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년 하위 KEPCO, ‘조용한 반란’ 강타

입력 2011.11.09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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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프로배구 출범 후 남자부에서 만년 하위권을 맴돌았던 KEPCO가 달라진 조직력으로 2011-2012 시즌에서 '조용한 반란'을 준비 중이다.

KEPCO는 8일까지 3승1패를 거둬 승점 9점을 획득하고 남자부 7개 팀 중 4위를 달리고 있다.

현대캐피탈과 LIG손해보험 등 강호로 군림했던 팀들이 1라운드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5·6위로 처지면서 반사이익을 얻은 측면도 있지만 KEPCO가 이제는 어느 팀도 쉽게 상대할 수 없을 만큼 전력이 강해져 얻어낸 성과물이라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지난달 30일 현대캐피탈을 3-2로 눌러 2009년 3월 이후 2년 7개월여 만에 현대캐피탈전 12연패 사슬을 끊고 상승세를 탄 KEPCO는 지난 6일에는 드림식스의 돌풍을 3-1로 잠재웠다.

10일 LIG손보를 격파하면 KEPCO는 프로 출범 후 처음으로 4연승을 달성한다.

홍익대와 한양대에서 '조직 배구'로 이름을 날렸던 신춘삼 감독이 올해 새로 지휘봉을 잡은 뒤 KEPCO는 공수에서 톱니바퀴처럼 맞물리는 팀으로 변신했다.

KEPCO는 염순호, 이병주, 이영준 등 지난해까지 주전으로 뛰었던 선수와 상무에서 제대한 왼손 공격수 양성만이 모두 KEPCO의 일반 직원으로 제2의 인생을 설계하면서 팀의 뿌리가 흔들릴 처지였지만 새로운 피를 수혈해 슬기롭게 위기를 극복하고 도약의 찬스를 잡았다.

KEPCO 상승세를 이끄는 일등공신은 돌아온 '크로아티아 특급' 안젤코 추크다.

삼성화재의 전성기를 열어젖히고 나서 일본으로 건너갔던 안젤코는 2년 만에 돌아온 한국 무대에서 특유의 파워 넘치는 공격으로 이름값을 해내고 있다.

안젤코는 득점 3위(132점), 공격종합 5위(55.35%), 오픈 공격 3위(52.08%)에 올라 '해결사'에 목말랐던 KEPCO의 갈증을 말끔히 해결했다.

신인 드래프트에서 2위로 KEPCO 유니폼을 입은 왼손잡이 서재덕도 날카로운 공격으로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서재덕은 전광석화처럼 움직이는 퀵 오픈 공격에서 2위(75%)에 올라 프로에서 연착륙에 성공했다.

각각 화성시청과 용인시청 실업 배구팀에서 뛰던 곽동혁과 강성민에게 수비 전담 리베로를 맡겨 리시브를 보강한 것도 KEPCO가 강팀으로 탈바꿈한 원동력으로 꼽힌다.

수비가 안정되면서 세터 김상기의 현란한 토스가 더욱 빛을 발하는 것도 KEPCO의 화력을 돋보이게 한다.

레프트 공격수 박준범이 속공에서 1위(81.25%)를 달리는 등 KEPCO는 장신 공격수를 고루 활용한 퀵 오픈과 속공 팀 순위에서 2위와 3위를 차지하며 짜임새를 강화했다.

신춘삼 감독은 "팀의 조직력을 키워가는 과정"이라면서 "결정적인 순간에는 안젤코에게 공을 띄우겠지만 다른 선수들을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해 득점을 올리고자 '몰빵'은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팀의 배구는 전원이 공격하고 수비하는 '토털 배구'다. 박준범을 레프트나 센터로도 기용하는 등 선수들의 포지션을 파괴해 공수에서 최적의 조합을 찾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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