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리포트] 혁신의 상징 된 K-뷰티 화장품

입력 2016.03.19 (08:29) 수정 2016.03.19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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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서울 명동의 화장품 가게입니다.

중국인 여성 관광객들로 북적거리는데, 한국산 화장품 인기, 느껴지십니까?

이 한국산 화장품과 한국의 미용법 등을 합쳐 K-뷰티라고 부르는데, 좁은 의미의 K-뷰티는 한국산 화장품을 뜻합니다.

좁은 의미의 K-뷰티, 그러니까 한국산 화장품이 미국에서는 '혁신의 상징'으로까지 여겨지며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데요,

화장품이 어떻게 해서 혁신의 상징까지 된 걸까요?

박에스더 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미국 최대 화장품 체인점 세포라.

전 세계 수십 개 브랜드 제품들이 매장을 채우고 있지만, 대부분 메이크업 제품, 즉 색조화장품들입니다.

색조 화장을 하기 전에 바르는 기초화장품은 최근에야 코너가 늘기 시작했습니다.

그 한 자리를 한국산 화장품이 차지했습니다.

더 넓어진 공간에서 컴퓨터 시스템까지 활용해 종류별로 기초화장품을 고르는 모습,

우리나라라면 당연해 보이는 이 광경은, K-뷰티 제품이 들어오면서 일어나고 있는 변화입니다.

<인터뷰> 지바나(고객) : "정말 다양해요, 모든 범위에 걸쳐 제품이 다 있어요."

우리나라와 달리 미국에선 기초화장품 종류가 그리 세분화돼있지 않습니다.

때문에 미국인들에겐 보습, 미백, 피부 탄력 등으로 용도가 다른 에센스나 연령대별 또는 사용 계절별로도 분류된 제품들이 놀랍기만 합니다.

<인터뷰> 베쓰(고객) : "심지어 특정한 시간에 특수한 목적을 위해 쓸 수 있는 추가적인 에센스 제품까지 갖추고 있어요"

합리적 가격과 깜찍한 포장도 손님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요소입니다.

<인터뷰> 이브(고객) : "작은 곰이나 작은 꽃모양들도 있고, 그래서 사용할 때마다 아주 재밌어요"

길게는 수백 년 전통의 유명 서구 브랜드들이 장악한 미국시장에서, 전혀 브랜드 파워가 없는 한국의 화장품이 선전하는 이유는 바로, 서구 화장품엔 없는 특별한 문화가 배어있기 때문입니다.

서구 화장품에는 없는 한국 화장품만의 특별한 문화, 바로, 피부 관리에 엄청난 비중을 둔다는 겁니다.

미스 뉴욕 출신 모델 요한나 씨, 꽉 짜여진 스케쥴을 소화해야 하는 요한나 씨는 하루에도 몇 번씩 화장을 다시 합니다.

그런데, 얼마 전 보습 크림을 한국 제품으로 바꾼 뒤 화장이 훨씬 편해졌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요한나(모델) : "전에는 피부가 두껍고 건조하고 칙칙하게 느껴졌는데요, 한국 보습제는 느낌이 좋고 그 위에 화장했을 때 훨씬 생기있고 건강하게 보여요."

요한나 씨를 더욱 놀라게 하는 건 K-뷰티를 쓰면서 알게 된 한국 여성들의 세안법입니다.

한국의 화장품을 접하기 전엔, 미용 물휴지로 얼굴을 닦아낸 뒤 비누로 세수를 했습니다.

화장을 먼저 지운 뒤 거품 세안을 하고, 여기에 각질제거까지 따로 하는 이중 혹은 삼중 세안의 개념 자체를 몰랐던 겁니다.

<인터뷰> 요한나(모델) : "전에 하던 방식으로 피부의 더러운 물질들이 다 지워지는 줄 알았어요. 그런데 한국 제품을 접하면서 제대로 지워야 한다는 걸 깨달았죠."

레이디 가가, 크리스틴 테이건, 리키 마틴.

이 사람들도 미국에 부는 K-뷰티 열풍과 관련이 있습니다.

연예인들이 흔히 마스크팩이라 불리는 시트마스크를 한 사진을 SNS에 올리면서 제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습니다.

사실 시트 마스크는 서구에서는 10여 년 전에 사라졌습니다.

이 시트 마스크에 한국 화장품 업체들은 첨가 물질과 부착 부위 등을 다양화하며 수천 가지 조합을 만들어 냈습니다.

바로 이 한국산 시트 마스크가 다시 서구로 넘어가 피부 관리의 새 흐름이 된 겁니다.

패션지들은 시트 마스크가 한국에서 건너온 유행이라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뉴욕의 다양한 패션계 인사들로 북적이는 이곳은 '한국 미인의 비결'이란 책 출판기념회입니다.

미국에서 자란 뒤 한국에서 5년을 살았던 저자에게, 한국 여성들의 일상적 피부 관리는 완전히 새로운 세계였습니다.

책상 위의 보습용 스프레이, 일상화된 자외선 차단 등은 미국에서 한 번도 듣지 못했던 개념이었습니다.

<인터뷰> 샬롯 조('한국 미인의 비결' 저자) : "한국 여성들이 이 책을 읽는다면 너무나 일상적이고 평범한 얘기라 놀랄 겁니다. 하지만 다른 나라 여성들에겐 정말 많은 정보가 됩니다."

영어책 출간 넉 달 만에 이 책은 스페인어 등으로도 번역됐습니다.

그만큼 한국 여성의 피부 관리와 이를 위한 다양한 화장품은 서구 사회가 경험하지 못했던 신선한 충격입니다.

이처럼 화장품 시장의 새 흐름을 주도하며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는 K-뷰티, 미국 업계는 이 같은 K뷰티의 힘이 혁신에서 나온다고 말하기 시작했습니다.

<인터뷰> 데이비드 라자노(세포라 국장) : "지금 매장에서 가장 인기 있는 제품들인데요, 이전에 보지 못한 많은 혁신을 담고 있습니다. 새로운 흐름입니다."

전문가들은 인삼과 꿀, 석류 같은 천연 물질을 기초화장품 원료로 개발한 곳도, 또 달팽이와 산양유처럼 서구에선 낯선 동물성 원료를 화장품으로 변화시킨 곳도 모두 한국이라며 혁신의 사례들을 분석합니다.

미국 업계가 놀라는 K-뷰티의 또 다른 혁신은 원료나 사용법, 포장 등을 달리하면서 끊임없이 새로운 제품을 창조해 낸다는 것입니다.

서구 브랜드는 수 십 년씩 똑같은 제품을 팔지만, 한국 업체는 한 해에도 몇 번씩 신제품을 내놓습니다.

<인터뷰> 미셸 킴(한국산 화장품 공급 업체 이사) : "새로운 성분과 신기술을 이용해서 새 제품을 항상 출시하는데, 속도가 아주 빨라 세계 시장에서 놀라고 있어요."

K-뷰티의 혁신은 기초화장품뿐만 아니라 색조화장품에서도 이어집니다.

비비크림에 자외선 차단, 보습, 미백 기능 등을 가미해 세계적 유행을 만든 데 이어, 최근엔 쿠션을 이용한 완전히 새로운 개념의 파운데이션을 개발했습니다.

기초에서 색조까지 한국의 화장품이 혁신의 선봉에 서자, 세계적 브랜드들이 잇따라 모방 제품까지 내놓고 있습니다.

<인터뷰> 셰릴 위시호버(패션지 편집장) : "서구 회사들이 한국 제품에서 영감을 얻고, 한국 제품을 모방하고 한국 기술들을 자기 제품에 적용하고 있습니다."

이런 분위기에 힘입어 지난해 한국 화장품 수출은 역대 최대를 기록했습니다.

물론 아시아에서 가장 많이 늘었지만, 그에 못지 않게 증가한 게 북미 대륙입니다.

지난해 국가별 대미 화장품 수출액을 보면 다른 나라들은 많아야 10% 정도 늘거나 오히려 줄었지만 한국만 72%의 독보적 증가율을 기록했습니다.

하지만 K-뷰티에겐 극복해야 할 과제도 있습니다.

한국의 화장품이 제시하는 피부 관리법은 서구 여성들에게 시간도 많이 들고 공부까지 해야 하는 복잡한 일로 여겨집니다.

<인터뷰> 셰릴 위시호버(패션지 편집장) : "그런 것들을 어떻게 잘 알릴 것인가가 한국산 화장품 판매 신장의 열쇠가 될 것입니다."

또 저가 제품이란 인식을 불식시키는 것도 풀어야 할 숙제입니다.

하지만 이런 제약 속에서도 한국산 화장품은 미국에서 눈부신 약진을 거듭 중입니다.

국내 화장품 업계의 치열한 경쟁, 그를 통한 끊임없는 혁신이 세계인의 머릿속에 또 하나의 한국을 각인시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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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월드리포트] 혁신의 상징 된 K-뷰티 화장품
    • 입력 2016-03-19 08:50:10
    • 수정2016-03-19 14:15:00
    특파원 현장보고
<앵커 멘트>

서울 명동의 화장품 가게입니다.

중국인 여성 관광객들로 북적거리는데, 한국산 화장품 인기, 느껴지십니까?

이 한국산 화장품과 한국의 미용법 등을 합쳐 K-뷰티라고 부르는데, 좁은 의미의 K-뷰티는 한국산 화장품을 뜻합니다.

좁은 의미의 K-뷰티, 그러니까 한국산 화장품이 미국에서는 '혁신의 상징'으로까지 여겨지며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데요,

화장품이 어떻게 해서 혁신의 상징까지 된 걸까요?

박에스더 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미국 최대 화장품 체인점 세포라.

전 세계 수십 개 브랜드 제품들이 매장을 채우고 있지만, 대부분 메이크업 제품, 즉 색조화장품들입니다.

색조 화장을 하기 전에 바르는 기초화장품은 최근에야 코너가 늘기 시작했습니다.

그 한 자리를 한국산 화장품이 차지했습니다.

더 넓어진 공간에서 컴퓨터 시스템까지 활용해 종류별로 기초화장품을 고르는 모습,

우리나라라면 당연해 보이는 이 광경은, K-뷰티 제품이 들어오면서 일어나고 있는 변화입니다.

<인터뷰> 지바나(고객) : "정말 다양해요, 모든 범위에 걸쳐 제품이 다 있어요."

우리나라와 달리 미국에선 기초화장품 종류가 그리 세분화돼있지 않습니다.

때문에 미국인들에겐 보습, 미백, 피부 탄력 등으로 용도가 다른 에센스나 연령대별 또는 사용 계절별로도 분류된 제품들이 놀랍기만 합니다.

<인터뷰> 베쓰(고객) : "심지어 특정한 시간에 특수한 목적을 위해 쓸 수 있는 추가적인 에센스 제품까지 갖추고 있어요"

합리적 가격과 깜찍한 포장도 손님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요소입니다.

<인터뷰> 이브(고객) : "작은 곰이나 작은 꽃모양들도 있고, 그래서 사용할 때마다 아주 재밌어요"

길게는 수백 년 전통의 유명 서구 브랜드들이 장악한 미국시장에서, 전혀 브랜드 파워가 없는 한국의 화장품이 선전하는 이유는 바로, 서구 화장품엔 없는 특별한 문화가 배어있기 때문입니다.

서구 화장품에는 없는 한국 화장품만의 특별한 문화, 바로, 피부 관리에 엄청난 비중을 둔다는 겁니다.

미스 뉴욕 출신 모델 요한나 씨, 꽉 짜여진 스케쥴을 소화해야 하는 요한나 씨는 하루에도 몇 번씩 화장을 다시 합니다.

그런데, 얼마 전 보습 크림을 한국 제품으로 바꾼 뒤 화장이 훨씬 편해졌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요한나(모델) : "전에는 피부가 두껍고 건조하고 칙칙하게 느껴졌는데요, 한국 보습제는 느낌이 좋고 그 위에 화장했을 때 훨씬 생기있고 건강하게 보여요."

요한나 씨를 더욱 놀라게 하는 건 K-뷰티를 쓰면서 알게 된 한국 여성들의 세안법입니다.

한국의 화장품을 접하기 전엔, 미용 물휴지로 얼굴을 닦아낸 뒤 비누로 세수를 했습니다.

화장을 먼저 지운 뒤 거품 세안을 하고, 여기에 각질제거까지 따로 하는 이중 혹은 삼중 세안의 개념 자체를 몰랐던 겁니다.

<인터뷰> 요한나(모델) : "전에 하던 방식으로 피부의 더러운 물질들이 다 지워지는 줄 알았어요. 그런데 한국 제품을 접하면서 제대로 지워야 한다는 걸 깨달았죠."

레이디 가가, 크리스틴 테이건, 리키 마틴.

이 사람들도 미국에 부는 K-뷰티 열풍과 관련이 있습니다.

연예인들이 흔히 마스크팩이라 불리는 시트마스크를 한 사진을 SNS에 올리면서 제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습니다.

사실 시트 마스크는 서구에서는 10여 년 전에 사라졌습니다.

이 시트 마스크에 한국 화장품 업체들은 첨가 물질과 부착 부위 등을 다양화하며 수천 가지 조합을 만들어 냈습니다.

바로 이 한국산 시트 마스크가 다시 서구로 넘어가 피부 관리의 새 흐름이 된 겁니다.

패션지들은 시트 마스크가 한국에서 건너온 유행이라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뉴욕의 다양한 패션계 인사들로 북적이는 이곳은 '한국 미인의 비결'이란 책 출판기념회입니다.

미국에서 자란 뒤 한국에서 5년을 살았던 저자에게, 한국 여성들의 일상적 피부 관리는 완전히 새로운 세계였습니다.

책상 위의 보습용 스프레이, 일상화된 자외선 차단 등은 미국에서 한 번도 듣지 못했던 개념이었습니다.

<인터뷰> 샬롯 조('한국 미인의 비결' 저자) : "한국 여성들이 이 책을 읽는다면 너무나 일상적이고 평범한 얘기라 놀랄 겁니다. 하지만 다른 나라 여성들에겐 정말 많은 정보가 됩니다."

영어책 출간 넉 달 만에 이 책은 스페인어 등으로도 번역됐습니다.

그만큼 한국 여성의 피부 관리와 이를 위한 다양한 화장품은 서구 사회가 경험하지 못했던 신선한 충격입니다.

이처럼 화장품 시장의 새 흐름을 주도하며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는 K-뷰티, 미국 업계는 이 같은 K뷰티의 힘이 혁신에서 나온다고 말하기 시작했습니다.

<인터뷰> 데이비드 라자노(세포라 국장) : "지금 매장에서 가장 인기 있는 제품들인데요, 이전에 보지 못한 많은 혁신을 담고 있습니다. 새로운 흐름입니다."

전문가들은 인삼과 꿀, 석류 같은 천연 물질을 기초화장품 원료로 개발한 곳도, 또 달팽이와 산양유처럼 서구에선 낯선 동물성 원료를 화장품으로 변화시킨 곳도 모두 한국이라며 혁신의 사례들을 분석합니다.

미국 업계가 놀라는 K-뷰티의 또 다른 혁신은 원료나 사용법, 포장 등을 달리하면서 끊임없이 새로운 제품을 창조해 낸다는 것입니다.

서구 브랜드는 수 십 년씩 똑같은 제품을 팔지만, 한국 업체는 한 해에도 몇 번씩 신제품을 내놓습니다.

<인터뷰> 미셸 킴(한국산 화장품 공급 업체 이사) : "새로운 성분과 신기술을 이용해서 새 제품을 항상 출시하는데, 속도가 아주 빨라 세계 시장에서 놀라고 있어요."

K-뷰티의 혁신은 기초화장품뿐만 아니라 색조화장품에서도 이어집니다.

비비크림에 자외선 차단, 보습, 미백 기능 등을 가미해 세계적 유행을 만든 데 이어, 최근엔 쿠션을 이용한 완전히 새로운 개념의 파운데이션을 개발했습니다.

기초에서 색조까지 한국의 화장품이 혁신의 선봉에 서자, 세계적 브랜드들이 잇따라 모방 제품까지 내놓고 있습니다.

<인터뷰> 셰릴 위시호버(패션지 편집장) : "서구 회사들이 한국 제품에서 영감을 얻고, 한국 제품을 모방하고 한국 기술들을 자기 제품에 적용하고 있습니다."

이런 분위기에 힘입어 지난해 한국 화장품 수출은 역대 최대를 기록했습니다.

물론 아시아에서 가장 많이 늘었지만, 그에 못지 않게 증가한 게 북미 대륙입니다.

지난해 국가별 대미 화장품 수출액을 보면 다른 나라들은 많아야 10% 정도 늘거나 오히려 줄었지만 한국만 72%의 독보적 증가율을 기록했습니다.

하지만 K-뷰티에겐 극복해야 할 과제도 있습니다.

한국의 화장품이 제시하는 피부 관리법은 서구 여성들에게 시간도 많이 들고 공부까지 해야 하는 복잡한 일로 여겨집니다.

<인터뷰> 셰릴 위시호버(패션지 편집장) : "그런 것들을 어떻게 잘 알릴 것인가가 한국산 화장품 판매 신장의 열쇠가 될 것입니다."

또 저가 제품이란 인식을 불식시키는 것도 풀어야 할 숙제입니다.

하지만 이런 제약 속에서도 한국산 화장품은 미국에서 눈부신 약진을 거듭 중입니다.

국내 화장품 업계의 치열한 경쟁, 그를 통한 끊임없는 혁신이 세계인의 머릿속에 또 하나의 한국을 각인시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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