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멘트>
성폭력 사건을 수사하면서 검찰이나 경찰이 피해자를 마구 대해 2차 피해가 일어나는 경우 적지 않은데요.
검찰이 이른바 나영이 사건을 수사하면서 나영이와 가족들에게 2차 고통을 안긴 데 대해, 국가가 피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습니다.
김건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지난 2009년 1월, 검찰은 병실에서 치료받던 나영이를 갑자기 검찰청사로 불렀습니다.
피해자를 조사한다는 이유였습니다.
그러나 당시는 조두순의 끔찍한 범행이 있은지 채 한 달도 되지 않아 나영이에게는 절대 안정이 필요한 때였습니다.
<녹취>나영이 아버지 : "병원에 오셔서 진술을 받을 수 있었는데 죄인 소환하는 식으로 검찰청에 몇 시까지 와주쇼."
검찰은 수술로 배변 주머니를 차고 있어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하던 나영이를 딱딱한 의자에 앉힌 채 2시간 넘게 조사를 벌였습니다.
게다가 기계조작 미숙으로 녹화를 거듭한 탓에 나영이는 악몽 같았던 당시 상황에 대해 똑같은 진술을 4번이나 반복해야 했습니다.
<녹취>나영이 아버지 : "너무나 큰 충격인데...자꾸 악몽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이에 대해 법원은 나영이가 검찰 조사과정에서 받은 정신적.육체적 고통에 대해 국가가 천3백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습니다.
2차 피해를 막기 위해 수사기관이 편안한 상태에서 진술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고, 최소한의 조사만 진행해야 하는데도 이를 어겼다는 것입니다.
<인터뷰>이명숙(변호사/나영이 사건 변호인) : "검찰이 성폭행 피해자 조사시 충분한 배려를 하지 않는다면 비록 고의가 아닐지라도 과실에 따른 책임이 인정될 수 있다는 것"
법원은 특히 피해자가 아동일 경우 수사기관은 피해자의 나이,심신 상태 등을 고려해 특별히 배려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KBS 뉴스 김건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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