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초면 범행 끝…귀신도 놀라고 간 자전거 절도

입력 2019.05.02 (12:39) 수정 2019.05.02 (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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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자전거 타시는 분들은 항상 도난에 대해서 신경 많이 쓰이시죠.

자물쇠를 걸고, 아무리 잘 보관을 해둔다고 해도 없어지는 경우가 있는데요.

아파트 단지 내도 안전지대가 아니었습니다.

이상하게 없어지는 자전거, 그 뒤에는 바로 몇 초 안에 자전거를 훔쳐 달아나는 신출귀몰한 절도범이 있었습니다.

김병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지난 3월, 대전에 사는 김득중 씨에겐 당황스런 일이 있었습니다.

세워뒀던 자전거가 감쪽같이 사라진 겁니다.

[김득중/자전거 절도 피해자 : "(지하철역) 4번 출구에서 조금 떨어진 자전거 전용 거치대에 세워 놓았죠."]

자전거를 지하철역 근처 거치대에 세워둔 뒤 차로 아버지를 집에 모셔다드린 다음날이었습니다.

[김득중/자전거 절도 피해자 : "기본적인 잠금장치는 다하고 다니죠. 예전에 한 번 안 했다가 (자전거를) 들고 나른 사람이 있었거든요. 그때 한번 충격을 심하게 받아서 그 뒤부터는 계속 잠그고 다니죠."]

자전거를 잃어버렸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는 김씨.

80만원 상당의 고가기도 했지만 다른 이유가 있었습니다.

[김득중/자전거 절도 피해자 : "돌아가신 어머니께서 제게 주신 것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고요. 제게 되게 뜻깊은 선물이죠."]

자전거 그 이상의 의미가 있던 만큼 바로 경찰에 신고를 했는데요.

범인을 찾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고 합니다.

[조갑석/대전유성경찰서 생활범죄수사팀장 : "피의자가 자전거를 절취한 후에는 CCTV가 없는 하상도로로 도주로를 택했기 때문에 도주로 추적이 상당히 어려워서…"]

그런데 이 같은 범인의 행동이 또다른 단서가 됐습니다.

[조갑석/대전유성경찰서 생활범죄수사팀장 : "신고는 많은 사건이 접수가 돼 있었습니다. 추적하고 있는 사건도 있었고요."]

도주 방식이 비슷한 사건이 하나둘이 아니었던 겁니다.

범인의 행동은 신출귀몰했다는데요.

범행이 포착된 CCTV 영상을 보시죠.

아파트 단지 자전거 거치대에 한 남성이 다가가더니 마치 자신의 것이라도 되는 듯 자전거를 타고 유유히 사라집니다.

잠금 장치가 돼 있었다고 하지만 순식간에 풀어버린 겁니다.

[조남청/대전유성경찰서 강력계장 : "피의자가 계속 (범행을 하다 보니까) 자기 나름대로 열쇠를 해체하는 방법에 대한 노하우를 가지고 있었던 겁니다."]

보통 이런 잠금 장치들은 2~3초 사이에 무용지물이 됐습니다.

훔친 자전거를 타곤 이렇게 어김없이 하천 자전거 도로로 도주를 했는데요.

경찰은 하천 자전거 도로 43km 내에 설치된 CCTV 1,200대의 영상을 분석했습니다.

[조남청/대전유성경찰서 강력계장 : "어디로 들어가서 어디로 나올지를 전혀 예측할 수가 없습니다. 출구 주변부터 모든 CCTV를 다 봐야 하고 그러다 보니까 많은 시간과 인력이 필요했습니다."]

한 달 간의 CCTV 영상 분석, 그랬더니 범행 수법이 특정됐는데요.

[조남청/대전유성경찰서 강력계장 : "주로 새벽 시간대에 집에서 5시 정도에 나와서 대전 시내 전 지역을 버스를 타고 이동하다가 내려서 오랜 시간 동안 걸어가면서 범죄 목적물을 발견하면 바로 범행에 착수하는…"]

마치 매일 아침 출근하듯 나와 범행 대상을 물색했다는 겁니다.

하지만 여전히 범인을 특정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는데요.

[조남청/대전유성경찰서 강력계장 : "자전거를 훔쳐서 판매하러 갈 때는 범죄에 이용했던 옷을 입는 게 아니고 다른 옷으로 환복해서…"]

추적을 따돌리기 위해 은신처까지 마련해 둔 것으로 의심되는 상황.

하지만 용의주도해 보였던 범인은 결국 지난달 16일 덜미를 잡혔습니다.

[조갑석/대전유성경찰서 생활범죄수사팀장 : "역추적하는 과정에서 버스에 승차했던 그 장소 주변을 탐문해서 피의자가 사는 주거지를 확인했습니다."]

자전거 절도범은 48살 임 모 씨.

자전거 절도를 과연 얼마나 했을까요? 무려 8년간 이었습니다.

피해가 확인된 것만 220여대로 1억 천만 원 정도의 자전거를 훔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그런데, 그동안 경찰 수사가 어려웠던 건 그날 훔친 자전거를 곧바로 팔아 버렸기 때문입니다.

[조남청/대전유성경찰서 강력계장 : "자전거를 끌고 약간 절름절름 걸어가면서 내가 몸이 안 좋아서 운동하려고 이 자전거를 얼마에 샀는데 도저히 더 이상은 못 탈 것 같다. (자전거가) 필요하면 사라. 이런 식으로 지나가는 사람을 붙잡고 판매를 해버립니다."]

훔친 자전거를 시외버스 화물칸에 실어 다른 지역에서 처분하는 치밀함도 보였습니다.

은신처엔 고가의 팔지 못한 훔친 자전거도 발견이 됐는데요.

이처럼 주로 고가의 자전거를 노렸던 임 씨.

하지만 대부분 10~20만 원 헐값에 처분했다고 진술했다는데요.

그는 왜 이런 일을 벌인 걸까요?

[조갑석/대전유성경찰서 생활범죄수사팀장 : "몸이 좀 안 좋아서 힘든 일을 할 수가 없다고 본인이 말을 했는데 아마 그런 이유에서 손쉽게 절취할 수 있는 자전거를 범행 대상으로 삼은 것 같습니다."]

일정한 직업 없이 자전거를 훔쳐 마련한 돈을 생활비로 썼다는 겁니다.

자, 여기서 앞서 보셨던 어머니 추억이 담긴 자전거를 잃어버렸던 김득중 씨 자전거는 어떻게 됐을까요?

[김득중/자전거 절도 피해자 : "찾았을 때 더 반가웠죠. 진짜. 아주 이루 말할 수 없었었어요. 진짜 뭔가 안도가 되더라고요."]

[조갑석/대전유성경찰서 생활범죄수사팀장 : "피의자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판매 장소를 저희가 확인했고 (자전거) 구매자가 확인이 돼서 자전거를 되돌려 받아서 피해자한테 돌려줄 수 있었습니다."]

2~3초만에 훔칠 정도로 자전거 절도가 쉬웠던 임 씨.

8년간 계속됐던 그의 신출귀몰했던 자전거 절도 행각은 이렇게 막을 내렸고, 경찰은 피해자가 더 없는지 수사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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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초면 범행 끝…귀신도 놀라고 간 자전거 절도
    • 입력 2019-05-02 12:51:42
    • 수정2019-05-02 13: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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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자전거 타시는 분들은 항상 도난에 대해서 신경 많이 쓰이시죠.

자물쇠를 걸고, 아무리 잘 보관을 해둔다고 해도 없어지는 경우가 있는데요.

아파트 단지 내도 안전지대가 아니었습니다.

이상하게 없어지는 자전거, 그 뒤에는 바로 몇 초 안에 자전거를 훔쳐 달아나는 신출귀몰한 절도범이 있었습니다.

김병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지난 3월, 대전에 사는 김득중 씨에겐 당황스런 일이 있었습니다.

세워뒀던 자전거가 감쪽같이 사라진 겁니다.

[김득중/자전거 절도 피해자 : "(지하철역) 4번 출구에서 조금 떨어진 자전거 전용 거치대에 세워 놓았죠."]

자전거를 지하철역 근처 거치대에 세워둔 뒤 차로 아버지를 집에 모셔다드린 다음날이었습니다.

[김득중/자전거 절도 피해자 : "기본적인 잠금장치는 다하고 다니죠. 예전에 한 번 안 했다가 (자전거를) 들고 나른 사람이 있었거든요. 그때 한번 충격을 심하게 받아서 그 뒤부터는 계속 잠그고 다니죠."]

자전거를 잃어버렸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는 김씨.

80만원 상당의 고가기도 했지만 다른 이유가 있었습니다.

[김득중/자전거 절도 피해자 : "돌아가신 어머니께서 제게 주신 것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고요. 제게 되게 뜻깊은 선물이죠."]

자전거 그 이상의 의미가 있던 만큼 바로 경찰에 신고를 했는데요.

범인을 찾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고 합니다.

[조갑석/대전유성경찰서 생활범죄수사팀장 : "피의자가 자전거를 절취한 후에는 CCTV가 없는 하상도로로 도주로를 택했기 때문에 도주로 추적이 상당히 어려워서…"]

그런데 이 같은 범인의 행동이 또다른 단서가 됐습니다.

[조갑석/대전유성경찰서 생활범죄수사팀장 : "신고는 많은 사건이 접수가 돼 있었습니다. 추적하고 있는 사건도 있었고요."]

도주 방식이 비슷한 사건이 하나둘이 아니었던 겁니다.

범인의 행동은 신출귀몰했다는데요.

범행이 포착된 CCTV 영상을 보시죠.

아파트 단지 자전거 거치대에 한 남성이 다가가더니 마치 자신의 것이라도 되는 듯 자전거를 타고 유유히 사라집니다.

잠금 장치가 돼 있었다고 하지만 순식간에 풀어버린 겁니다.

[조남청/대전유성경찰서 강력계장 : "피의자가 계속 (범행을 하다 보니까) 자기 나름대로 열쇠를 해체하는 방법에 대한 노하우를 가지고 있었던 겁니다."]

보통 이런 잠금 장치들은 2~3초 사이에 무용지물이 됐습니다.

훔친 자전거를 타곤 이렇게 어김없이 하천 자전거 도로로 도주를 했는데요.

경찰은 하천 자전거 도로 43km 내에 설치된 CCTV 1,200대의 영상을 분석했습니다.

[조남청/대전유성경찰서 강력계장 : "어디로 들어가서 어디로 나올지를 전혀 예측할 수가 없습니다. 출구 주변부터 모든 CCTV를 다 봐야 하고 그러다 보니까 많은 시간과 인력이 필요했습니다."]

한 달 간의 CCTV 영상 분석, 그랬더니 범행 수법이 특정됐는데요.

[조남청/대전유성경찰서 강력계장 : "주로 새벽 시간대에 집에서 5시 정도에 나와서 대전 시내 전 지역을 버스를 타고 이동하다가 내려서 오랜 시간 동안 걸어가면서 범죄 목적물을 발견하면 바로 범행에 착수하는…"]

마치 매일 아침 출근하듯 나와 범행 대상을 물색했다는 겁니다.

하지만 여전히 범인을 특정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는데요.

[조남청/대전유성경찰서 강력계장 : "자전거를 훔쳐서 판매하러 갈 때는 범죄에 이용했던 옷을 입는 게 아니고 다른 옷으로 환복해서…"]

추적을 따돌리기 위해 은신처까지 마련해 둔 것으로 의심되는 상황.

하지만 용의주도해 보였던 범인은 결국 지난달 16일 덜미를 잡혔습니다.

[조갑석/대전유성경찰서 생활범죄수사팀장 : "역추적하는 과정에서 버스에 승차했던 그 장소 주변을 탐문해서 피의자가 사는 주거지를 확인했습니다."]

자전거 절도범은 48살 임 모 씨.

자전거 절도를 과연 얼마나 했을까요? 무려 8년간 이었습니다.

피해가 확인된 것만 220여대로 1억 천만 원 정도의 자전거를 훔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그런데, 그동안 경찰 수사가 어려웠던 건 그날 훔친 자전거를 곧바로 팔아 버렸기 때문입니다.

[조남청/대전유성경찰서 강력계장 : "자전거를 끌고 약간 절름절름 걸어가면서 내가 몸이 안 좋아서 운동하려고 이 자전거를 얼마에 샀는데 도저히 더 이상은 못 탈 것 같다. (자전거가) 필요하면 사라. 이런 식으로 지나가는 사람을 붙잡고 판매를 해버립니다."]

훔친 자전거를 시외버스 화물칸에 실어 다른 지역에서 처분하는 치밀함도 보였습니다.

은신처엔 고가의 팔지 못한 훔친 자전거도 발견이 됐는데요.

이처럼 주로 고가의 자전거를 노렸던 임 씨.

하지만 대부분 10~20만 원 헐값에 처분했다고 진술했다는데요.

그는 왜 이런 일을 벌인 걸까요?

[조갑석/대전유성경찰서 생활범죄수사팀장 : "몸이 좀 안 좋아서 힘든 일을 할 수가 없다고 본인이 말을 했는데 아마 그런 이유에서 손쉽게 절취할 수 있는 자전거를 범행 대상으로 삼은 것 같습니다."]

일정한 직업 없이 자전거를 훔쳐 마련한 돈을 생활비로 썼다는 겁니다.

자, 여기서 앞서 보셨던 어머니 추억이 담긴 자전거를 잃어버렸던 김득중 씨 자전거는 어떻게 됐을까요?

[김득중/자전거 절도 피해자 : "찾았을 때 더 반가웠죠. 진짜. 아주 이루 말할 수 없었었어요. 진짜 뭔가 안도가 되더라고요."]

[조갑석/대전유성경찰서 생활범죄수사팀장 : "피의자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판매 장소를 저희가 확인했고 (자전거) 구매자가 확인이 돼서 자전거를 되돌려 받아서 피해자한테 돌려줄 수 있었습니다."]

2~3초만에 훔칠 정도로 자전거 절도가 쉬웠던 임 씨.

8년간 계속됐던 그의 신출귀몰했던 자전거 절도 행각은 이렇게 막을 내렸고, 경찰은 피해자가 더 없는지 수사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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