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들 상표 대여해 잇속 챙겨

입력 1994.08.19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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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성 앵커 :

국내 식품산업이, 대기업들의 대리점 양상으로 바뀐 지도 이미 오래된 얘기입니다. 대기업들이, 중소기업 제품에다가 자기 상표만 붙여서 버젓이 팔고 있습니다. 품질관리나 자금지원을 해준다고는 하지만 극히 형식에 그치고, 오직 관심은 이익을 챙기는 데만 급급하고 있습니다. 국내식품산업이 여전히 낙후돼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는 지적 입니다.

홍기섭 기자가 취재를 했습니다.


홍기섭 기자 :

겉모양이 거의 비슷한 후추가루입니다. 큼지막하게 대기업상표가 붙어있지만, 실제론 중소기업이 만든 것임을 아는 소비자는 드뭅니다. 당면이나 미역, 마늘, 생강가루, 참치까지, 적지 않은 중소기업 제품들이 이렇게 겉옷만 대기업의 상표로 바꿔 입고 있습니다.


배창훈 (백화점 식품구매 담당) :

제일 크게 좌우하는 거는, 브랜드 인지도 입니다. 맛에서는 거의 차이가 나지 않고 거의 대동소이하기 때문에...


홍기섭 기자 :

지난해 말에 식품시장에 뛰어든 럭키의 경우는 더욱 심합니다. 조미료만을 제외하고는, 모두 중소기업제품에다 단지 럭키상표만을 붙여 팔고 있습니다. 그래서 품질이 크게 좋아지거나 가격이 싸진 것도 없습니다.


김정한 (유성유통 상품지원팀) :

대기업의 참여로서, 가격이나 품질 면에서 아직까지는 큰 변화가 없습니다.


홍기섭 기자 :

그렇다고, 대기업들이 할 말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품질관리나 자금지원을 해준다고 합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는데 문제가 있습니다.


중소식품업체 직원 :

아직까지 기술적인 노하우를 거기서 다 쌓았다라고 볼 수 없는 그런 입장이라고 생각 합니다.


“그러니까, 품질지도라든가 기술지도를 받은 적이 없다”


네, 그렇죠.


홍기섭 기자 :

제품은 열심히 팔아주지 않고, 이익만 무려 35%까지 챙기는 경우도 있습니다.


중소식품업체 직원 (제일제당업체) :

지금 그 매출할려면 뭐, 지금 것처럼 판매하다간 20년도 더 가게 생겼어요. 한 개를 팔건 열개를 팔건 꼭 이익율을 받아야 된단 말이지. 그렇게 하다 보면은 이거 운영자체가 안 되는거죠, 사실은...


홍기섭 기자 :

좋은 제품을 만드는 일에 힘쓰지 않고, 유통망과 상표만을 내세워, 중소식품업체를 유혹하는 대기업들... 이틈에 멍들어 가는 건 결국 중소기업과 우리나라 식품산업 입니다.

KBS 뉴스, 홍기섭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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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기업들 상표 대여해 잇속 챙겨
    • 입력 1994-08-19 21:00:00
    뉴스 9

이윤성 앵커 :

국내 식품산업이, 대기업들의 대리점 양상으로 바뀐 지도 이미 오래된 얘기입니다. 대기업들이, 중소기업 제품에다가 자기 상표만 붙여서 버젓이 팔고 있습니다. 품질관리나 자금지원을 해준다고는 하지만 극히 형식에 그치고, 오직 관심은 이익을 챙기는 데만 급급하고 있습니다. 국내식품산업이 여전히 낙후돼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는 지적 입니다.

홍기섭 기자가 취재를 했습니다.


홍기섭 기자 :

겉모양이 거의 비슷한 후추가루입니다. 큼지막하게 대기업상표가 붙어있지만, 실제론 중소기업이 만든 것임을 아는 소비자는 드뭅니다. 당면이나 미역, 마늘, 생강가루, 참치까지, 적지 않은 중소기업 제품들이 이렇게 겉옷만 대기업의 상표로 바꿔 입고 있습니다.


배창훈 (백화점 식품구매 담당) :

제일 크게 좌우하는 거는, 브랜드 인지도 입니다. 맛에서는 거의 차이가 나지 않고 거의 대동소이하기 때문에...


홍기섭 기자 :

지난해 말에 식품시장에 뛰어든 럭키의 경우는 더욱 심합니다. 조미료만을 제외하고는, 모두 중소기업제품에다 단지 럭키상표만을 붙여 팔고 있습니다. 그래서 품질이 크게 좋아지거나 가격이 싸진 것도 없습니다.


김정한 (유성유통 상품지원팀) :

대기업의 참여로서, 가격이나 품질 면에서 아직까지는 큰 변화가 없습니다.


홍기섭 기자 :

그렇다고, 대기업들이 할 말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품질관리나 자금지원을 해준다고 합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는데 문제가 있습니다.


중소식품업체 직원 :

아직까지 기술적인 노하우를 거기서 다 쌓았다라고 볼 수 없는 그런 입장이라고 생각 합니다.


“그러니까, 품질지도라든가 기술지도를 받은 적이 없다”


네, 그렇죠.


홍기섭 기자 :

제품은 열심히 팔아주지 않고, 이익만 무려 35%까지 챙기는 경우도 있습니다.


중소식품업체 직원 (제일제당업체) :

지금 그 매출할려면 뭐, 지금 것처럼 판매하다간 20년도 더 가게 생겼어요. 한 개를 팔건 열개를 팔건 꼭 이익율을 받아야 된단 말이지. 그렇게 하다 보면은 이거 운영자체가 안 되는거죠, 사실은...


홍기섭 기자 :

좋은 제품을 만드는 일에 힘쓰지 않고, 유통망과 상표만을 내세워, 중소식품업체를 유혹하는 대기업들... 이틈에 멍들어 가는 건 결국 중소기업과 우리나라 식품산업 입니다.

KBS 뉴스, 홍기섭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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