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병 들어도 산재는 먼 얘기”…삼성전자 노동자들의 하소연

입력 2020.07.31 (06:49) 수정 2020.07.31 (06:53)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지난해 일터에서 사고 이외에 각종 질병으로 산재가 인정된 노동자 수만 만 5천 명에 달합니다.

이 가운데 천 백여 명은 숨졌습니다.

일하다 아프면 산재를 신청하는 건 노동자들의 정당한 권리입니다.

그런데 삼성전자의 한 국내 공장에선 일하다 아파도 산재 신청 내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고 합니다.

어떻게 된 일인지 박민철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세탁기와 냉장고 같은 생활 가전 제품을 주로 만드는 삼성전자 광주사업장입니다.

14년째 생산직 노동자로 일해 온 천 모 씨.

지난 2월 세탁기를 조립하다 자재를 싣는 차량에 허리를 치였고, 통증이 심해져 병원에서 시술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사고 한 달 뒤 병가 중이던 천 씨에게 사측 안전 관리자로부터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산재 신청을 하면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압박성 말이었습니다.

["신중히 잘 생각해. 우리 입장에서 보면 네가 그렇게 하면 여러모로 불리해지지. (저한테 안 좋아져요?) 고과도 그렇고... 그런 것들이 좀 안 좋아지니까."]

사측의 경고에도 산재를 신청하자 이번에는 직속 간부한테 비난을 들어야 했습니다.

[천○○/삼성전자 광주사업장 노동자/음성변조 : "파트장이 회식 자리에서 '산재 신청으로 인해 내가 사유서를 썼고, 내가 피해를 많이 봤다' 그런 식으로 말해서 어떻게 보면 직장 내 왕따를 유도하더라고요."]

습관성 어깨 탈골 증상이 있는 입사 16년 차 이 모 씨도 지난해 말 비슷한 경험을 했습니다.

사원을 대표하는 노사협의위원에게 산재 관련 면담을 신청했는데도 냉담한 반응만 돌아왔습니다.

[이○○/삼성전자 광주사업장 노동자/음성변조 : "(노사) 협의 위원한테 넌지시 물어봤죠. '이거 산재 처리해도 되겠냐?' 그런데 '생각도 하지 말아라' 답변이..."]

광주사업장 노동자 53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대부분인 49명이 근골격계 질병을 경험했다고 답변했습니다.

그러나 산재 신청자는 단 한 명도 없었습니다.

그 이유를 묻자 64%가 인사상 불이익이 우려돼서라고 응답했습니다.

사측의 회유와 압박 때문이라는 답변도 있었습니다.

[한창현/'사람과산재' 대표 노무사 : "(사측의) 압력과 회유, 또는 인사 고과의 불이익 이런 것 때문에 산재 신청을 실제로 못 하는 분위기가 조장됐다면 사실상 '산재 은폐'라고 봐도 되지 않을까..."]

산재 은폐가 확인된다면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형사 처벌될 수 있습니다.

삼성전자 측은 임직원이 산재를 신청할 경우 적극 지원해주고 있다며, 불이익을 주는 건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습니다.

KBS 뉴스 박민철입니다.

촬영기자:박상욱 유성주/영상편집:이태희/그래픽:박미주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골병 들어도 산재는 먼 얘기”…삼성전자 노동자들의 하소연
    • 입력 2020-07-31 06:52:01
    • 수정2020-07-31 06:53:33
    뉴스광장 1부
[앵커]

지난해 일터에서 사고 이외에 각종 질병으로 산재가 인정된 노동자 수만 만 5천 명에 달합니다.

이 가운데 천 백여 명은 숨졌습니다.

일하다 아프면 산재를 신청하는 건 노동자들의 정당한 권리입니다.

그런데 삼성전자의 한 국내 공장에선 일하다 아파도 산재 신청 내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고 합니다.

어떻게 된 일인지 박민철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세탁기와 냉장고 같은 생활 가전 제품을 주로 만드는 삼성전자 광주사업장입니다.

14년째 생산직 노동자로 일해 온 천 모 씨.

지난 2월 세탁기를 조립하다 자재를 싣는 차량에 허리를 치였고, 통증이 심해져 병원에서 시술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사고 한 달 뒤 병가 중이던 천 씨에게 사측 안전 관리자로부터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산재 신청을 하면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압박성 말이었습니다.

["신중히 잘 생각해. 우리 입장에서 보면 네가 그렇게 하면 여러모로 불리해지지. (저한테 안 좋아져요?) 고과도 그렇고... 그런 것들이 좀 안 좋아지니까."]

사측의 경고에도 산재를 신청하자 이번에는 직속 간부한테 비난을 들어야 했습니다.

[천○○/삼성전자 광주사업장 노동자/음성변조 : "파트장이 회식 자리에서 '산재 신청으로 인해 내가 사유서를 썼고, 내가 피해를 많이 봤다' 그런 식으로 말해서 어떻게 보면 직장 내 왕따를 유도하더라고요."]

습관성 어깨 탈골 증상이 있는 입사 16년 차 이 모 씨도 지난해 말 비슷한 경험을 했습니다.

사원을 대표하는 노사협의위원에게 산재 관련 면담을 신청했는데도 냉담한 반응만 돌아왔습니다.

[이○○/삼성전자 광주사업장 노동자/음성변조 : "(노사) 협의 위원한테 넌지시 물어봤죠. '이거 산재 처리해도 되겠냐?' 그런데 '생각도 하지 말아라' 답변이..."]

광주사업장 노동자 53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대부분인 49명이 근골격계 질병을 경험했다고 답변했습니다.

그러나 산재 신청자는 단 한 명도 없었습니다.

그 이유를 묻자 64%가 인사상 불이익이 우려돼서라고 응답했습니다.

사측의 회유와 압박 때문이라는 답변도 있었습니다.

[한창현/'사람과산재' 대표 노무사 : "(사측의) 압력과 회유, 또는 인사 고과의 불이익 이런 것 때문에 산재 신청을 실제로 못 하는 분위기가 조장됐다면 사실상 '산재 은폐'라고 봐도 되지 않을까..."]

산재 은폐가 확인된다면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형사 처벌될 수 있습니다.

삼성전자 측은 임직원이 산재를 신청할 경우 적극 지원해주고 있다며, 불이익을 주는 건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습니다.

KBS 뉴스 박민철입니다.

촬영기자:박상욱 유성주/영상편집:이태희/그래픽:박미주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