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리그마저…’ 나쁜 축구 어른들

입력 2011.10.18 (20:04)

수정 2011.10.18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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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한국 축구계를 한바탕 뒤흔든 승부조작의 파문이 초등학교 경기에까지 침투하면서 ’나쁜’ 어른들의 도덕적 불감증이 또 한 번 도마 위에 올랐다.



특히 한국 축구의 미래를 책임질 어린 축구 선수에게 승부조작을 시켰다는 점이 더욱 충격적이다.



대한축구협회는 지난 15일 열렸던 대구 신암초등학교와 서울 삼선초등학교의 2011 전국 초등축구리그 왕중왕전 토너먼트 경기에서 승부조작이 이뤄졌다는 정황을 잡고 조사에 착수했다.



당시 경기에 축구협회 직원 3명이 경기를 지켜봤고, 승부조작 정황이 담긴 구체적인 자료를 모아 협회에 보고했다.



신암초와 삼선초는 당시 경기에서 1-1로 비겼고, 승부차기 끝에 삼선초가 3-2로 이겼다.



하지만 이날 승부로 삼선초는 32강에 진출했고, 신암초는 64강에서 탈락한 같은 지역의 두 팀을 골 득실 차에서 앞서 내년 소년체전 출전권을 따냈다.



결국 무승부를 통해 두 학교는 ’윈-윈’의 효과를 얻은 셈이다.



무엇보다 이번 사건이 심각성은 어린 선수들이 이기적인 어른들의 욕심 때문에 있어서는 안 될 ’승부조작’에 동원됐다는 점이다.



최장섭 축구협회 징계위원장은 "경기 중에 정황상 정상적으로 플레이가 됐다면 일어나기 어려운 일들이 발생했다"며 "두 팀이 경기 결과에 따라 어떤 상황이 발생할지 서로 인지하고 경기에 나선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비록 승부조작을 놓고 돈이 오간 정황은 발견되지 않았지만 무승부를 이끌어 두 팀 모두 만족할 결과를 얻게 됐다는 점에서 축구협회는 두 팀 지도자에게 무기한 자격정지 처분의 중징계를 내렸다.



징계위원회에 참석한 한 위원은 "감독으로부터 선수들에게 ’골을 넣지 마라’라는 지시가 떨어졌고, 골키퍼는 실수를 가장해 상대팀 공격수에게 공을 주거나 코너킥 상황에서 수비수들이 일부러 빠져나오는 정황이 발견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두 팀 감독이 승부조작이 아니라고 얘기하고 있지만 경기를 지켜본 축구협회 직원은 물론 심판들로부터 보고를 받은 결과 승부조작이 명확하다"고 덧붙였다.



페어플레이를 배우고 철저한 기본기를 익혀야 할 초등학교 리그에서 눈앞의 이익 때문에 어린 새싹들이 배워서는 안 될 승부조작에 동원됐다는 점에서 양 팀 지도자들이 중징계와 비난을 받아 마땅하다는 게 징계위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한편 이날 양 팀 감독에게 내려진 무기한 자격정지 처분은 징계 시점으로부터 3년이 지나면 축구협회에 사면 요청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성폭력이나 금품수수, 승부조작과 관련된 징계에 대해선 사면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어 사실상 축구계 퇴출이나 같은 효과를 가진다는 게 축구협회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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