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현장]피그미 학살 현장을 가다

입력 2005.11.18 (10:59) 수정 2005.11.18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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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아프리카의 피그미 족을 기억하십니까? 세상에서 키가 가장 작은 인종으로 알고 계실 이 피그미 족의 생활 실상은 그동안 베일에 가려져왔습니다.

그런데 이들이 살고 있는 중앙아프리카 밀림 속에서 인류 역사상 유례없는 끔찍한 만행이 저질러지고 있습니다.

이들을 대상으로 한 반군들의 약탈과 대량 학살, 심지어 입에 담기도 끔찍한 식인행위까지 자행되면서 피그미족이 멸족 위기로 내몰리고 있습니다. 그 현장을 국내 언론으로는 처음으로 특파원 현장 보고 취재진이 찾았습니다.

<리포트>
중앙아프리카의 젖줄, 콩고강.. 콩고의 수도 킨샤샤에서 경비행기를 타고 동북쪽으로 5시간. 적도 지방에 도착한 뒤 다시 숲속으로 몇 시간을 걸어들어간 끝에 찾은 마을... 피그미족입니다.

유난히 작은 키.. 성인 남자의 평균키가 140센터미터 정돕니다. 키가 작다고, 생긴 게 볼품이 없다고, 세계에서 가장 놀림 받는 인종입니다.

춤과 노래를 즐기는 낙천적인 사람들. 숲에서 태어나 나무뿌리나 열매를 채집하며 평생을 숲 속에서 살아 갑니다.

<인터뷰>무카라: "오늘 아침에 숲에서 캐 온 나무뿌리를 삶는데 아주 신선합니다"

소녀들은 13살만 되면 결혼을 하고 아이도 낳습니다. 평균 수명은 마흔 살 정도.. 노인처럼 보이는 사람들의 나이는 30대 후반입니다. 수천 년 전부터 아프리카 정글 속에 살아온 그들이지만 요즘 숲에서 쫓겨나고 있습니다.

<녹취>피그미족: "전쟁이 벌어져 바로 숲속 저쪽에서 총을 쏘고 있습니다. 모든 피그미들이 달아나고 있습니다."

평화롭던 정글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 것일까? 유엔군의 협조를 얻어 헬기를 타고 정글 안으로 향했습니다. 위험 지역이라 유엔군 헬기도 두 대가 서로를 엄호해야만 다닐수 있습니다. 문명의 손길이 닿지 않는 적도의 이투리 숲. 가도가도 끝이 없는 원시의 자연, 정글 지대가 펼쳐집니다.

헬리콥터는 지금 아프리카의 열대우림 속으로 들어가고 있습니다. 위에서 내려다 본 숲은 얼핏 평화로와 보입니다.

하지만 숲 속으로 깊숙이 들어가면 들어갈 수록 곳곳에서 전쟁의 상처들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크고 작은 숲 사이로 쑥대밭이 된 마을들이 나타납니다. 멀리서 연기가 보이기 시작하더니 이내 반군들에 의해 불타는 마을들이 한 눈에 들어옵니다.

아직도 연기가 피어오르는 마을들을 지나.. 취재진은 반군들이 쓸고 지나간 한 마을을 찾았습니다.
콩고 동부의 맘마사 지역.. 무표정한 얼굴들.. 피그미들은 낯선 외부인에 긴장하는 모습이 역력합니다.

<인터뷰>카브와르: "모든 것을 약탈 당했습니다. 모든 피그미들이 떠나고 있습니다."

몇달 전만해도 70여명에 이르던 이 마을의 인구는 40여명으로 줄었습니다. 마을 중간에 포탄이 떨어진뒤 무장 반군들이 쳐들어와서 주민들을 닥치는대로 학살했습니다.

<인터뷰> "남편의 시신이 숲 속에 밤새 버려져 있었고 다음 날에야 시신을 수습해 땅에 묻었습니다."

맘바사 지역에서 3시간 거리에 있는 음부루쿠 마을.. 두 달전 약탈을 당했는데도 마을이 말끔해 보입니다. 집들이 모두 불에 타 버렸지만 나뭇잎으로 엮는 움집이라 새로 짓는데 몇시간 걸리지 않습니다. 피그미 주민들은 그 날만 생각하면 지금도 몸서리가 쳐집니다.

이 마을에 비극이 일어난 것은 지금과 같은 저녁 무렵이었습니다. 마을로 들이닥친 무장세력들은 주민들을 향해 무차별적으로 총을 쏘아댔습니다. 필사적으로 달아났던 남자들은 모두 살아남았습니다. 반군들의 손에 붙잡힌 것은 어린이와 여자들이었습니다.

하루 뒤, 반군들은 절구통을 사용해 어린이들을 무자비하게 살해했습니다.

<인터뷰> "어린이 10여 명을 차례로 절구통에 머리를 넣게 한뒤 숨이 끊어질 때까지 찧었습니다."

부녀자들은 모두 숲 속으로 끌려갔습니다.

<인터뷰>스테리아: "르완다 반군이 들이닥쳐 짐승처럼 겁탈했습니다. 저항하다가 어깨뼈가 부러졌습니다."

<인터뷰>푸라하: "저는 15살인데 11살과 13살 여동생까지 저희 자매 3명을 모두 욕 보였습니다."

피그미 여인과 잠을 자면 몸의 병을 고칠수 있다는 터무니 없는 미신 때문입니다.

역시 적도에 위치한 코만다 지역.. 이곳에서는 차마 입에 담기 어려운 만행이 저질러졌습니다. 무장 반군은 어머니 앞에서 어린 두 딸을 산채로 삶아 먹었습니다.

<인터뷰>아무자티: " 나는 그들이 사람 고기를 자르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들은 인육을 석쇠 위에 올려놓고 구웠습니다."

피그미족의 인육을 먹으면 보신할 수 있다는 어처구니 없는 미신 때문에 일어난 일이었습니다.

<인터뷰> "그들은 피그미를 먹으면 힘이 생긴다고 말했습니다. 우리는 잡아먹힐까봐 공포에 질려 달아났습니다. "

열도우림에서 바깥으로 조금 떨어진 곳에 난민촌이 있습니다. 이 곳에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한 것은 여섯달 전부텁니다. 오로지 살아야 한다는 일념하나로 전쟁을 피해 온 난민들의 숫자가 이제 2천명을 넘어섰습니다.

죽음의 공포를 피해온 이들을 기다리는 것은질병과 굶주림입니다.
어린이들이 숲에서 풀을 뜯어오면 어머니는 죽을 끓입니다.

<인터뷰>살폰 라쿤데(난민촌 추장): "먹을 것이 아무 것도 없습니다. 지난 7월부터 모든 인도적 지원이 끊겼습니다. 아무 대책이 없습니다."
숲속에서 잡은 벌레를 냄비에 끓여 먹기도 합니다.

<녹취> "굼벵이에요, 맛 있어요."
피그미들은 난민촌에서도 가장 구석진 곳에 있습니다. 다른 난민들이 가까이 하려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한줄로 늘어서서 잔뜩 겁에 질려 서 있는 얼굴들...

<인터뷰>자불론: "피그미를 잡아먹는 폭도들을 피해 왔습니다. 그들은 우리를 멸종시키려 하고 있습니다. "

밤마다 천연스럽게 춤 추고 노래하지만 오늘 하루도 두 사람의 장례를 치렀습니다. 한 사람은 말라리아로, 또 한사람은 굶어서 목숨이 사그러졌습니다. 광기 넘친 전쟁을 피해 온 인간으로서의 처절한 생존 본능 조차도 이들의 생명을 지켜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앵커 멘트>
이대로 가다가는 피그미족은 아마도 역사 속으로 사라질 지도 모르겠습니다. 국제 사회의 관심이 절실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다음주에는 피그미족에 대한 대량 학살이 과연 무엇을 노리는 누구에 의해 자행되고 있는 지를 심층 보도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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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구촌 현장]피그미 학살 현장을 가다
    • 입력 2005-11-18 10:18:37
    • 수정2005-11-18 11:18:33
    특파원 현장보고
<앵커 멘트> 아프리카의 피그미 족을 기억하십니까? 세상에서 키가 가장 작은 인종으로 알고 계실 이 피그미 족의 생활 실상은 그동안 베일에 가려져왔습니다. 그런데 이들이 살고 있는 중앙아프리카 밀림 속에서 인류 역사상 유례없는 끔찍한 만행이 저질러지고 있습니다. 이들을 대상으로 한 반군들의 약탈과 대량 학살, 심지어 입에 담기도 끔찍한 식인행위까지 자행되면서 피그미족이 멸족 위기로 내몰리고 있습니다. 그 현장을 국내 언론으로는 처음으로 특파원 현장 보고 취재진이 찾았습니다. <리포트> 중앙아프리카의 젖줄, 콩고강.. 콩고의 수도 킨샤샤에서 경비행기를 타고 동북쪽으로 5시간. 적도 지방에 도착한 뒤 다시 숲속으로 몇 시간을 걸어들어간 끝에 찾은 마을... 피그미족입니다. 유난히 작은 키.. 성인 남자의 평균키가 140센터미터 정돕니다. 키가 작다고, 생긴 게 볼품이 없다고, 세계에서 가장 놀림 받는 인종입니다. 춤과 노래를 즐기는 낙천적인 사람들. 숲에서 태어나 나무뿌리나 열매를 채집하며 평생을 숲 속에서 살아 갑니다. <인터뷰>무카라: "오늘 아침에 숲에서 캐 온 나무뿌리를 삶는데 아주 신선합니다" 소녀들은 13살만 되면 결혼을 하고 아이도 낳습니다. 평균 수명은 마흔 살 정도.. 노인처럼 보이는 사람들의 나이는 30대 후반입니다. 수천 년 전부터 아프리카 정글 속에 살아온 그들이지만 요즘 숲에서 쫓겨나고 있습니다. <녹취>피그미족: "전쟁이 벌어져 바로 숲속 저쪽에서 총을 쏘고 있습니다. 모든 피그미들이 달아나고 있습니다." 평화롭던 정글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 것일까? 유엔군의 협조를 얻어 헬기를 타고 정글 안으로 향했습니다. 위험 지역이라 유엔군 헬기도 두 대가 서로를 엄호해야만 다닐수 있습니다. 문명의 손길이 닿지 않는 적도의 이투리 숲. 가도가도 끝이 없는 원시의 자연, 정글 지대가 펼쳐집니다. 헬리콥터는 지금 아프리카의 열대우림 속으로 들어가고 있습니다. 위에서 내려다 본 숲은 얼핏 평화로와 보입니다. 하지만 숲 속으로 깊숙이 들어가면 들어갈 수록 곳곳에서 전쟁의 상처들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크고 작은 숲 사이로 쑥대밭이 된 마을들이 나타납니다. 멀리서 연기가 보이기 시작하더니 이내 반군들에 의해 불타는 마을들이 한 눈에 들어옵니다. 아직도 연기가 피어오르는 마을들을 지나.. 취재진은 반군들이 쓸고 지나간 한 마을을 찾았습니다. 콩고 동부의 맘마사 지역.. 무표정한 얼굴들.. 피그미들은 낯선 외부인에 긴장하는 모습이 역력합니다. <인터뷰>카브와르: "모든 것을 약탈 당했습니다. 모든 피그미들이 떠나고 있습니다." 몇달 전만해도 70여명에 이르던 이 마을의 인구는 40여명으로 줄었습니다. 마을 중간에 포탄이 떨어진뒤 무장 반군들이 쳐들어와서 주민들을 닥치는대로 학살했습니다. <인터뷰> "남편의 시신이 숲 속에 밤새 버려져 있었고 다음 날에야 시신을 수습해 땅에 묻었습니다." 맘바사 지역에서 3시간 거리에 있는 음부루쿠 마을.. 두 달전 약탈을 당했는데도 마을이 말끔해 보입니다. 집들이 모두 불에 타 버렸지만 나뭇잎으로 엮는 움집이라 새로 짓는데 몇시간 걸리지 않습니다. 피그미 주민들은 그 날만 생각하면 지금도 몸서리가 쳐집니다. 이 마을에 비극이 일어난 것은 지금과 같은 저녁 무렵이었습니다. 마을로 들이닥친 무장세력들은 주민들을 향해 무차별적으로 총을 쏘아댔습니다. 필사적으로 달아났던 남자들은 모두 살아남았습니다. 반군들의 손에 붙잡힌 것은 어린이와 여자들이었습니다. 하루 뒤, 반군들은 절구통을 사용해 어린이들을 무자비하게 살해했습니다. <인터뷰> "어린이 10여 명을 차례로 절구통에 머리를 넣게 한뒤 숨이 끊어질 때까지 찧었습니다." 부녀자들은 모두 숲 속으로 끌려갔습니다. <인터뷰>스테리아: "르완다 반군이 들이닥쳐 짐승처럼 겁탈했습니다. 저항하다가 어깨뼈가 부러졌습니다." <인터뷰>푸라하: "저는 15살인데 11살과 13살 여동생까지 저희 자매 3명을 모두 욕 보였습니다." 피그미 여인과 잠을 자면 몸의 병을 고칠수 있다는 터무니 없는 미신 때문입니다. 역시 적도에 위치한 코만다 지역.. 이곳에서는 차마 입에 담기 어려운 만행이 저질러졌습니다. 무장 반군은 어머니 앞에서 어린 두 딸을 산채로 삶아 먹었습니다. <인터뷰>아무자티: " 나는 그들이 사람 고기를 자르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들은 인육을 석쇠 위에 올려놓고 구웠습니다." 피그미족의 인육을 먹으면 보신할 수 있다는 어처구니 없는 미신 때문에 일어난 일이었습니다. <인터뷰> "그들은 피그미를 먹으면 힘이 생긴다고 말했습니다. 우리는 잡아먹힐까봐 공포에 질려 달아났습니다. " 열도우림에서 바깥으로 조금 떨어진 곳에 난민촌이 있습니다. 이 곳에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한 것은 여섯달 전부텁니다. 오로지 살아야 한다는 일념하나로 전쟁을 피해 온 난민들의 숫자가 이제 2천명을 넘어섰습니다. 죽음의 공포를 피해온 이들을 기다리는 것은질병과 굶주림입니다. 어린이들이 숲에서 풀을 뜯어오면 어머니는 죽을 끓입니다. <인터뷰>살폰 라쿤데(난민촌 추장): "먹을 것이 아무 것도 없습니다. 지난 7월부터 모든 인도적 지원이 끊겼습니다. 아무 대책이 없습니다." 숲속에서 잡은 벌레를 냄비에 끓여 먹기도 합니다. <녹취> "굼벵이에요, 맛 있어요." 피그미들은 난민촌에서도 가장 구석진 곳에 있습니다. 다른 난민들이 가까이 하려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한줄로 늘어서서 잔뜩 겁에 질려 서 있는 얼굴들... <인터뷰>자불론: "피그미를 잡아먹는 폭도들을 피해 왔습니다. 그들은 우리를 멸종시키려 하고 있습니다. " 밤마다 천연스럽게 춤 추고 노래하지만 오늘 하루도 두 사람의 장례를 치렀습니다. 한 사람은 말라리아로, 또 한사람은 굶어서 목숨이 사그러졌습니다. 광기 넘친 전쟁을 피해 온 인간으로서의 처절한 생존 본능 조차도 이들의 생명을 지켜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앵커 멘트> 이대로 가다가는 피그미족은 아마도 역사 속으로 사라질 지도 모르겠습니다. 국제 사회의 관심이 절실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다음주에는 피그미족에 대한 대량 학살이 과연 무엇을 노리는 누구에 의해 자행되고 있는 지를 심층 보도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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