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진단] 거품 낀 등록금…거세지는 인하 압박

입력 2011.11.03 (22:06)

<앵커 멘트>

제 뒤로 보이는 화면, 지난 6월에 있었던 반값 등록금 집회 모습입니다.

대학 등록금이 왜 이렇게 오르나 했는데 감사원이 그 원인을 찾아냈습니다.

상당수 대학들이 예산을 편성할 때 '지출은 많게, 수입은 적게' 계산하는 방식으로 등록금을 편법 인상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먼저 김철우 기자입니다.

<리포트>

이 대학은 2006년부터 3년 동안 공과대학과 본관 건축비로 227억원을 쓸 것처럼 예산을 짰습니다.

건축비를 충당하기 위해 학생들의 등록금을 올렸지만, 건물은 짓지 않았습니다.

<녹취>대학 관계자 : "특별히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학교 수입을 별도 계좌에 관리하면서 업무추진비 명목으로 교직원이 나눠갖거나 직원 회식비로 쓴 국립대학도 있습니다.

감사원이 35개 대학을 감사한 결과 최근 5년 동안 지출과 수입을 조작한 규모가 6천5백억여 원에 이르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교비에 포함돼야 할 기부금이나 학교시설 사용료를 법인회계에 포함 시키거나, 학교 재단이 부담해야 할 운영 경비를 교비에 부담시켜 등록금 인상 요인이 됐다는 겁니다.

<인터뷰>김정하(감사원 제2 사무차장) : "대학의 재정운용이 투명해지면 등록금이 인하될 수 있을 것입니다."

감사원은 그러나, 전문 브로커가 개입해 유명 사립대에 기여입학을 시켜줬다는 제보를 확보해 조사하려 했으나 대학의 자료 제출 거부로 실패했습니다.

<녹취>김정하(감사원 제2 사무차장) : "대학 측에서 기부 문화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자료 제출을 거부했습니다."

감사원은 감사 결과를 대학에 통보해 내년도 등록금 정책에 반영하도록 했습니다

감사원은 또한 법인이나 대학 재정 운용 과정에서 배임이나 횡령 혐의 등이 있는 교수나 교직원 등 90여 명을 검찰에 수사 의뢰했습니다.

KBS 뉴스 김철우입니다.

<앵커 멘트>

이처럼 상당수 대학들이 예산 부풀리기 등으로 등록금을 부당하게 인상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당장 내년부터 사립대학에 대한 등록금 인하 압박이 거세질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대학측의 반발도 만만치 않습니다.

계속해서 유광석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서울의 유명 사립대 4학년생인 이정민 씨, 매년 오른 등록금 때문에 지금까지 천 3백만 원을 대출받았습니다.

<인터뷰>이정민(대학 4학년생) : "(아버지께서) 좀 힘드니까 이자가 비싸지 않으면 이자는 부담해줄테니 대출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셔서.."

하지만 상당수 대학이 등록금을 부당하게 인상한 사실이 드러난 만큼, 앞으로 등록금 인상은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감사원이 적정 등록금 수준을 제시하진 않았지만, 대학들은 내년에 5~10%의 인하 압력을 받게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녹취>사립대 관계자 : "동결해도 사실은 (물가상승률 때문에) 5% 정도 예산이 줄어드는 결과 아닙니까? 거기다가 만약에 10%를 깎으라면 실제 비용부담이 15% 정도 된다는 얘긴데요."

사립대들은 특히 감사원 감사로 대학의 자율성을 침해됐다며 불만을 터뜨렸습니다.

대학교육협의회는 오는 7일 이번 감사에 대해 성명을 내기로 했고, 연세대는 국고가 지원되는 부분을 넘어선 업무 전반에 대한 직무감찰은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을 제출했습니다.

<인터뷰>임은희(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 : "사학운영의 전반적인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 사립학교법 개정 등 총괄적인 대책이 정부와 국회에서 마련돼야 합니다."

따라서 대학들의 반발을 극복하고 실질적으로 등록금을 인하하기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예상됩니다.

KBS 뉴스 유광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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