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가짜 박사학위 파문, 미술계 ‘충격’

입력 2007.07.13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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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어제 전해드린 동국대 신정아 교수의 가짜 학위 파문이 커지고 있습니다.

광주비엔날레 조직위도 신정아씨의 공동 예술 감독 선임을 철회했습니다.

임세흠 기자, 박사학위증이 가짜로 드러나면서 미술계가 큰 충격에 휩싸였는데 파장이 커지고 있습니다.

<리포트>

네, 화려한 외국대학의 박사학위증. 30대 중반의 대학교수라는 직함으로 쟁쟁한 경쟁자를 물리치고, 국제 행사인 광주 비엔날레의 공동 예술 감독으로 내정됐던 신정아씨는, 결국 그녀의 박사 학력이 가짜로 드러나면서 예술 감독직이 취소됐습니다.

조직위에선 몰랐다고 하지만, 이미 미술계에서는 수 년 전부터 신 씨의 이력에 의혹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알면서도 쉬쉬하는 동안, 신 씨의 거짓말도 점점 대담해졌습니다.

지난 4일, 광주비엔날레 조직위원회는 2007광주비엔날레 공동 예술 감독으로 신정아 동국대학교 교수와 나이지리아 출신 오쿠이 엔위저씨를 의결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쟁쟁한 경쟁자를 물리치고, 당당히 감독직에 내정된 35살의 신정아씨.

무엇보다 그녀의 화려한 학력과 이력이 높은 점수를 받았습니다.

<녹취>광주비엔날레 조직위 관계자 : “동국대에다가도 교수가 맞는지 사실 확인도 했고, 학예연구실장인지 아닌지 제가 직접 가보니까 맞더라고요. 예일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것을 검증했을 거 아니냐...(동국대)학교 쪽에서 검증을 직접 했다니까...”

하지만 신 씨의 선발을 두고 말이 많았습니다.

2차 선정위에서 고작 1표밖에 얻지 못한 신 씨가 최종 후보에 오르고, 공정성을 위해 내부 규정으로 정한 후보자의 ‘전시 제안’도 평가에서 제외됐습니다.

<녹취>광주지역 예술인: “(감독후보) 9명 전체한테 기회를 주겠다 (하고) 제안 설명회라든가 이런 절차 같은 거 없이 진행을 했고요, 신정아씨를 어느 순간에 샛별처럼 등장을 시킨 거예요.”

신 씨가 광주비엔날레의 예술 감독으로 내정됐다는 소식에 더 놀란 것은 미술계 관계자들입니다.

어떻게 그렇게 큰 국제행사를 신 씨에게 맡길 수 있냐는 반응입니다.

신 씨 이력에 문제가 많다는 것입니다.

<녹취>00미술관 큐레이터: “어처구니가 없네요. 실력도 없이 사기 행각을 벌이니 문제가 되지요. 부끄러운 현실이죠.”

<녹취>00미술관 큐레이터: “기획자로서 쳐주지 않는 사람인데 그렇게 감독으로 일을 한다는 자체가 신정아씨 같은 경우는 웬만큼 거짓말을 해도 검증도 안 되고, 그냥 승승장구하니까 계속 여기까지 왔던 거니까.”

무엇보다 의혹이 끊이지 않은 것은 신 씨의 화려한 학력이었습니다.

서울대 미대를 중퇴하고, 94년 미국 캔자스대학교에서 서양화와 판화를 복수전공해 학사학위를 땄다는 신씨.

95년에는 1년 만에 캔자스주립대에서 경영학 석사를 받은 뒤 96년부터는 국내활동 중에 미국을 오가며 예일대에서 박사학위까지 받았다는 것입니다.

<녹취>00대학 교수: “비행기 타고 왔다 갔다 한다 그러더라고요. 예일대 박사과정 다니고 있다고... 그런데 가짜란 얘기가 벌써 작년 연말부터 나돌았어요.”

<인터뷰>장진성(교수/서울대학교) : “(신 씨) 본인 주장은 1996년도에 입학해서 2005년까지 (예일대) 학교를 다녔다고 하는데, (같은 시기) 제가 학교 다닐 때 저 이외에 예일대에 미술사학과에는 한국인은 없었습니다.”

이렇게 신 씨에 대한 의혹이 많았지만, 신 씨를 예술 감독으로 내정한 광주비엔날레 조직위는 전혀 몰랐다고 합니다.

로비, 외압설까지 나오는 상황이지 만, 신 씨를 추천한 사람이 누군지는 밝힐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녹취>한갑수(이사장/(재)광주비엔날레): “신정아씨를 추천한 분이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양해를 구하는 것은 그 추천한 분은 설령 제 리더십에 흠이 가더라도 공개할 수 없습니다.”

지난 2005년 동국대학교 교수임용에 신 씨가 특채 선발된 과정도 석연치 않습니다.

가짜 학력 소문이 무성한 신 씨가 대학교수까지 된다고 하자, 학계에서는 신 씨의 학력검증을 요구했습니다.

<녹취>대학미술협회 관계자: “의혹이 있다, (학위를) 받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 얘기들은 항간에 다 아는 얘기들이었고, 그 친구가 교수임용이 된다고 하니까 학위가 없다고 하면 문제가 커질 테니까. 그래서 알아보기 시작한 거죠.”

하지만 신 씨는 예일대학 미술사학과에서 받았다는 논문과 박사학위증을 대학에 제출해 별 문제없이 교수로 임용됐습니다.

당시 미술대학 교수들의 반대가 심해지자, 신 씨는 신임교수로서는 예외적으로 임용직후 휴직을 하고, 6개월 뒤에는 교양교육원 소속으로 옮겨 복직했습니다.

<녹취>대학미술협회 관계자: “미대에서 반대하니까 교양교육원교수로 임용하게 된 거죠. 동국대 교수들조차도 놀라고 그러더라고요.”

교수 임용 시 신 씨가 제출한 논문은 애초에 예일대학 박사학위 논문의 형식부터 지키지 않은 것이었습니다.

예일대 미술사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한 교수는 신 씨 논문의 겉표지만 보고도 예일대 논문이 아니라며 조목조목 지적합니다.

<인터뷰>장진성(교수/서울대학교): “(예일대) 박사논문 첫 페이지에 해당되는 부분인데요. 지도교수 이름이 들어가야 하고, 그 밑에 제출날짜가 들어가야 합니다. 신정아씨의 박사학위 논문은 담당 지도교수 이름이 빠져 있습니다. 아울러 저작권 표기 사항은 첫 번째 표지에 실리는 것이 아니라 두 번째 장에 쓰게 금 돼 있습니다. 신정아 교수의 논문은 (저작권표기가) 첫 장에 나와 있습니다.”

이런 신 씨의 논문은 지난 1981년 버지니아대 박사 학위를 받은 그리스 유학생의 논문과 제목에서 목차까지 너무나 흡사합니다.

얼핏 같은 논문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인데, 근현대 서양미술사 전공자들에게 꽤 유명한 이 논문을 신 씨는 거의 베끼다시피 한 것입니다.

지난 6월 중순, 신 씨를 둘러싼 가짜 학력과 논문표절 의혹을 제기하는 취재진에게 신 씨는 학교에서 이미 검증을 거친 일이라며 부인했었습니다.

<인터뷰>신정아(교수/동국대학교): "만약 문제가 있다면, 진작 학교에서 쫓겨났지 이렇게 학교 다닐 수 없는 거 아닌가요? (논문 교수님이 직접 쓰신 거 맞나요?) 네. 똑같고, 안 똑 같은 건 제가 알바 아닌 거고 제가 (예일대) 이 학교에서 학위를 받았고, (동국대) 학교에 들어올 때 제가 받은 학위로 들어왔고, 저는 그거면 충분히 확인됐다고 보거든요."

하지만 지난 5일, 그동안 신 씨의 학력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던 동국대 측은 예일대 측에 요청 확인한 결과 신 씨의 박사학위가 거짓인 것을 확인했다고 공식 발표했습니다.

<인터뷰>이상일(학사지원본부장/동국대학교): "예일대학교는 신 교수가 미술사학 전공의 박사학위를 수여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예일대학교 학생으로 등록한 기록이 없다고 알려왔습니다."

위조된 가짜 학위증과 베껴 쓴 논문으로 고학력자 행세를 하며 우리나라 학계와 예술계를 발칵 뒤집어놓은 신 씨 사건은 만연한 학벌주의 풍토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신정아 씨는 이르면 오늘 귀국해 기자회견을 갖고 자신의 입장을 밝힐 예정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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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7-07-13 08:3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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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어제 전해드린 동국대 신정아 교수의 가짜 학위 파문이 커지고 있습니다. 광주비엔날레 조직위도 신정아씨의 공동 예술 감독 선임을 철회했습니다. 임세흠 기자, 박사학위증이 가짜로 드러나면서 미술계가 큰 충격에 휩싸였는데 파장이 커지고 있습니다. <리포트> 네, 화려한 외국대학의 박사학위증. 30대 중반의 대학교수라는 직함으로 쟁쟁한 경쟁자를 물리치고, 국제 행사인 광주 비엔날레의 공동 예술 감독으로 내정됐던 신정아씨는, 결국 그녀의 박사 학력이 가짜로 드러나면서 예술 감독직이 취소됐습니다. 조직위에선 몰랐다고 하지만, 이미 미술계에서는 수 년 전부터 신 씨의 이력에 의혹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알면서도 쉬쉬하는 동안, 신 씨의 거짓말도 점점 대담해졌습니다. 지난 4일, 광주비엔날레 조직위원회는 2007광주비엔날레 공동 예술 감독으로 신정아 동국대학교 교수와 나이지리아 출신 오쿠이 엔위저씨를 의결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쟁쟁한 경쟁자를 물리치고, 당당히 감독직에 내정된 35살의 신정아씨. 무엇보다 그녀의 화려한 학력과 이력이 높은 점수를 받았습니다. <녹취>광주비엔날레 조직위 관계자 : “동국대에다가도 교수가 맞는지 사실 확인도 했고, 학예연구실장인지 아닌지 제가 직접 가보니까 맞더라고요. 예일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것을 검증했을 거 아니냐...(동국대)학교 쪽에서 검증을 직접 했다니까...” 하지만 신 씨의 선발을 두고 말이 많았습니다. 2차 선정위에서 고작 1표밖에 얻지 못한 신 씨가 최종 후보에 오르고, 공정성을 위해 내부 규정으로 정한 후보자의 ‘전시 제안’도 평가에서 제외됐습니다. <녹취>광주지역 예술인: “(감독후보) 9명 전체한테 기회를 주겠다 (하고) 제안 설명회라든가 이런 절차 같은 거 없이 진행을 했고요, 신정아씨를 어느 순간에 샛별처럼 등장을 시킨 거예요.” 신 씨가 광주비엔날레의 예술 감독으로 내정됐다는 소식에 더 놀란 것은 미술계 관계자들입니다. 어떻게 그렇게 큰 국제행사를 신 씨에게 맡길 수 있냐는 반응입니다. 신 씨 이력에 문제가 많다는 것입니다. <녹취>00미술관 큐레이터: “어처구니가 없네요. 실력도 없이 사기 행각을 벌이니 문제가 되지요. 부끄러운 현실이죠.” <녹취>00미술관 큐레이터: “기획자로서 쳐주지 않는 사람인데 그렇게 감독으로 일을 한다는 자체가 신정아씨 같은 경우는 웬만큼 거짓말을 해도 검증도 안 되고, 그냥 승승장구하니까 계속 여기까지 왔던 거니까.” 무엇보다 의혹이 끊이지 않은 것은 신 씨의 화려한 학력이었습니다. 서울대 미대를 중퇴하고, 94년 미국 캔자스대학교에서 서양화와 판화를 복수전공해 학사학위를 땄다는 신씨. 95년에는 1년 만에 캔자스주립대에서 경영학 석사를 받은 뒤 96년부터는 국내활동 중에 미국을 오가며 예일대에서 박사학위까지 받았다는 것입니다. <녹취>00대학 교수: “비행기 타고 왔다 갔다 한다 그러더라고요. 예일대 박사과정 다니고 있다고... 그런데 가짜란 얘기가 벌써 작년 연말부터 나돌았어요.” <인터뷰>장진성(교수/서울대학교) : “(신 씨) 본인 주장은 1996년도에 입학해서 2005년까지 (예일대) 학교를 다녔다고 하는데, (같은 시기) 제가 학교 다닐 때 저 이외에 예일대에 미술사학과에는 한국인은 없었습니다.” 이렇게 신 씨에 대한 의혹이 많았지만, 신 씨를 예술 감독으로 내정한 광주비엔날레 조직위는 전혀 몰랐다고 합니다. 로비, 외압설까지 나오는 상황이지 만, 신 씨를 추천한 사람이 누군지는 밝힐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녹취>한갑수(이사장/(재)광주비엔날레): “신정아씨를 추천한 분이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양해를 구하는 것은 그 추천한 분은 설령 제 리더십에 흠이 가더라도 공개할 수 없습니다.” 지난 2005년 동국대학교 교수임용에 신 씨가 특채 선발된 과정도 석연치 않습니다. 가짜 학력 소문이 무성한 신 씨가 대학교수까지 된다고 하자, 학계에서는 신 씨의 학력검증을 요구했습니다. <녹취>대학미술협회 관계자: “의혹이 있다, (학위를) 받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 얘기들은 항간에 다 아는 얘기들이었고, 그 친구가 교수임용이 된다고 하니까 학위가 없다고 하면 문제가 커질 테니까. 그래서 알아보기 시작한 거죠.” 하지만 신 씨는 예일대학 미술사학과에서 받았다는 논문과 박사학위증을 대학에 제출해 별 문제없이 교수로 임용됐습니다. 당시 미술대학 교수들의 반대가 심해지자, 신 씨는 신임교수로서는 예외적으로 임용직후 휴직을 하고, 6개월 뒤에는 교양교육원 소속으로 옮겨 복직했습니다. <녹취>대학미술협회 관계자: “미대에서 반대하니까 교양교육원교수로 임용하게 된 거죠. 동국대 교수들조차도 놀라고 그러더라고요.” 교수 임용 시 신 씨가 제출한 논문은 애초에 예일대학 박사학위 논문의 형식부터 지키지 않은 것이었습니다. 예일대 미술사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한 교수는 신 씨 논문의 겉표지만 보고도 예일대 논문이 아니라며 조목조목 지적합니다. <인터뷰>장진성(교수/서울대학교): “(예일대) 박사논문 첫 페이지에 해당되는 부분인데요. 지도교수 이름이 들어가야 하고, 그 밑에 제출날짜가 들어가야 합니다. 신정아씨의 박사학위 논문은 담당 지도교수 이름이 빠져 있습니다. 아울러 저작권 표기 사항은 첫 번째 표지에 실리는 것이 아니라 두 번째 장에 쓰게 금 돼 있습니다. 신정아 교수의 논문은 (저작권표기가) 첫 장에 나와 있습니다.” 이런 신 씨의 논문은 지난 1981년 버지니아대 박사 학위를 받은 그리스 유학생의 논문과 제목에서 목차까지 너무나 흡사합니다. 얼핏 같은 논문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인데, 근현대 서양미술사 전공자들에게 꽤 유명한 이 논문을 신 씨는 거의 베끼다시피 한 것입니다. 지난 6월 중순, 신 씨를 둘러싼 가짜 학력과 논문표절 의혹을 제기하는 취재진에게 신 씨는 학교에서 이미 검증을 거친 일이라며 부인했었습니다. <인터뷰>신정아(교수/동국대학교): "만약 문제가 있다면, 진작 학교에서 쫓겨났지 이렇게 학교 다닐 수 없는 거 아닌가요? (논문 교수님이 직접 쓰신 거 맞나요?) 네. 똑같고, 안 똑 같은 건 제가 알바 아닌 거고 제가 (예일대) 이 학교에서 학위를 받았고, (동국대) 학교에 들어올 때 제가 받은 학위로 들어왔고, 저는 그거면 충분히 확인됐다고 보거든요." 하지만 지난 5일, 그동안 신 씨의 학력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던 동국대 측은 예일대 측에 요청 확인한 결과 신 씨의 박사학위가 거짓인 것을 확인했다고 공식 발표했습니다. <인터뷰>이상일(학사지원본부장/동국대학교): "예일대학교는 신 교수가 미술사학 전공의 박사학위를 수여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예일대학교 학생으로 등록한 기록이 없다고 알려왔습니다." 위조된 가짜 학위증과 베껴 쓴 논문으로 고학력자 행세를 하며 우리나라 학계와 예술계를 발칵 뒤집어놓은 신 씨 사건은 만연한 학벌주의 풍토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신정아 씨는 이르면 오늘 귀국해 기자회견을 갖고 자신의 입장을 밝힐 예정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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