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NEWS

  • facebook
  • kakaostory
  • kbstwitter
  • sns
'탄소 없는 6일'의 비밀

제주 모슬포항에서 배를 타고 남쪽으로 20여 분을 달리면 닿을 수 있는 섬 가파도. 전봇대 하나 찾아볼 수 없을 만큼 탁 트인 시야에 너른 청보리밭이 그야말로 끝을 알 수 없을 만큼 펼쳐져 있다. 정겨운 흙길을 따라 걷다 보면 마치 하늘을 이고 있는 기둥인양 우람하게 돌아가는 2대의 풍력 발전기가 위용을 자랑한다. 여기 보라고 손짓하며 시종일관 반짝거리는 태양광 발전기들도 마을 곳곳에서 마주칠 수 있다. 왠지 더 맑은 공기, 좀 더 상쾌하게 느껴지는 섬 가파도는, 여의도 면적 3분의 1 크기에 178명, 97가구가 모여 살고 있다.

가파도는 실험실이다

제주도는 '탄소 없는 섬' 성공 가능성을 타진해 볼 수 있는 작은 실험실이 필요했다. 그래서 시작된 것이 바로 가파도의 '에너지 자립섬 프로젝트'. 지난 2011년 11월부터 가파도에 풍력 발전기와 태양광 발전기를 설치하기 시작했고, 2016년 4월 풍력과 태양광 발전기가 진용을 갖추고 본격 가동을 시작하면서 디젤 발전기 가동률은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가파도의 최종 목표는 디젤 발전 없이 신재생 에너지로만 생활하는 것. 최근엔 무려 6일 동안 신재생 에너지로 생활하는 성과를 이뤄내며 그 가능성을 한층 밝게 만들기도 했다. 프로젝트가 시작된 지도 벌써 6년, 주민들의 반응은 어떨까?

가파도 주민들은
전기요금 걱정이 없다

가파도에는 두 가구 가운데 한 가구 꼴로 태양광 발전기가 설치돼있다. 설치 비용의 80% 이상은 제주도가 지원하고, 주민들은 나머지 비용(대략 130만 원 정도)만 부담했다. 김치냉장고 등 집에 냉장고만 석대라는 가파도 주민 이권택 씨(78)는 평소 6만 원 씩 나오던 전기요금이 최근 8천 원 밖에 나오지 않는다며 태양광 발전기 설치에 만족감을 보였다.

사업 초기엔
반발도 심했다

'돈 들여 괜한 짓 한다'는 것. 당시 가파도 이장은 '이거 하면 마라도보다 관광객이 많이 오냐'며 회의적인 시각을 보인 적도 있다. 하지만 프로젝트 시행 후 가파도를 찾는 이들이 3배 이상 늘었다. '탄소 없는 청정섬'으로 입소문이 나면서 연 3만 명 수준이던 관광객은 최근 10만 명으로 급증했다. 휴가를 맞아 가파도를 방문한 이은순 씨(45)는 '우리 집에도 태양광 발전기를 설치해보고 싶다'며 큰 관심을 보였다. 가파도가 그 자체로 하나의 신재생 에너지 홍보관이 된 셈이다.

'암소 뿔도 휘게 한다'는 가파도 바람

'암소 뿔도 휘게 한다'는
가파도 바람

도착 당일에도 바람은 거셌다. 풍력 발전기는 발전 최대 용량인 250kW를 힘차게 생산해내고 있었다. 가파도는 평균적으로 1시간에 150kW의 전기를 사용하기 때문에 250kW의 전기가 생산되는 날에는 전기가 남아돈다. 이 때 이용하는 것이 바로 ESS(전력저장장치). 남는 전기는 이 장치에 저장해둔 뒤 바람이 약해 발전량이 부족한 날 꺼내 쓴다. 각 가정도 태양광 발전기에서 쓰고 남은 전기를 ESS에 옮겨 저장한다. ESS 덕분에 바람과 햇빛이 좋지 않은 날에도 미리 저장해뒀던 신재생 에너지를 사용할 수 있게 된다. 가파도는 덕분에 풍력과 태양광 발전만으로 6일을 보내기도 했다.

탄소 없이 보낸 가파도의 6일

바람 많이 불기로 둘째 가라면 서러운 제주도 입장에선 가파도가 멋진 청사진이 되어준 셈이다. 제주는 가파도 실험을 바탕으로 태양광과 풍력 발전량을 획기적으로 늘려 갈 계획이다. 현재 11%에 이르는 신재생 에너지 발전비율을 100%까지 끌어올린다는 것이 목표. 하지만 이를 위해선 변덕스러운 바람과 햇빛의 불규칙한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새 에너지는 새 시스템에

현재 전력망은 '무조건 많이' 발전하는 시스템이다. 예상되는 전력의 최대 수요보다 늘 15% 이상 많이 생산해야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화석 연료를 태워 늘 대량의 전기를 생산해야만 하는 이유다. 사람들이 예상보다 전기를 덜 쓰면 생산해낸 전기는 그대로 버려진다. 전력 낭비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 하지만 실시간으로 전력 소비량을 파악할 수 있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실시간으로 파악되는 수요량에 맞춰 발전량을 조절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바로 '똑똑한' 전력망, '스마트 그리드(Smart Grid)'다.

한국전력공사로고이 디지털 콘텐츠는 한국전력공사의 협찬으로 제작됐습니다.

이전버튼기름 한 방울 없이 달리는 제주
전기를 냉장고에 넣는 시대다음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