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 대형 사고에 선수만 ‘억울’

입력 2011.10.16 (14:48)

수정 2011.10.16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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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상발전 중장기 계획 발표 앞두고 인적쇄신 목소리 커져

지난달 끝난 제13회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세계 수준과 동떨어진 우리 선수들의 실력이 확인되면서 비난을 샀던 대한육상경기연맹이 불에 기름을 붓는 듯한 악재가 속출해 할 말을 잃었다.

2012년 런던올림픽과 이후에 대비한 한국 육상의 중장기 발전 방안 발표를 앞두고 행정력의 한계를 드러내는 사태가 잇달아 터지면서 연맹의 인적 쇄신을 단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연맹이 주최하고 경상북도육상경기연맹이 주관해 16일 경북 경주시 일원에서 열린 동아일보 2011 경주국제마라톤대회에서 벌어진 사건은 중심을 잃은 연맹의 현주소를 보여준다.

결승선 골인을 불과 2㎞ 남짓 남기고 오서진(23·국민체육진흥공단) 등 국내 선수들이 코스를 안내해 줘야 할 경기 심판이 제자리를 벗어난 탓에 전혀 엉뚱한 길을 달리면서 레이스가 엉망이 됐다.

가장 앞에서 달리던 오서진이 코스를 따라 우회전하지 않고 직진하면서 뒤를 따르던 선수들도 코스를 이탈했고 이후 순위는 뒤죽박죽이 됐다.

코스를 알려주고 차량을 통제해야 하는 심판은 불과 10여 분 전 아프리카 선수들이 주를 이룬 선두그룹이 지나가자 국내 선수들이 뛰는 후발그룹은 볼 필요도 없다는 듯 임의로 제 위치를 벗어났다.

그렇게 행동한 이유는 외국 선수들은 코스가 낯설지만 국내 선수들은 아마 잘 알 것이라고 안이하게 판단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뛰는 데 전념하는 선수들은 코스를 안내하는 표지판마저 바람에 휩쓸려 쓰러진 탓에 갑자기 허둥대기 시작했다.

심판이 없자 국내 일선 지도자가 심판을 대신해 나머지 선수들을 제 코스로 인도해 더 이상의 대형 사고는 발생하지 않았다.

하지만 결승선 근처에서도 코스 인도요원이 없어 오던 길을 다시 돌아가 뛰는 마라토너가 나오는 등 해프닝은 끊이지 않았다.

주최 측인 동아일보사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코스가 어렵다는 의견이 많아 올해에는 코스를 단순화했지만 어이없는 일이 벌어져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연쇄적으로 벌어진 것은 연맹이 심판 관리를 허술하게 했기 때문이다.

국제대회의 명성에 걸맞지 않게 심판을 제대로 교육하지 않아 문제를 잉태했다는 지적이다.

세계 3대 스포츠이벤트라는 대구 세계대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한 지 불과 한 달 밖에 지나지 않은 시점이라 이번 사태로 드러난 허점이 더 크게 보인다.

대회가 엉망이 되면서 국내 1위를 향해 스퍼트를 내던 오서진은 명예는 물론 대회 상금 1천만원과 팀에서 주는 격려금 1천만원 등 2천만원을 순식간에 날렸다.

이에 앞서 연맹은 지난주 남자 단거리 간판 임희남(27·광주광역시청)의 도핑 적발 사실을 알고도 '쉬쉬' 덮으려다가 뒤늦게 발각돼 여론의 뭇매를 자초하는 등 행정력에 구멍을 드러냈다.

연맹은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으로부터 임희남이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기간 약물 검사에서 양성 반응을 보였다는 사실을 알고도 임희남의 전국체전 출전을 허용해 사태를 키웠다.

도핑 사실이 적발되거나 국제단체에서 통보를 받은 즉시 선수의 대회 출전을 금지하는 게 상식이지만 연맹 측은 이를 무시하고 조용히 해결하려다가 망신을 불렀다.

약물을 사용한 선수가 가장 큰 잘못을 범하긴 했지만 약물 근절 대책이 없었다는 쓴소리가 줄을 이어 연맹은 사면초가의 상황에 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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