

상황 보니 트럼프 대통령의 최후통첩에 러시아가 도발하듯 맞받아친 느낌인데요.

트럼프 대통령, 그동안 행동으로 봐서는 가만있지 않았겠죠?

[기자]

그렇죠.

사실 지금까지도 여러 차례 러시아에 이런저런 경고를 해왔는데요.

다만 실행에 옮기진 않았었는데, 이번엔 달랐습니다.

핵 잠수함을 배치한 겁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SNS를 통해 "러시아 근처에 핵 잠수함 2대를 배치하도록 지시했다"고 밝혔습니다.

같은 날 밤 한발 더 나아가서, 핵 잠수함들이 러시아에 가까이 가고 있다고 확인까지 했는데요.

공개적으로 핵무기를 배치한다, 러시아 근처에 있다, 이렇게 밝히는 건 굉장히 이례적인 일입니다.

그러면서 이게 다 메드베데프 때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미국 대통령/현지 시각 1일 : "메드베데프가 핵과 관련해 매우 나쁜 이야기들을 했습니다. 핵이라는 단어를 언급했을 때 제 눈이 뜨이더군요."]

트럼프가 말한 메드베데프는 2008년부터 2012년 러시아의 대통령을 지냈고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의 반서방 입장을 적극적으로 대변하고 있는 푸틴의 최측근입니다.

현재는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으로 있는데, 먼저 핵을 언급한 건 메드베데프였습니다.

그는 바로 전날 트럼프를 향해 텔레그램 계정에, 사실상 '데드 핸드'의 위험을 생각해 보라며 경고했는데요.

'데드 핸드'는 핵 공격을 받아 지도부가 궤멸할 경우 자동으로 핵 보복 명령을 내리는 옛 소련의 시스템인데, 현재는 러시아가 유지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앵커]

그야말로 '핵 설전'을 벌였군요.

갈등이 커지고 있는데도 러시아는 실제 우크라이나에 대한 공습 강도도 높이고 있잖아요?

휴전할 생각이 없는 걸까요?

[기자]

일단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 측에 통보한 시한이 현지 시각으로 이제 나흘 정도 남았는데요.

러시아 측, 현재로서는 우크라이나와 전격 휴전하기는커녕 미국을 도발하기 바쁜 모습입니다.

[블라디미르 푸틴/러시아 대통령 : "러시아의 목표를 명확히 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번 위기의 근본 원인을 근절하는 것입니다."]

이미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러시아의 휴전 조건은 똑같다며, 사실상 트럼프 대통령의 경고에 '거부' 답변을 내놓았는데요.

러시아의 휴전 조건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2014년 강제 병합한 크림 반도, 그리고 2022년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점령한 동남부 4개 지역을 포기하라고 말해 왔습니다.

여기에 또 우크라이나가 북대서양조약기구, NATO에 가입하는 것도 서방이 허가하지 말라고 요구해 왔는데요.

우크라이나는 물론 서방 국가들로서는 모두 받아들이기 어려운 조건들입니다.

이런 와중에 러시아는, 어제 옛 소련 시절 미국과 합의한 미사일 배치 유예 조약에도 얽매이지 않겠다며, 미국을 재차 압박하고 나섰습니다.

[앵커]

이렇게 러시아, 미국 두 나라 모두 강 대 강으로 맞서고 있으니 8일까지 긴장감이 상당하겠어요?

[기자]

그렇습니다.

긴장감이 계속 고조될 것이란 건 불을 보듯 뻔한 상황인데요.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화법을 생각해 보면, 이번 발언들이 협상을 위한 압박용이라고 보는 전문가들도 많습니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와 '설전'을 이어가면서도 물밑에서는 외교적 접촉을 시도하고 있는데요.

우크라이나 휴전을 중재한 위트코프 미국 중동특사가 곧 모스크바를 방문합니다.

이 기간에 맞춰 미국의 켈로그 우크라이나 특사도 우크라이나를 방문한다고 알려졌습니다.

두 특사를 통해 미국의 진정한 입장이 드러날 테지만, 현재로서는 이번에 돌파구나 합의가 생기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큽니다.

영상편집:이은빈 추예빈/자료조사:권애림/그래픽제작:여현수/영상출처:@뉴스maxTV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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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8-05 15:25:24
    • 수정2025-08-05 15:46:56
    월드24
[앵커]

미국과 러시아.

둘 사이 갈등 조짐이 심상치 않습니다.

러시아는 핵전쟁을 언급했고 미국은 핵잠수함을 배치하겠다고 나섰는데요.

월드 이슈 이랑 기자와 함께 두 나라 어떤 상황인지 짚어보겠습니다.

두 나라 다 핵을 언급했어요.

어쩌다 양국이 이렇게 극단적인 모습을 보이게 된 걸까요?

[기자]

시작은 지난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최후통첩이었습니다.

러시아에 '열흘 안으로 휴전하지 않으면 고강도 관세'를 매기겠다고 경고를 날렸는데요.

[도널드 트럼프/미국 대통령 : "오늘부터 열흘입니다. 그 이후는 아시다시피 미국은 관세나 그런 걸 (러시아에) 매길 겁니다."]

계산해 보면 휴전 시한은 현지 시각 8일입니다.

그런데 이 말을 듣고 러시아는 되려 노골적으로 공습을 강화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최후통첩 발언이 나온 뒤 우크라이나의 수도 키이우는 전쟁 시작 이후 가장 큰 피해를 입었는데요.

아파트 일부가 러시아의 폭격에 통째로 주저앉으면서 두 살배기 아이를 포함해 31명이 숨졌습니다.

또 학교, 병원 가리지 않고 러시아의 공격에 무너지고 부서졌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급기야 역겹다는 단어를 입에 올렸습니다.

[도널드 트럼프/미국 대통령 : "러시아, 그들이 하는 짓이 역겹다고 생각합니다. 정말 역겹습니다. 우리는 (러시아에) 제재를 가할 것입니다."]

[앵커]

상황 보니 트럼프 대통령의 최후통첩에 러시아가 도발하듯 맞받아친 느낌인데요.

트럼프 대통령, 그동안 행동으로 봐서는 가만있지 않았겠죠?

[기자]

그렇죠.

사실 지금까지도 여러 차례 러시아에 이런저런 경고를 해왔는데요.

다만 실행에 옮기진 않았었는데, 이번엔 달랐습니다.

핵 잠수함을 배치한 겁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SNS를 통해 "러시아 근처에 핵 잠수함 2대를 배치하도록 지시했다"고 밝혔습니다.

같은 날 밤 한발 더 나아가서, 핵 잠수함들이 러시아에 가까이 가고 있다고 확인까지 했는데요.

공개적으로 핵무기를 배치한다, 러시아 근처에 있다, 이렇게 밝히는 건 굉장히 이례적인 일입니다.

그러면서 이게 다 메드베데프 때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미국 대통령/현지 시각 1일 : "메드베데프가 핵과 관련해 매우 나쁜 이야기들을 했습니다. 핵이라는 단어를 언급했을 때 제 눈이 뜨이더군요."]

트럼프가 말한 메드베데프는 2008년부터 2012년 러시아의 대통령을 지냈고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의 반서방 입장을 적극적으로 대변하고 있는 푸틴의 최측근입니다.

현재는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으로 있는데, 먼저 핵을 언급한 건 메드베데프였습니다.

그는 바로 전날 트럼프를 향해 텔레그램 계정에, 사실상 '데드 핸드'의 위험을 생각해 보라며 경고했는데요.

'데드 핸드'는 핵 공격을 받아 지도부가 궤멸할 경우 자동으로 핵 보복 명령을 내리는 옛 소련의 시스템인데, 현재는 러시아가 유지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앵커]

그야말로 '핵 설전'을 벌였군요.

갈등이 커지고 있는데도 러시아는 실제 우크라이나에 대한 공습 강도도 높이고 있잖아요?

휴전할 생각이 없는 걸까요?

[기자]

일단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 측에 통보한 시한이 현지 시각으로 이제 나흘 정도 남았는데요.

러시아 측, 현재로서는 우크라이나와 전격 휴전하기는커녕 미국을 도발하기 바쁜 모습입니다.

[블라디미르 푸틴/러시아 대통령 : "러시아의 목표를 명확히 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번 위기의 근본 원인을 근절하는 것입니다."]

이미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러시아의 휴전 조건은 똑같다며, 사실상 트럼프 대통령의 경고에 '거부' 답변을 내놓았는데요.

러시아의 휴전 조건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2014년 강제 병합한 크림 반도, 그리고 2022년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점령한 동남부 4개 지역을 포기하라고 말해 왔습니다.

여기에 또 우크라이나가 북대서양조약기구, NATO에 가입하는 것도 서방이 허가하지 말라고 요구해 왔는데요.

우크라이나는 물론 서방 국가들로서는 모두 받아들이기 어려운 조건들입니다.

이런 와중에 러시아는, 어제 옛 소련 시절 미국과 합의한 미사일 배치 유예 조약에도 얽매이지 않겠다며, 미국을 재차 압박하고 나섰습니다.

[앵커]

이렇게 러시아, 미국 두 나라 모두 강 대 강으로 맞서고 있으니 8일까지 긴장감이 상당하겠어요?

[기자]

그렇습니다.

긴장감이 계속 고조될 것이란 건 불을 보듯 뻔한 상황인데요.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화법을 생각해 보면, 이번 발언들이 협상을 위한 압박용이라고 보는 전문가들도 많습니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와 '설전'을 이어가면서도 물밑에서는 외교적 접촉을 시도하고 있는데요.

우크라이나 휴전을 중재한 위트코프 미국 중동특사가 곧 모스크바를 방문합니다.

이 기간에 맞춰 미국의 켈로그 우크라이나 특사도 우크라이나를 방문한다고 알려졌습니다.

두 특사를 통해 미국의 진정한 입장이 드러날 테지만, 현재로서는 이번에 돌파구나 합의가 생기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큽니다.

영상편집:이은빈 추예빈/자료조사:권애림/그래픽제작:여현수/영상출처:@뉴스maxTV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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