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24 이슈] 애플과 맞먹는 범죄조직 이탈리아 마피아

입력 2014.07.04 (18:09) 수정 2014.07.07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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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미국 암흑가의 보스로 군림한 이 남성은, 이탈리아 남부의 시칠리아 출신입니다.

재력과 조직력을 동원해 사람들의 갖가지 고민을 해결해 사람들은 그를 ‘대부’라고 부르는데요,

영화 <대부>의 주인공은 흔히들 말하는 ‘마피아’의 전형적인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교황청이 이탈리아 마피아와 한바탕 전쟁을 치르고 있습니다.

'악의 조직'으로 지목된 마피아, 어떤 조직이고 어떻게 진화하고 있는지 국제부 정창화 기자와 알아봅니다.

<질문>
교황이 지난 달 마피아의 본거지를 직접 찾아가 전쟁을 선포하면서 가톨릭과 마피아의 전쟁이 시작됐죠?

<답변>
그렇습니다.

프랑치스코 교황은 취임 이후 마피아에 대한 비난을 이어왔는데요,

때문에 보복공격이 있을 거라는 우려도 있었지만 교황은 아랑곳하지 않았습니다.

지난 달 21일, 프란치스코 교황은 칼라브리아 주의 작은 마을인 카사노 알로 이오니오를 방문했습니다.

이탈리아 3대 마피아 중 하나인 은드란게타의 본거지로 알려진 곳인데요,

교황은 20만 명이 모인 미사에서 마피아를 악을 숭배하는 집단이라고 강력하게 비난했습니다.

<녹취> 프란치스코(교황) "악의 길을 가고 있는 마피아 같은 이들은 신과 교감을 하지 않고 있으며 교회에서 파문됐습니다."

이 발언은 원고에 없던 즉흥 연설로, 교황이 마피아에게 파문이란 표현을 쓴 건 처음입니다.

말 그대로 마피아와의 전쟁을 선포한 사건이었습니다 .

<질문>
교황이 이렇게 강경 발언을 하게 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 같은데요, 뭔가요?

<답변>
네, 마약과 무기 밀매는 물론이고 어린 아이까지 살인하는 등 비인도적인 행동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올해 초 세 살배기 소년이 마피아에 의해 무참히 살해된 사건이 직접적인 계기가 됐습니다.

지난 1월 칼라브리아의 작은 마을에서 벌어진 일인데요,

이 3살배기 아이는 마피아와 연루된 할아버지와 함께 불에 완전히 탄 채 자동차 안에서 발견됐는데요,

어른들 싸움에 죄 없는 어린아이가 참혹하게 죽었기 때문에 이탈리아 시민들이 분노했습니다.

<녹취> 프란치스코 몰로 (이탈리아 기자) : "(경찰은) 할아버지가 마약 대금을 갚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질문>
이탈리아 마피아는 국제 테러단체 알케에다처럼 은밀하게 점조직으로 연결돼 있다는 지적이 있더군요.

어떤 조직들이 있습니까?

<답변>
네, 이탈리아에 본거지를 두고 있는 마피아 조직은 크게 4개 정도로 알려져 있는데요,

가장 오래된 건 '코사 노스트라'라는 조직입니다.

'우리들의 것'이라는 의미로, 마피아 수사와 관련된 검사와 판사들을 보복 암살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조직원의 혈통을 중시해, 마피아의 본가로 불리기도 하죠.

나폴리가 있는 캄파냐 지방에는 담배 밀수로 성장한 '카모라'가 있는데요,

호화 주택이나 스포츠카 등으로 사치스러운 생활을 과시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현재 가장 두드러지는 조직은 '은드란게타'인데요,

이탈리아 남부의 카탄차로에 기반을 두고 있습니다.

'용기'라는 뜻인데요.

세계 30개국에 약 300개의 지부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풀리아 지방의 마피아 '사크라 코로나 우니타'도 잘 알려진 마피아 조직입니다.

'조직은 성스럽다'는 의미로, 지역 정치권과 기업에 밀착해 이권을 얻는 마피아 단쳅니다.

<질문>
그렇다면 현재 프란치스코 교황 이전에는 마피아와 교황청의 관계가 좋았나요?

<답변>
사실 과거에도 유착설이 자주 제기됐죠. 그래서 이번에 프란치스코 교황이 마피아와의 전쟁에 나선 것은 오래도록 이어져 온 교황청과 마피아 간의 연결고리를 끊기 위해서다, 이런 분석이 나올 정돕니다.

교황청과 마피아의 유착은 19세기 이탈리아 통일 과정에서 시작됐다는 설이 유력한데요.

교황의 영지를 빼앗기는 등 권력이 급격히 위축된 교황청이 지역사회를 장악하고 있던 마피아와 손을 잡았다는 것입니다.

이후에도 마피아가 바티칸 은행을 불법 자금 세탁 창구로 활용한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등 교황청과 마피아 간 유착설은 끊이지 않았습니다.

이에 프란치스코 교황은 취임 3개월째인 지난해 6월, 바티칸 은행 개혁위원회를 설치해 마피아 자금 유입을 차단하고 나섰습니다.

지난 3월에는 현직 교황으로는 처음으로 마피아 희생자 추모 미사에 참석했는데요, 마피아의 표적이 됐다는 말이 본격적으로 나오면서 국제사회의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녹취> 마르코 폴리티(바티칸 측 검사) : "이 점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교황께서 교회 내부를 투명하게 하고 사회와의 관계를 깨끗하게 하겠다고 하신 게 많은 사람들을 화나게 만든 거죠."

<질문>
원래 마피아는 시칠리아 사람들이 다른 민족의 침입에 대항하기 위해 만든 소박한 공동체였다는데....

지금은 엄청난 규모의 기업형 조직으로 진화하고 있죠?

<답변>
그렇습니다. 마피아가 범죄 조직으로 본격적인 행보를 걷기 시작한 후, 국내외 정세 변화에 따른 격동기를 거치면서 몸집을 불려 기업화 한 겁니다.

사실상 통제 불능 상태에 이른 것이죠.

'사크라 코로나 우니타’를 제외한 이탈리아 3대 마피아 조직의 한 해 매출액은 약 161조 원입니다.

글로벌 기업 애플의 지난해 총 매출액과 맞먹는 수준입니다.

이 가운데 가장 돋보이는 건 '은드란게타' 조직인데요, 그 규모가 엄청납니다.

지난해 이들이 모은 돈은 530억 유로, 우리 돈 78조 원이 넘습니다.

이탈리아 국내총생산의 약 3.5%를 차지하는 수준인데요,

맥도널드와 독일 도이체방크의 수익을 합친 것보다 많습니다.

<기자 멘트>

이탈리아에선 갓난아기가 세례를 받을 때 실제 부모가 대부와 대모를 지명하는데요.

최근 이탈리아 대주교가 이런 '대부' 지명 의례를 10년 동안 중단하자는 제안을 했습니다.

가톨릭의 대부제가 마피아 조직원 간의 유대감을 형성하는데 악용돼 왔다는 판단 때문인데요.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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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24 이슈] 애플과 맞먹는 범죄조직 이탈리아 마피아
    • 입력 2014-07-04 19:15:42
    • 수정2014-07-07 11:01:25
    글로벌24
<앵커 멘트>

미국 암흑가의 보스로 군림한 이 남성은, 이탈리아 남부의 시칠리아 출신입니다.

재력과 조직력을 동원해 사람들의 갖가지 고민을 해결해 사람들은 그를 ‘대부’라고 부르는데요,

영화 <대부>의 주인공은 흔히들 말하는 ‘마피아’의 전형적인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교황청이 이탈리아 마피아와 한바탕 전쟁을 치르고 있습니다.

'악의 조직'으로 지목된 마피아, 어떤 조직이고 어떻게 진화하고 있는지 국제부 정창화 기자와 알아봅니다.

<질문>
교황이 지난 달 마피아의 본거지를 직접 찾아가 전쟁을 선포하면서 가톨릭과 마피아의 전쟁이 시작됐죠?

<답변>
그렇습니다.

프랑치스코 교황은 취임 이후 마피아에 대한 비난을 이어왔는데요,

때문에 보복공격이 있을 거라는 우려도 있었지만 교황은 아랑곳하지 않았습니다.

지난 달 21일, 프란치스코 교황은 칼라브리아 주의 작은 마을인 카사노 알로 이오니오를 방문했습니다.

이탈리아 3대 마피아 중 하나인 은드란게타의 본거지로 알려진 곳인데요,

교황은 20만 명이 모인 미사에서 마피아를 악을 숭배하는 집단이라고 강력하게 비난했습니다.

<녹취> 프란치스코(교황) "악의 길을 가고 있는 마피아 같은 이들은 신과 교감을 하지 않고 있으며 교회에서 파문됐습니다."

이 발언은 원고에 없던 즉흥 연설로, 교황이 마피아에게 파문이란 표현을 쓴 건 처음입니다.

말 그대로 마피아와의 전쟁을 선포한 사건이었습니다 .

<질문>
교황이 이렇게 강경 발언을 하게 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 같은데요, 뭔가요?

<답변>
네, 마약과 무기 밀매는 물론이고 어린 아이까지 살인하는 등 비인도적인 행동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올해 초 세 살배기 소년이 마피아에 의해 무참히 살해된 사건이 직접적인 계기가 됐습니다.

지난 1월 칼라브리아의 작은 마을에서 벌어진 일인데요,

이 3살배기 아이는 마피아와 연루된 할아버지와 함께 불에 완전히 탄 채 자동차 안에서 발견됐는데요,

어른들 싸움에 죄 없는 어린아이가 참혹하게 죽었기 때문에 이탈리아 시민들이 분노했습니다.

<녹취> 프란치스코 몰로 (이탈리아 기자) : "(경찰은) 할아버지가 마약 대금을 갚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질문>
이탈리아 마피아는 국제 테러단체 알케에다처럼 은밀하게 점조직으로 연결돼 있다는 지적이 있더군요.

어떤 조직들이 있습니까?

<답변>
네, 이탈리아에 본거지를 두고 있는 마피아 조직은 크게 4개 정도로 알려져 있는데요,

가장 오래된 건 '코사 노스트라'라는 조직입니다.

'우리들의 것'이라는 의미로, 마피아 수사와 관련된 검사와 판사들을 보복 암살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조직원의 혈통을 중시해, 마피아의 본가로 불리기도 하죠.

나폴리가 있는 캄파냐 지방에는 담배 밀수로 성장한 '카모라'가 있는데요,

호화 주택이나 스포츠카 등으로 사치스러운 생활을 과시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현재 가장 두드러지는 조직은 '은드란게타'인데요,

이탈리아 남부의 카탄차로에 기반을 두고 있습니다.

'용기'라는 뜻인데요.

세계 30개국에 약 300개의 지부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풀리아 지방의 마피아 '사크라 코로나 우니타'도 잘 알려진 마피아 조직입니다.

'조직은 성스럽다'는 의미로, 지역 정치권과 기업에 밀착해 이권을 얻는 마피아 단쳅니다.

<질문>
그렇다면 현재 프란치스코 교황 이전에는 마피아와 교황청의 관계가 좋았나요?

<답변>
사실 과거에도 유착설이 자주 제기됐죠. 그래서 이번에 프란치스코 교황이 마피아와의 전쟁에 나선 것은 오래도록 이어져 온 교황청과 마피아 간의 연결고리를 끊기 위해서다, 이런 분석이 나올 정돕니다.

교황청과 마피아의 유착은 19세기 이탈리아 통일 과정에서 시작됐다는 설이 유력한데요.

교황의 영지를 빼앗기는 등 권력이 급격히 위축된 교황청이 지역사회를 장악하고 있던 마피아와 손을 잡았다는 것입니다.

이후에도 마피아가 바티칸 은행을 불법 자금 세탁 창구로 활용한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등 교황청과 마피아 간 유착설은 끊이지 않았습니다.

이에 프란치스코 교황은 취임 3개월째인 지난해 6월, 바티칸 은행 개혁위원회를 설치해 마피아 자금 유입을 차단하고 나섰습니다.

지난 3월에는 현직 교황으로는 처음으로 마피아 희생자 추모 미사에 참석했는데요, 마피아의 표적이 됐다는 말이 본격적으로 나오면서 국제사회의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녹취> 마르코 폴리티(바티칸 측 검사) : "이 점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교황께서 교회 내부를 투명하게 하고 사회와의 관계를 깨끗하게 하겠다고 하신 게 많은 사람들을 화나게 만든 거죠."

<질문>
원래 마피아는 시칠리아 사람들이 다른 민족의 침입에 대항하기 위해 만든 소박한 공동체였다는데....

지금은 엄청난 규모의 기업형 조직으로 진화하고 있죠?

<답변>
그렇습니다. 마피아가 범죄 조직으로 본격적인 행보를 걷기 시작한 후, 국내외 정세 변화에 따른 격동기를 거치면서 몸집을 불려 기업화 한 겁니다.

사실상 통제 불능 상태에 이른 것이죠.

'사크라 코로나 우니타’를 제외한 이탈리아 3대 마피아 조직의 한 해 매출액은 약 161조 원입니다.

글로벌 기업 애플의 지난해 총 매출액과 맞먹는 수준입니다.

이 가운데 가장 돋보이는 건 '은드란게타' 조직인데요, 그 규모가 엄청납니다.

지난해 이들이 모은 돈은 530억 유로, 우리 돈 78조 원이 넘습니다.

이탈리아 국내총생산의 약 3.5%를 차지하는 수준인데요,

맥도널드와 독일 도이체방크의 수익을 합친 것보다 많습니다.

<기자 멘트>

이탈리아에선 갓난아기가 세례를 받을 때 실제 부모가 대부와 대모를 지명하는데요.

최근 이탈리아 대주교가 이런 '대부' 지명 의례를 10년 동안 중단하자는 제안을 했습니다.

가톨릭의 대부제가 마피아 조직원 간의 유대감을 형성하는데 악용돼 왔다는 판단 때문인데요.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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