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야구 복귀를 선언한 ‘국민타자’ 이승엽(35)은 4일 국내 복귀팀으로 삼성 라이온즈를 최우선 대상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이승엽은 이날 김포공항을 통해 일본에서 귀국한 뒤 기자회견에서 "삼성은 내가 태어난 곳이고 뛰었던 곳이다. 또한 선수로서 많은 도움을 받았던 곳이기에 삼성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기존 1루수가 있고 왼손 타자들이 있어 삼성에 도움이 될지 마이너스가 될 지 걱정된다"며 "개인뿐만 아니라 팀도 고려해 신중하게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나이도 있기 때문에 최고 대우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팀에 도움이 될 수 있고 자존심만 세워준다면 액수는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달 중으로 연락이 오면 어느 팀이라도 협상하겠다. 빨리 협상을 끝내고 싶다"는 이승엽은 "개인 성적보다는 행복하게 웃으면서 야구하고 싶다"고 했다.
다음은 이승엽과의 일문일답
--8년간의 일본생활을 마무리하고 돌아온 소감은.
▲한국에 돌아오니 아쉬움보다는 홀가분하다. 8년간의 외국생활을 마무리해서 시원하고 기분 좋다. 내년에 다른 팀의 유니폼을 입어야 하기에 설렌다.
처음 일본 떠날 때의 예상보다는 성적이 부진했다. 기뻤던 적도 많고 슬펐던 일도 많았다. 업다운(Up-down)이 많았다. 행복하고 때론 힘들었다.
--오릭스에서 1년만 뛰고 귀국한 이유는.
▲8년이라는 시간은 짧은 시간이 아니었다. 한국에서 선수 생활을 마무리하고 싶었다. 내년까지 오릭스에서 뛰면 한국에서 제대로 뛰기 어려울 것으로 생각했다.
아버지도 처음에는 반대했지만 나중에는 내 뜻을 존중해줬다.
--삼성으로 복귀한다는 말이 많다.
▲지금 도착해서 계획된 게 없다. 삼성으로 가는 게 최상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모든 일에는 변수가 있다. 마음이 가는 대로 결정할 것이다.
--삼성에서 연락받은 것은 없나.
▲아직 이야기를 듣거나 한 것은 없다. 전화가 잘 안 되어서 류중일 삼성 감독과도 통화를 나누지 못했다.
--삼성으로 돌아가고 싶은가
▲협상을 이제 시작해봐야 한다. 우선 삼성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있다. 태어난 곳이고 내가 뛰었던 곳이다. 많은 도움을 받았던 곳이기에 삼성을 생각하고 있다.
--이제 한국 야구에 적응해야 한다. 각오는 어떤가.
▲8년이라는 긴 시간을 일본에서 보냈기 때문에 다시 적응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릴 것이라고 생각한다. 초반에는 힘들 거라고 본다. 하지만 개인 성적보다는 행복하게 웃으면서 야구하고 싶다.
TV로 한국야구를 보면서 그리웠다. 관중의 함성과 환호가 부러웠고 저 자리에 내가 있어야겠다고 생각을 많이 했다. 원 없이 경기할 수 있다면 성적은 별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
--삼성이 올해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했다. 기분이 어땠나.
▲축하할 일이다. 다만 걱정되는 부분은 삼성은 기존 1루수가 있고 왼손 타자들이 있다. 삼성에 복귀하면 도움이 될지 마이너스가 될지 모르겠다. 개인뿐만 아니라 팀도 고려해서 신중하게 결정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한국에서 특별히 상대하고 싶은 투수가 있는가.
▲모든 투수를 빨리 상대하고 싶다. 플레이오프와 한국시리즈를 TV로 봤는데, 야구장에서 뛰면서 상대하고 싶다.
8년 동안 일본에서 뛰었기에 내가 어느 정도 변했는지 한번 느껴보고 싶다.
--한국을 떠났던 2003년과 지금의 한국 야구는 어느 정도 변했다고 보는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성장했다고 생각한다. 다만 겪어보지 않아서 아직은 잘 모르겠다. 야구장에서 뛰는 선수들의 열정과 이기고자 하는 승부욕이 대단했다. 레벨이나 선수들의 인식이 성장했다고 본다.
--한국 야구에서 이루고 싶은 기록이 있는가.
▲개인적으로 통산 홈런기록에 도전하고 싶다. 2천안타 목표는 몸관리나 꾸준한 성적이 매년 뒷받침되지 않으면 어렵다.
--이제 한국 야구에 복귀하는데, 사람들의 기대가 부담스럽지는 않은가.
▲사람들이 많이 기대하는 것을 알고 있다. 저 역시 기대가 많이 된다.
좋은 투수가 많이 늘어나서 상대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하지만 나도 상대 투수를 많이 연구해서 조금이라도 좋은 모습을 보이겠다.
또한 열심히 뛰는 선수, 최선을 다하는 선수로 팬들의 마음속에 기억되도록 노력하고 싶다.
--8년간의 일본 생활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좋았던 기억보다 안 좋았던 기억이 먼저 떠오른다. 특히 2군에서 정말 힘들었다.
--김태균(전 지바 롯데)과 박찬호(전 오릭스 버펄로스)의 국내 복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김)태균이는 확정된 것으로 알고 있고 (박)찬호형은 아직 확정되진 않은 걸로 안다. 크게 보면 흥행에 굉장히 도움이 될 것이다.
꼭 같이 한번 상대팀으로써 뛰어보고 싶다. 국내 영웅의 볼을 한번 치고 싶다. 맞대결에서 지는 쪽은 기분 상할 수도 있겠지만 재미있을 것 같다.
--일본 야구 진출을 생각하는 후배들에게 조언한다면.
▲저에게 직접 물어본다면 그 선수의 성격이나 환경 등을 생각해서 그 부분에 대해 조언할 수 있겠지만 전반적으로 조언하긴 어렵다.
그 선수가 직접 겪어보고 부딪쳐보지 않으면 모른다. 일본의 스트라이크존에 적응하지 못하고 거기에 말리면 어렵다. 그 정도 조언 정도는 해줄 수 있을 것 같다.
--오카다 오릭스 감독이 정규시즌 마지막 경기에서도 그대로 내보냈다. 기분이 어땠나.
▲그 부분에 대해서 감사드리고 싶다. 오릭스가 싫어서 떠난 게 아니다. 죄송스러운 마음이다.
2월1일 오카다 감독을 만났는데 첫 만남부터 마지막 게임까지 저에 대한 태도가 한 번도 변하지 않았다. 멋진 분이다. (이)대호가 가더라도 잘 적응할 것이다.
--김성근 전 SK 와이번스 감독과 통화는 했는가.
▲전화했다. 김성근 감독이 "수고했다"라고 짧게 말했다.
사실 김 감독님은 나의 결정을 반기지 않았을 것이다. 돌아올 곳이 있으면 마음이 약해진다고 한번 갔으면 거기에 뼈를 묻어야 한다고 하셨던 분이다.
죄송스러운 마음이다.
--윤석민(KIA)과 최형우, 오승환(이하 삼성), 이대호(롯데)의 최우수선수(MVP) 경쟁 중 누구의 손을 들어주고 싶은가.
▲최형우를 찍겠다. 아무래도 팀 후배이기도 하고, 투수들도 대단하지만 야수들은 1년에 130게임 이상씩 정상적인 체력을 유지하면서 부상당하지 않고 꾸준히 활약해야 한다.
내가 타자 입장이라 그런지 몰라도 아무래도 타자에게 마음이 간다.
--일본 생활 동안 가족들이 큰 힘이 된 것으로 알고 있다.
▲가족이 없으면 힘들다. 5월에 아이가 태어났을 때 가장 힘들었다.
정말 이번 기회에 가족의 소중함을 알았다. 가족이 없었다면 8년을 버터지도 못 했을 것이다.
그동안 신경을 많이 못 써줬다. 아내가 집밖에 안 나가고 집안에만 있어서 너무 답답했을 거라는 생각에 미안하다. 앞으로 가족에게 항상 서비스하겠다.
--향후 일정은
▲특별한 일정은 없다. 내일 대구에 내려가 아버지에게 인사드릴 생각이다. 그다음에는 서울로 올라와 못 만났던 사람들을 만날 생각이다.
쉬면서 박찬호의 야구캠프에 참가해야 한다. 또한 가족과 여행을 갔다 올 생각이다.
오릭스의 배려로 국내 구단의 협상을 지금부터 시작할 수 있다. 빨리 협상을 끝내서 마음 편하게 내년 시즌을 준비하고 싶다.
또한 일본은 2월에 시즌을 시작하기 때문에 1월까지 개인 훈련을 해야 한다. 그런데 한국은 1월부터 팀 훈련에 들어가기 때문에 몸을 만드는 데 더 도움이 될 것 같다.
--어느 정도의 대우를 바라는가.
▲나이가 있기 때문에 최고 대우을 받아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팀에 도움이 되고 자존심만 세워준다면 액수는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