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인도인 출입 금지”…이태원 인종차별 논란

입력 2017.06.08 (08:36) 수정 2017.06.08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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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서울 이태원하면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들이 모이는 곳으로 잘 알려졌죠.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이나 관광객들이 자주 찾는 곳입니다.

그런데 최근 인도 국적의 한 20대 청년이 주말 밤 이곳을 찾았다가 황당한 경험을 했습니다.

다른 국적의 친구들과 함께 한 식당을 찾았는데, 보안요원이 출입을 막았습니다.

이유를 물어보니 인도인은 출입할 수 없는 게 규정이라고 했다는데요.

한국이 좋아 한국어를 전공하고, 한국 대학원에 진학한 청년은 출입 제한을 인종 차별로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그날 밤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현장을 한번 따라가 보겠습니다.

<리포트>

지난 3일 서울 이태원의 한 식당 앞입니다.

손님과 보안 요원 사이에 실랑이가 벌어집니다.

<녹취> 손님: “인도인은 왜 안 돼요?”

<녹취> 보안요원: “규칙이에요. 카자흐스탄, 파키스탄, 몽골, 사우디, 이집트 사람들은 안 됩니다.”

<녹취> 손님: “경찰을 불러도 되나요?”

<녹취> 보안요원: “네?”

<녹취> 손님:“경찰을 불러도 되나요?”

<녹취> 보안요원: “경찰이요? 부르세요. 지금 바로 부르세요.”

손님과 보안 요원 사이에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영상 속 식당을 찾았던 손님은 키슬라이 쿠마르 씨와 두먼 얀 씨.

한 대학의 석사 과정을 밟고 있는 학생들로 주말 밤 이 식당을 찾았습니다.

손님이 많아 10여 분 동안 줄은 선 끝에 입장 순서가 됐는데, 어떻게 된 일인지 보안 요원이 쿠마르 씨의 출입을 막아섰습니다.

<녹취> 두먼 얀(프랑스): “총 6명이 함께 있었고 러시아, 콜롬비아, 아프가니스탄, 인도, 프랑스, 캐나다 국적을 가지고 있었어요.”

<녹취> 키슬라이 쿠마르(인도 유학생): “친구들이 제 앞에 서 있고 저는 맨 끝에 서 있었죠. 친구들은 모두 신분증 검사를 통과해 안으로 들어갔지만 저는 입장할 수 없었어요.”

여권을 확인한 보안 요원 갑자기 식당 출입을 제지했다는 게 쿠마르 씨의 얘깁니다.

<녹취> 두먼 얀: “친구가 있는 곳으로 가서 경호원에게 무슨 문제가 있냐고 물었더니 인도인이라서 입장이 안 된다고 했어요.”

이유를 묻자 이런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녹취> 보안요원(음성변조): “파키스탄, 카자흐스탄, 사우디아라비아, 인도, 이집트, 몽골, 사람은 입장이 안 됩니다.”

<녹취> 손님: “왜죠?”

<녹취> 보안요원(음성변조): “여기 규칙이에요.”

특정 국적의 여권을 소지했다고 해서 출입이 안 된다는 건데 쿠마르 씨는 인종 차별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한국이 좋아 인도에서 한국어를 전공하고 2년 전 한국의 한 대학원으로 진학한 쿠마르씨.

한국에서 처음 겪는 이런 일이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인터뷰> 키슬라이 쿠마르(인도 유학생) :“기분이 안 좋았고 상당히 복잡한 심경이었어요. 제 뒤로 줄을 서 있던 사람 중에 왜 저만 입장을 거부당해야 하는지 무척 화가 났어요. 그 당시에는 마치 범법자로 취급받고 비인간적인 대우를 받는다고 느꼈어요.”

같은 일행인 두먼 얀 씨는 그날 있었던 일을 SNS에 올렸습니다.

<인터뷰> 두먼 얀: “저희는 이런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에 사람들이 이 영상을 보고 스스로 이런 상황이 정당한 일인지 판단하기를 바랐어요.”

영상이 공개되자 SNS에선 해당 식당을 비판하는 글이 줄을 이었습니다.

해당 식당에서 같은 경험을 했다는 글도 올라왔습니다.

SNS에서 비판 여론이 들끓자 해당 업체는 사과문을 올렸습니다.

용역 업체를 통해 고용한 보안 요원의 행동에 식당 측도 당혹스럽다는 입장입니다.

<녹취> 식당 관계자(음성변조): “문제가 일어나는 걸 방지하기 위해 보안 용역업체를 쓰는데 저희는 입구에서 신분증 확인만 해요. 왜냐면 미성년자 (출입 금지) 때문에요. 그런데 이런 문제가 있다는 건 이번에 알았거든요.”

미성년자나 취객들의 출입을 제한할 뿐, 특정 국적의 손님을 막으라고 지시한 적은 없다는 게 식당 측의 설명입니다.

그런데 이태원 등지에선 이런 비슷한 경험을 했다는 외국인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는데요.

<인터뷰> 샘 (한국 생활 3년): “쉬는 날 이태원에 와서 클럽에 가려고 했는데 여기 클럽이 여러 군데 있는데 안 된대요. 외국인 안 된대요. 이집트, 사우디아라비아, 두바이, 모로코, 인도, 파키스탄 이런 나라는 안된다고 했어요.”

특히 중동이나 동남아 국적을 가진 외국인들이 차별을 경험했다고 말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인터뷰> 최향섭 (국민대 문화사회학 교수): “경제적으로 우월한 국가의 인종들에게는 굉장히 관대한 반면에 노동자 계층이 많고 경제적으로 조금 덜 우월한 동남아시아나 서남아시아의 사람들에게 가진 편견 같은 것들이 아주 극단적으로 나타난 사례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문제의 영상 속에서 한 가지 더 눈여겨볼 대목이 있습니다.

<녹취> 보안요원: “카자흐스탄, 파키스탄, 몽골, 사우디, 이집트 사람들은 안 됩니다.”

<녹취> 손님: “경찰을 불러도 되나요?”

<녹취> 보안요원: “네?”

<녹취> 손님: “경찰을 불러도 되나요?

<녹취> 보안요원: “경찰이요? 부르세요. 지금 바로 부르세요.”

경찰에 신고하겠다는 말에도 보안요원은 더 당당하게 나왔는데, 이유가 있었습니다.

<녹취> 경찰(음성변조): ((출입금지 당했다는) 외국인들의 신고가 안 들어오나요?) “그런 신고는 지금까지 없었어요. 그건 업소 내부 방침이에요. 한국 사람도 못 들어가는 사람 많아요.”

업소에서 출입 금지 같은 인종 차별을 하더라도, 경찰이 나설 수 있는 근거가 없다는 겁니다.

국가인권위원회 등에 인종차별을 당했다고 진정서를 낼 수는 있어도, 출입금지 자체를 규제할 법적 근거는 현재 없습니다.

<인터뷰> 최향섭 (국민대 문화사회학 교수):“선진국에서는 인종차별 금지법이 존재하지만, 한국에서는 아직도 인종차별과 관련된 법안이 마련되어 있지가 않아요. 이것은 어떤 제도적인 대책이 분명히 있음을 의미하고 한국사회가 선진사회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이런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2007년부터 국회에는 인종 차별 등을 금지하는 내용의 차별금지법안이 발의돼 왔지만, 관련 논의는 아직 지지부진한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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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인도인 출입 금지”…이태원 인종차별 논란
    • 입력 2017-06-08 08:38:27
    • 수정2017-06-08 09: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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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서울 이태원하면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들이 모이는 곳으로 잘 알려졌죠.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이나 관광객들이 자주 찾는 곳입니다.

그런데 최근 인도 국적의 한 20대 청년이 주말 밤 이곳을 찾았다가 황당한 경험을 했습니다.

다른 국적의 친구들과 함께 한 식당을 찾았는데, 보안요원이 출입을 막았습니다.

이유를 물어보니 인도인은 출입할 수 없는 게 규정이라고 했다는데요.

한국이 좋아 한국어를 전공하고, 한국 대학원에 진학한 청년은 출입 제한을 인종 차별로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그날 밤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현장을 한번 따라가 보겠습니다.

<리포트>

지난 3일 서울 이태원의 한 식당 앞입니다.

손님과 보안 요원 사이에 실랑이가 벌어집니다.

<녹취> 손님: “인도인은 왜 안 돼요?”

<녹취> 보안요원: “규칙이에요. 카자흐스탄, 파키스탄, 몽골, 사우디, 이집트 사람들은 안 됩니다.”

<녹취> 손님: “경찰을 불러도 되나요?”

<녹취> 보안요원: “네?”

<녹취> 손님:“경찰을 불러도 되나요?”

<녹취> 보안요원: “경찰이요? 부르세요. 지금 바로 부르세요.”

손님과 보안 요원 사이에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영상 속 식당을 찾았던 손님은 키슬라이 쿠마르 씨와 두먼 얀 씨.

한 대학의 석사 과정을 밟고 있는 학생들로 주말 밤 이 식당을 찾았습니다.

손님이 많아 10여 분 동안 줄은 선 끝에 입장 순서가 됐는데, 어떻게 된 일인지 보안 요원이 쿠마르 씨의 출입을 막아섰습니다.

<녹취> 두먼 얀(프랑스): “총 6명이 함께 있었고 러시아, 콜롬비아, 아프가니스탄, 인도, 프랑스, 캐나다 국적을 가지고 있었어요.”

<녹취> 키슬라이 쿠마르(인도 유학생): “친구들이 제 앞에 서 있고 저는 맨 끝에 서 있었죠. 친구들은 모두 신분증 검사를 통과해 안으로 들어갔지만 저는 입장할 수 없었어요.”

여권을 확인한 보안 요원 갑자기 식당 출입을 제지했다는 게 쿠마르 씨의 얘깁니다.

<녹취> 두먼 얀: “친구가 있는 곳으로 가서 경호원에게 무슨 문제가 있냐고 물었더니 인도인이라서 입장이 안 된다고 했어요.”

이유를 묻자 이런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녹취> 보안요원(음성변조): “파키스탄, 카자흐스탄, 사우디아라비아, 인도, 이집트, 몽골, 사람은 입장이 안 됩니다.”

<녹취> 손님: “왜죠?”

<녹취> 보안요원(음성변조): “여기 규칙이에요.”

특정 국적의 여권을 소지했다고 해서 출입이 안 된다는 건데 쿠마르 씨는 인종 차별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한국이 좋아 인도에서 한국어를 전공하고 2년 전 한국의 한 대학원으로 진학한 쿠마르씨.

한국에서 처음 겪는 이런 일이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인터뷰> 키슬라이 쿠마르(인도 유학생) :“기분이 안 좋았고 상당히 복잡한 심경이었어요. 제 뒤로 줄을 서 있던 사람 중에 왜 저만 입장을 거부당해야 하는지 무척 화가 났어요. 그 당시에는 마치 범법자로 취급받고 비인간적인 대우를 받는다고 느꼈어요.”

같은 일행인 두먼 얀 씨는 그날 있었던 일을 SNS에 올렸습니다.

<인터뷰> 두먼 얀: “저희는 이런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에 사람들이 이 영상을 보고 스스로 이런 상황이 정당한 일인지 판단하기를 바랐어요.”

영상이 공개되자 SNS에선 해당 식당을 비판하는 글이 줄을 이었습니다.

해당 식당에서 같은 경험을 했다는 글도 올라왔습니다.

SNS에서 비판 여론이 들끓자 해당 업체는 사과문을 올렸습니다.

용역 업체를 통해 고용한 보안 요원의 행동에 식당 측도 당혹스럽다는 입장입니다.

<녹취> 식당 관계자(음성변조): “문제가 일어나는 걸 방지하기 위해 보안 용역업체를 쓰는데 저희는 입구에서 신분증 확인만 해요. 왜냐면 미성년자 (출입 금지) 때문에요. 그런데 이런 문제가 있다는 건 이번에 알았거든요.”

미성년자나 취객들의 출입을 제한할 뿐, 특정 국적의 손님을 막으라고 지시한 적은 없다는 게 식당 측의 설명입니다.

그런데 이태원 등지에선 이런 비슷한 경험을 했다는 외국인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는데요.

<인터뷰> 샘 (한국 생활 3년): “쉬는 날 이태원에 와서 클럽에 가려고 했는데 여기 클럽이 여러 군데 있는데 안 된대요. 외국인 안 된대요. 이집트, 사우디아라비아, 두바이, 모로코, 인도, 파키스탄 이런 나라는 안된다고 했어요.”

특히 중동이나 동남아 국적을 가진 외국인들이 차별을 경험했다고 말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인터뷰> 최향섭 (국민대 문화사회학 교수): “경제적으로 우월한 국가의 인종들에게는 굉장히 관대한 반면에 노동자 계층이 많고 경제적으로 조금 덜 우월한 동남아시아나 서남아시아의 사람들에게 가진 편견 같은 것들이 아주 극단적으로 나타난 사례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문제의 영상 속에서 한 가지 더 눈여겨볼 대목이 있습니다.

<녹취> 보안요원: “카자흐스탄, 파키스탄, 몽골, 사우디, 이집트 사람들은 안 됩니다.”

<녹취> 손님: “경찰을 불러도 되나요?”

<녹취> 보안요원: “네?”

<녹취> 손님: “경찰을 불러도 되나요?

<녹취> 보안요원: “경찰이요? 부르세요. 지금 바로 부르세요.”

경찰에 신고하겠다는 말에도 보안요원은 더 당당하게 나왔는데, 이유가 있었습니다.

<녹취> 경찰(음성변조): ((출입금지 당했다는) 외국인들의 신고가 안 들어오나요?) “그런 신고는 지금까지 없었어요. 그건 업소 내부 방침이에요. 한국 사람도 못 들어가는 사람 많아요.”

업소에서 출입 금지 같은 인종 차별을 하더라도, 경찰이 나설 수 있는 근거가 없다는 겁니다.

국가인권위원회 등에 인종차별을 당했다고 진정서를 낼 수는 있어도, 출입금지 자체를 규제할 법적 근거는 현재 없습니다.

<인터뷰> 최향섭 (국민대 문화사회학 교수):“선진국에서는 인종차별 금지법이 존재하지만, 한국에서는 아직도 인종차별과 관련된 법안이 마련되어 있지가 않아요. 이것은 어떤 제도적인 대책이 분명히 있음을 의미하고 한국사회가 선진사회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이런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2007년부터 국회에는 인종 차별 등을 금지하는 내용의 차별금지법안이 발의돼 왔지만, 관련 논의는 아직 지지부진한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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