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뉴스] 고가품 ‘승승장구’…재벌까지 부추겨

입력 2011.07.13 (22:08)

<앵커 멘트>



3초 백, 5초 백이라는 말 아시나요?



거리를 걷다 보면 3초마다 볼 수 있다고 해서 루이비통 가방은 3초 백, 구찌 가방은 5초 백으로 불리는데요.



오늘 이슈앤 뉴스에선 이른바 명품이라고 불리는 외제 고가제품들에 열광하는 우리 사회를 짚어봅니다.



먼저 값을 올리는데도 매출이 늘어나는 요지경 명품세상, 조지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하이힐 모양의 욕조.



금과 은으로 도금된 타일을 붙여 장식했는데, 7천2백만원입니다.



<인터뷰>이수한(외제 고가제품 관계자) : "이태리 장인들이 소위 말하는 한 땀 한 땀 모두 손으로 해서 어떤 구체적인 이미지를 형성하기 때문에..."



집 한 채 값에 맞먹는 시계.



170만원 짜리 화장품.



천만 원이 훌쩍 넘는 가방까지.



초고가 해외 제품들이 속속 국내에 상륙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잘 팔리기 때문인데 한국에선 비쌀수록 잘 팔린다는 속설까지 생겨났습니다.



실제 샤넬의 대표모델은 3년 새 2배로 값이 올랐고 루이비통은 올해만 5% 가량 두 차례나 가격을 올렸습니다.



하지만 매출은 올 상반기에 샤넬이 120%, 루이비통은 50%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추정됩니다.



<인터뷰>권수연(서울 서초동) : "가격이 뛰어도 뛴 만큼 더 값어치를 높게 매기니까 찾는데 바뀌는 마음은 없는 거 같아요."



이러다보니 해외에서 밀반입하려는 사람도 늘었습니다.



공항에서 적발되는 건수만 날마다 100건에 이릅니다.



<녹취> "세금을 납부하시든지 한 달 이내에 보관하셨다가…. (안돼요~~)"



올 상반기 해외 고가품의 밀반입 적발 건수는 지난해보다 63% 늘었습니다.



<앵커 멘트>



가격이 오르면 매출이 줄어든다는 상식을 거스르는 외제 고가제품들, 왜 이렇게 잘 팔리는 걸까요?



디지털 스튜디오 연결합니다.



조현진 기자, 올해 들어서 외제 고가품 매출이 얼마나 늘었나요?



<답변>



네, 내수경기 침체는 외제 고가품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얘기입니다.



이른바 ’명품’의 주요 백화점 매출액은 지난해보다 30%이상 최대 40%까지 급증했습니다.



이렇게 비쌀수록 잘 팔리는 현상을 미국 경제학자의 이름을 따서 베블렌 효과라고 하는데요.



과시 욕망 때문에 사치품은 값이 비쌀수록 잘 팔린다는 것입니다.



관련 업계에서는 ’전통부자’보다는 ’신흥부자’를 주 고객으로 보고 있고, 최근에는 20~30대 젊은 세대도 이른바 ’명품 열기’에 가세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렇게 시장이 커지면서 외제 고가품 업체들도 대기업 수준으로 그 규모가 급성장하고 있습니다.



<리포트>



현대차는 지난 5월 제네시스 프라다를 시장에 내놨습니다.



좌석 소재와 색상 등 디자인 작업에 패션업체 프라다가 참여했습니다.



<인터뷰>조원홍(현대차 마케팅담당 전무) : "감성을 대표하는 이태리의 패션과 같이 협업을 해서 우리의 역량을 좀 더 향상시키자."



이처럼 사업영역이 확장되면서 외제 고가품 업체는 급성장하고 있습니다.



프라다 코리아의 지난해 매출은 1,756억원, 10년 전에 비해 5배 이상 늘었습니다.



루이비통 코리아도 지난해 매출 4천2백억 원으로 10년 만에 8배 이상 급증했습니다.



하지만 성장세나 사업규모에 비해 사회공헌활동은 인색하기 짝이 없습니다.



루이비통의 지난해 기부금은 5,855만원으로 순이익의 0.14%에 그쳤고 프라다는 기부금을 한푼도 내지 않았습니다.



백화점 앞에서 시위가 벌어진 것도 외제 고가품 업체들의 이런 행태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녹취> 시위 대학생 : "짝퉁 기부 반성하고 사회적 책임 수행하라!"



루이비통은 사회공헌 활동이 적었다고 실토하며 앞으로 한국 사회를 위해서 공헌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앵커 멘트>



최근에는 재벌들까지 경쟁적으로 외제 고가품 유치에 나서고 있다죠?



<답변>



네, 이른바 ’명품’ 열풍을 부추기는데 재벌들도 한 몫을 했습니다.



호텔신라와 롯데, 신세계 등이 실적을 올리기 위해서 외제 고가 브랜드 유치 경쟁을 치열하게 벌이고 있습니다.



김세정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오는 9월 입점하는 인천공항 루이비통 매장 공사 현장.



신라 면세점이 롯데를 따돌리고 유치했습니다.



삼성가 이부진 사장과 롯데 신영자 사장, ’재벌가 딸들의 전쟁’에서 이 사장이 승리하는 듯 했지만 싸움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신라가 루이비통을 유치하기 위해 특혜를 줬다며 구찌 등 다른 브랜드가 철수하기로 한 겁니다.



서울 청담동의 이른바 명품거리, 신세계가 10여 개 매장을 운영 중인 가운데 제일모직도 고가품 직매장을 열었습니다.



정유경 신세계 부사장과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 삼성가 사촌자매의 자존심 경쟁에 동네 부동산까지 들썩입니다.



<녹취> 청담동 명품업계 관계자 : "임대료가 1.5배가 됐고요. 건물 자체도 내놓지 않는 분위기에요. 사려는 수요가 많다 보니까 두 배 가까이 올라가고 있다..."



고급 수입차 시장은 코오롱과 효성, 두산 등 재벌가 아들들의 각축장으로 불립니다.



<인터뷰>정선섭(재벌닷컴) : "안전하고 수익성이 높은 수입 명품 시장을 공략하고 앞장선다는 것은 첨단 기술 개발이나 투자를 통해서 산업 발전에 기여하는 면을 외면하는 것 아닌가 해서 안타깝다."



품질 좋은 ’우리 명품’ 제조보다 해외 고가품 유치에 몰두하는 것이 국내 대표기업들의 현주솝니다.



KBS 뉴스 김세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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