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멘트>
두 아들을 둔 20대 엄마가 태어난지 3개월 된 아기를 입양한 뒤 상습적으로 폭행해 뇌사상태에 빠트렸습니다.
남편이 친자식들보다 입양한 아기를 더 예뻐하는 것 같다는 게 이유였습니다.
류란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지난 달 중순 서울의 한 대학병원 응급실에, 의식을 잃은 아기가 실려왔습니다. 태어난지 3개월 남짓한 아기의 상태는 심각했습니다.
<인터뷰> 김민애 관장(서울 영등포아동보호전문기관): "군데군데 멍 자국도 있었고요. 3개월짜리 아이가 뇌출혈이 생길 수 있는 가능성이 굉장히 희박한데, 이 아이는 뇌출혈이 있었어요. 머리카락을 다 자르고 보니까 머리의 반 이상이 멍이 들었던 상황이니까요."
게다가 아기의 눈에서 세차게 흔들렸을 때 생기는 망막 출혈까지 확인되자, 담당의사는 아동학대를 의심해 신고합니다.
아기 엄마, 29살 이 모 씨를 조사하던 경찰은 실려온 아이가 입양아란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인터뷰> 박용만 경정(서울 구로경찰서) : "(이씨가) 인터넷에 입양을 원한다고 글을 올린 거예요. 그냥 이렇게 올렸는데, 며칠 있다가 (실제로) 입양을 하겠냐고 (연락이 왔어요.)"
이른바 '인터넷 입양' 인터넷에 입양 의사를 올린 개인끼리 만서 아이들을 주고 받는 것인데, 딸을 키우고 싶었던 이 씨가 기관을 통해 정식으로 입양하기엔 그 기준이 너무 높았습니다.
<인터뷰> 박용만 경정(서울 구로경찰서): "입양이라는 게 굉장히 조건이 까다롭습니다. (이 씨의) 가정형편, 경제적인 능력이 조금 부족하죠. 보증금 5백만 원에 월 20만 원 내고 사는 그런 환경에서...더군다나 아이가 세 살짜리 한 명, 14개월짜리 한 명 (있어요.)”
남편까지 설득해 그렇게 얻은 귀여운 막내딸, 하지만 행복은 채 일주일도 가지 못했습니다.
이 씨가 남편과 막내딸 사이를 못마땅하게 여긴 겁니다.
<인터뷰> 박용만 경정(서울 구로경찰서): "‘아빠 많이 닮았네’뭐 이런 얘기도 듣고, 또 신랑이 자기 친자보다 (데려온) 애를 더 예뻐하니까 화가난 거예요. 그래서 (아기에게) 손찌검하고...”
이 씨의 엉뚱한 화풀이는 갈수록 심해졌고, 결국 아이는 한달 넘게 의식을 차리지 못 하고 있습니다.
경찰은 아동학대 혐의로 이 모 씨를 조사하는 동시에, 이 씨의 친권말소 절차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KBS 뉴스, 류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