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탕탕, 오라~이” 돌아온 버스 차장

입력 2009.02.20 (09:36)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멘트>

저 어릴 때만 해도 버스 차장 언니가 있었던 기억이 납니다.

오라이~~ 소리치는 언니들이 좀 무섭기도 하고, 멋있어 보이기도 했는데 버스 차장, 안내양이 사라진지 올해로 벌써 20년이 됐습니다.

아련하게 추억하시는 분들 많을텐데..

김지영 기자, 버스 차장을 다시 볼 수 있는 곳이 있다고?

<리포트>

네, 바로 충남 태안 이야깁니다.

태안에는 지난 2006년부터 버스 차장 두 분이 활동하셨는데요, 버스 차장 제도가 관광 홍보에 도움이 되자, 태안군은 이달부터 군 전역으로 차장 제도를 확대했습니다.

관광 안내는 물론이고요, 지역 어르신들의 짐도 챙겨드리고, 말벗도 되어드려서 주민들 사이에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데요, 버스 차장들, 만나고 왔습니다.

지금으로부터 꼭 20년 전인 1989년, 마지막 버스차장을 다룬 기사가 한 일간지에 실렸습니다. 당시 경기도 김포읍에서 서울 광화문까지 운행하던 한 시내버스의 버스 차장 89명 이 일괄사표를 냈다는 기사였는데요.

<인터뷰> 인금난(당시 김포교통 버스차장 사감/83년~89년)" “(제가) 기숙사 사감이었죠, 마지막 버스안내양들 없어지기 직전까지. 그 때 몇 달이 갈지 일 년이 갈 지 모르는 상황이었지만, 내가 그만둔 계기로 안내양들이 그만두게 됐기 때문에 제가 미안하고 섭섭하고.”

교통수단의 선택권이 적던 당시로써는 버스 승객이 지금보다 많았습니다. 그래서 매일 버스 안에서 만나는 버스차장이 승객들에겐 누이, 동생 같은 친근한 존재였는데요,

<인터뷰> 유광갑(김포교통 총괄부장): “어떻게 보면 딸 같고 조카 같고 그러다보니까 헤어질 때 서로 울고 ‘잘 살아야 된다.. 자주 연락해라’ 하면서 부둥켜안고 울었던 기억이 납니다.”

사라진 추억에 대한 그리움, 충남 태안군에 가면 이 버스차장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현장음>"(주민들이) 왜 진작 안 오고 이제 왔냐고 되게 좋아하세요"

<현장음> "저 내려갑니다. 수고하세요~"

42살의 정화숙씨는 태안군의 제 1호, 버스차장입니다.

십대 후반에서 이십대 초반이던 과거의 차장들보다 나이는 좀 들었지만, 귀여운 자주색 유니폼은 예전 그대롭니다.

<현장음> “엄마는 어디 가시게?” “남면 쪽.” “남면 쪽, 10시 10분. 20분 정도 남았어요. 안에 계시다가 나오시지 추운데 왜 나오셨어~ 바람도 부는데...”

단골승객과는 모녀지간이 따로 없을 정돕니다. 벌써 버스차장 생활도 2년 째, 태안군 주민들과는 한 가족이 됐는데요.

<인터뷰> 정화숙(충남 태안군 버스차장): “일하다 보니까 만나고 하는 분들이 친척 같고 엄마 같고 동생 같고 딸 같고 그래요. 자연스럽게 나와요."

정을 나누겠다고 사시사철 때마다 김이며, 멸치, 김장김치까지 가져다주는 주민들도 있다고 합니다.

<현장음> “그때 엄마가 파김치도 담아주셨잖아요. 만날 엄마한테 얻어만 먹네. 나는 하는 것도 없고.” “아이고~ 별소리를 다하네. 내가 하도 예쁘니까 줄 것도 없으니까 줬지.”

태안의 버스 차장이 이렇게 사랑을 받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데요.

어르신들에게는 말벗이 되어드리고, 어린 학생들은 엄마처럼 보살펴주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조우선(충남 태안군 이원면): “버스 탈 때 아줌마가 챙겨주고 인사해줘서 좋아요.”

<인터뷰> 최병지(충남 태안군 근흥면): “성격도 좋고 노인들 우대하는 마음씨가 최고야. 따봉!”

또 다른 버스차장, 김미숙씨도 버스와 인연이 참 깊은데요.

사랑하는 남편을 만나게 된 곳도 버스.

또 남편도 현재 같은 공간에서 일하는 운전기사입니다.

<인터뷰> 김호연(김미숙 씨 남편, 버스운전기사): “저는 운전한지 15년 넘었거든요. 차장도 해보고. 옛날 같았으면 콩나물시루 같고, 요금 때문에 싸움도 했을 텐데, 요즘은 노인 분들이 많고 봉사 활동하는 셈치고 제가 (아내를) 추천해서 시작했어요.”

이들 부부는 태안에서 잉꼬부부로 명성이 자자한데요. 힘든 기색 한번 없이 늘 웃는 얼굴로 승객들을 맞이합니다.

<인터뷰> 이옥선(충남 태안군 이원면): “너무 다정해요. 너무 다정해서 손님들이 너무 너무 좋아해요. (가끔 미숙씨 없으면) 기사님 보고 그러지 왜 오늘은 색시가 없느냐고.”

승객들은 지난날의 향수를 떠올리며 사람 냄새나는 버스를 타서 좋다고 하고, 버스 차장들은 군 홍보효과도 되고 지역사회에도 보탬이 된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미숙(충남 태안군 버스차장) “남편하고 같이 정년퇴직할 때까지 열심히 해보려고 하거든요. 힘닿는 데까지 열심 히 하려고 해요."

친절로 무장한 버스 차장들 덕분에 충남 태안은 두 개뿐이던 이 농어촌버스 차장제를 이달부터 4개 노선으로 확대해 운영하고 있는데요. 추억을 안고 부활한 버스 차장이 충남 태안의 또 다른 명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현장] “탕탕, 오라~이” 돌아온 버스 차장
    • 입력 2009-02-20 08:41:32
    아침뉴스타임
<앵커 멘트> 저 어릴 때만 해도 버스 차장 언니가 있었던 기억이 납니다. 오라이~~ 소리치는 언니들이 좀 무섭기도 하고, 멋있어 보이기도 했는데 버스 차장, 안내양이 사라진지 올해로 벌써 20년이 됐습니다. 아련하게 추억하시는 분들 많을텐데.. 김지영 기자, 버스 차장을 다시 볼 수 있는 곳이 있다고? <리포트> 네, 바로 충남 태안 이야깁니다. 태안에는 지난 2006년부터 버스 차장 두 분이 활동하셨는데요, 버스 차장 제도가 관광 홍보에 도움이 되자, 태안군은 이달부터 군 전역으로 차장 제도를 확대했습니다. 관광 안내는 물론이고요, 지역 어르신들의 짐도 챙겨드리고, 말벗도 되어드려서 주민들 사이에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데요, 버스 차장들, 만나고 왔습니다. 지금으로부터 꼭 20년 전인 1989년, 마지막 버스차장을 다룬 기사가 한 일간지에 실렸습니다. 당시 경기도 김포읍에서 서울 광화문까지 운행하던 한 시내버스의 버스 차장 89명 이 일괄사표를 냈다는 기사였는데요. <인터뷰> 인금난(당시 김포교통 버스차장 사감/83년~89년)" “(제가) 기숙사 사감이었죠, 마지막 버스안내양들 없어지기 직전까지. 그 때 몇 달이 갈지 일 년이 갈 지 모르는 상황이었지만, 내가 그만둔 계기로 안내양들이 그만두게 됐기 때문에 제가 미안하고 섭섭하고.” 교통수단의 선택권이 적던 당시로써는 버스 승객이 지금보다 많았습니다. 그래서 매일 버스 안에서 만나는 버스차장이 승객들에겐 누이, 동생 같은 친근한 존재였는데요, <인터뷰> 유광갑(김포교통 총괄부장): “어떻게 보면 딸 같고 조카 같고 그러다보니까 헤어질 때 서로 울고 ‘잘 살아야 된다.. 자주 연락해라’ 하면서 부둥켜안고 울었던 기억이 납니다.” 사라진 추억에 대한 그리움, 충남 태안군에 가면 이 버스차장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현장음>"(주민들이) 왜 진작 안 오고 이제 왔냐고 되게 좋아하세요" <현장음> "저 내려갑니다. 수고하세요~" 42살의 정화숙씨는 태안군의 제 1호, 버스차장입니다. 십대 후반에서 이십대 초반이던 과거의 차장들보다 나이는 좀 들었지만, 귀여운 자주색 유니폼은 예전 그대롭니다. <현장음> “엄마는 어디 가시게?” “남면 쪽.” “남면 쪽, 10시 10분. 20분 정도 남았어요. 안에 계시다가 나오시지 추운데 왜 나오셨어~ 바람도 부는데...” 단골승객과는 모녀지간이 따로 없을 정돕니다. 벌써 버스차장 생활도 2년 째, 태안군 주민들과는 한 가족이 됐는데요. <인터뷰> 정화숙(충남 태안군 버스차장): “일하다 보니까 만나고 하는 분들이 친척 같고 엄마 같고 동생 같고 딸 같고 그래요. 자연스럽게 나와요." 정을 나누겠다고 사시사철 때마다 김이며, 멸치, 김장김치까지 가져다주는 주민들도 있다고 합니다. <현장음> “그때 엄마가 파김치도 담아주셨잖아요. 만날 엄마한테 얻어만 먹네. 나는 하는 것도 없고.” “아이고~ 별소리를 다하네. 내가 하도 예쁘니까 줄 것도 없으니까 줬지.” 태안의 버스 차장이 이렇게 사랑을 받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데요. 어르신들에게는 말벗이 되어드리고, 어린 학생들은 엄마처럼 보살펴주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조우선(충남 태안군 이원면): “버스 탈 때 아줌마가 챙겨주고 인사해줘서 좋아요.” <인터뷰> 최병지(충남 태안군 근흥면): “성격도 좋고 노인들 우대하는 마음씨가 최고야. 따봉!” 또 다른 버스차장, 김미숙씨도 버스와 인연이 참 깊은데요. 사랑하는 남편을 만나게 된 곳도 버스. 또 남편도 현재 같은 공간에서 일하는 운전기사입니다. <인터뷰> 김호연(김미숙 씨 남편, 버스운전기사): “저는 운전한지 15년 넘었거든요. 차장도 해보고. 옛날 같았으면 콩나물시루 같고, 요금 때문에 싸움도 했을 텐데, 요즘은 노인 분들이 많고 봉사 활동하는 셈치고 제가 (아내를) 추천해서 시작했어요.” 이들 부부는 태안에서 잉꼬부부로 명성이 자자한데요. 힘든 기색 한번 없이 늘 웃는 얼굴로 승객들을 맞이합니다. <인터뷰> 이옥선(충남 태안군 이원면): “너무 다정해요. 너무 다정해서 손님들이 너무 너무 좋아해요. (가끔 미숙씨 없으면) 기사님 보고 그러지 왜 오늘은 색시가 없느냐고.” 승객들은 지난날의 향수를 떠올리며 사람 냄새나는 버스를 타서 좋다고 하고, 버스 차장들은 군 홍보효과도 되고 지역사회에도 보탬이 된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미숙(충남 태안군 버스차장) “남편하고 같이 정년퇴직할 때까지 열심히 해보려고 하거든요. 힘닿는 데까지 열심 히 하려고 해요." 친절로 무장한 버스 차장들 덕분에 충남 태안은 두 개뿐이던 이 농어촌버스 차장제를 이달부터 4개 노선으로 확대해 운영하고 있는데요. 추억을 안고 부활한 버스 차장이 충남 태안의 또 다른 명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