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 북한] 北 휴대전화 80만 돌파

입력 2011.11.26 (09:41)

북한 내부를 심층 분석해보는 <클로즈업 북한>입니다.

북한의 휴대전화 가입자 수가 최근 80만명을 돌파했습니다.

개통 3년도 되지 않아 휴대전화가 무서운 속도로 확산되고 있는 건데요.

특히 평양 사람들에게는 휴대전화가 필수품이 되다시피했다고 합니다.

폐쇄사회인 북한에서 휴대전화가 가져오는 변화가 심상치 않은데요.

오늘 클로즈업 북한에서는 북한의 휴대전화 보급 현황과 휴대전화가 북한사회를 어떻게 변화시키고 있는지 상세히 분석해봅니다.

<리포트>

최근 조선중앙TV는 휴대전화 예절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북한TV가 휴대전화 예절을 다룬 것은 처음이다.

가입자가 빠르게 늘어나면서 새롭게 나타난 현상이다.

평양 거리에선 휴대전화를 쓰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다.

걸어다니면서 통화를 하는 것도 흔한 풍경이다.

특히 젊은 사용자들의 증가가 두드러진다.

<녹취>평양 시민 : “손전화기(휴대전화)를 사용하니까 생활상 편리한 점이 많습니다.”

청소년들은 스포츠선수와 같은 유명인을 보면 스스럼 없이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어댄다.

북한의 휴대전화 가입자 수는 개통초기인 2009년 6월 4만명에서 1년만에 4배를 넘어섰고, 다시 1년만에 60만명을 돌파했다.

지난 9월엔 80만명을 넘어섰다. 폭발적인 증가세다.

이 속도라면 올 연말엔 100만명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오라스콤 텔레콤은 북한에 453개 기지국을 설치했다고 밝히고 있다.

100개 도시에서 통화가 가능해 전체 인구의 94%가 통화권역에 살고 있다.

또 주요 도로 22곳과 철도를 비롯해 북한 국토의 14%에서 통화가 가능하다.

가입자 증가는 통화지역 확대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인터뷰>조봉현(IBK 경제연구소 연구위원) : “평양의 경우 성인들 대상으로 했을 때 거의 세 명 중 한명 정도는 휴대전화를 사용할 정도로 굉장히 많이 보급 확산돼 있고요. 그런데 점차적으로 시간이 갈수록 지역단위로 많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휴대전화 확산은 북한 사회에 여러 가지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평양 소식이 지방으로, 지방 소식이 평양으로 거의 실시간으로 전달되고 있다.

북한의 장마당 거래에서도 휴대전화가 주요 수단이 됐다.

<인터뷰>조봉현(IBK 경제연구소 연구위원) : “과거에 북한이 통제된 사회에서는 정보가 굉장히 차단돼 있었기 때문에 타지역의 정보를 알순 없었습니다. 그런데 휴대전화가 보급되면서 타지역의 정보. 그 다음에 이웃간의 정보. 이런 것들이 수시로 알 수 있는 그런 어떤 정보 확산의 바람이 불고 있고요. 휴대전화 자체가 가격 동향을 알리는 그런 매개의 역할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장사하는 사람들은 예를들면 물건이 비싸게 거래되는 시장으로 정보를 휴대전화를 통해서 알고, 그렇게 함으로써 결국 그쪽 시장에 가서 물건을 비싸게 파는 이런 상인들간에 유통하는 수단이 되고 있고...”

북한 소식이 외부로 전해지는 속도도 매우 빨라졌다.

휴대전화는 탈북자와 북한 내부 가족들이 안부를 묻고 정보를 교환하는 핵심 창구다.

또 화폐개혁이나 김정은 생일축하행사와 같은 굵직한 뉴스는 모두 휴대전화로 외부에 알려졌다.

중국 휴대전화 전파가 잡히는 국경지대에서 중국산 휴대전화를 쓰는 북한 주민이 적지 않다.

탈북자 단체들은 중국 휴대전화가 적어도 5천대 정도는 들어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내부에선 북한 휴대전화로 외부로는 중국 휴대전화를 이용하면 평양의 소식도 한두 시간이면 외부로 전달될 수 있다.

<인터뷰>김흥광(NK지식연대 대표) : “어떻게 이렇게 빨리 알았어. 하니까 휴대전화가 있기 때문에 바로 통화를 할 수 있었다. 평양에 있는 자기 동료들. 함흥, 청진 그런 것들이 있으니까 상당히 예전에 그렇게 부탁을 하면 답이 오기까지 상당히 시간이 많이 걸렸어요. 완전 발빠르게 진행되니까 저희도 좋고. 또 그만큼 북한 주민들이 필요한 소식들을 알기 위해서 잘 하면 발빠르게 할 수 있다.”

북한이 처음 휴대전화를 보급한 건 지난 2002년이다.

태국 ‘록슬리사‘가 파트너로 참여했다.

평양 같은 대도시 일부에서만 통화가 됐고, 사용자도 권력층 일부였다는 점에서 지금과는 차원이 달랐다.

이마저도 2004년에 룡천역 대폭발 사건이 일어나면서 모두 중단됐다.

<인터뷰>김흥광(NK지식연대 대표) : “룡천역 폭발 사건이 일어나고 이어 북한이 당시 쓰고 있던 북한의 휴대전화 사용을 중지시키고. 설에 의하면 중국 화교들과 그때 휴대전화를 쓰고 있던 북한 주민들 속에서 행사 비밀들이 사전에 휴대전화를 통해 흘러나가서 그래서 북한이 태국 록슬리 사에 당시 사용하고 있는 휴대전화를 다 중단시켰다.”

북한이 휴대전화 서비스를 다시 시작한 건 4년 반이 지나서였다.

이집트 오라스콤 텔레콤의 투자를 받아 ‘고려링크’를 세운 뒤 3세대 이동통신 서비스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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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당국은 이전과 달리 곳곳에 판매소를 만들어 휴대전화를 팔고 있다.

<인터뷰>조봉현(IBK 기업은행 연구위원) : “북한 내에 단말기를 판매하는 매점들이 있습니다. 주로 호텔이나 국영상점을 중심으로 해서 단말기를 많이 판매하고 있고요. 그래서 단말기 구매에서는 큰 어려움은 없다고 하겠습니다.”

휴대전화를 체제의 위협으로 보고 금지시켰던 북한 당국이 4년만에 태도를 바꾼 이유로는 우선 외자유치를 꼽을 수 있다.

북한은 2012년 강성대국 건설을 목표로 경제 재건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선 외국 기업들의 투자가 절실했다.

북한에서 외국기업이 안정적인 사업을 벌일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기 위해 이집트 기업 오라스콤 텔레콤을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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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외국인과 주민들을 상대로 강성대국 건설 사업에 쓰일 외화를 벌어들이기 위한 목적도 큰 것으로 분석된다.

<인터뷰>조봉현(IBK 기업은행 연구위원) : “2012년 강성대국의 문을 열기 위해서는 많은 재원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이러한 휴대전화 보급을 확산시킴으로써 결국은 북한 주민들, 외국인들한테 돈을 벌기 위한 당국의 재원 확보 차원에서 아마 보급을 확산하고 있는 것 같고. 또 하나는 북한이 요즘 외자유치에 대한 여러 가지 노력들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일종의 휴대전화를 많이 사용함으로써 외자를 끌어들이는 유인책. 그런 목적으로 지금 하고 있는 것 같고요.”

내부 통제에 대한 자신감도 하나의 배경으로 보인다.

북한의 휴대전화는 외국인용과 내국인용으로 분리된다.

태국 록슬리사 망을 이용하는 외국인용은 고려링크의 내국인용과 서로 연결되지 않는다.

북한 주민들끼리만 통화할 수 있기 때문에 체제 보안이 유지될 수 있다.

탈북자 단체들은 휴대전화가 최근에는 체제 유지와 주민 통제의 수단으로 쓰이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국 통화와 지역 통화에 별도의 식별번호를 부여해 도청이나 감청이 용이하다는 것이다.

체제 유지용 전화비용도 일반 주민들에게 전가하고 있다.

<인터뷰>김흥광(NK지식연대 대표) : “군인, 경찰이나 국가안전보위부. 경찰 보안소라고 하죠. 그런 체제를 수호하는 중앙당, 행정계 이런 사람들이 휴대전화를 국가로부터 결국은 보급 받아서 체제수호를 위한 체제를 지키는 목적에 쓰는거죠. 그 사람들이 쓰는 휴대전화 통화 비용은 결국 개미들, 개인 휴대전화 사용자들이 대신 물어주는 꼴로 흘러가고 있다는거죠.”

북한도 국제 흐름에 뒤떨어지지 않는다는 점을 선전하기 위한 목적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휴대전화 사용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지만 아직은 걸음마 수준이다.

지난 9월말 기준 사용자는 80만명 정도로 북한 인구 100명에 3명꼴이다.

유엔 산하 국제전기통신연합이 조사한 국가별 인구당 휴대전화 가입자 수는 북한이 미얀마와 더불어 최하위를 다투고 있다.

북한에서 일반 주민들이 휴대전화를 이용하기엔 비용 부담이 너무 크다.

고려링크 휴대전화는 가입비를 더해서 평균 40만원 안팎이다.

초기에 100만원이 넘었던 것에 비하면 많이 떨어졌지만 여전히 비싼 가격이다.

사용료는 평균 4천원 정도이다.

북한 근로자의 한달 임금이 3천원 안팎인 것을 고려하면 웬만한 사람은 엄두도 못 낼 비용이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휴대전화 증가는 전체 인구의 10%를 조금 넘는 300만명 정도가 한계일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북한 당국의 감청이 날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는 것도 주민들의 정보 소통을 막고 있다.

특히 후계자 김정은이 등장한 이후 국경지대에서는 특수장비를 동원한 중국 휴대전화 감시가 크게 강화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른바 ‘물동이 통화’까지 등장했다고 한다.

<인터뷰>김흥광(NK지식연대 대표) : “솥에다가 물을 일정하게 담아가지고 머리에다 올리고, 그 아래에도 큰 솥에다가 물을 담아놓고 통화를 해요. 그럼 탐지기에 잡히지 않는다고 해요. 그래서 물동이식 통화방법이라고 하는데 아주 기막히죠.”

오라스콤은 북한 휴대전화 사업으로 올 3분기까지 4천백달러, 우리 돈으로 500억원의 이익을 거뒀다.

오라스콤은 인터넷 사업도 조심스럽게 타진하고 있다.

하지만 북한당국은 휴대전화와 달리 인터넷은 절대 허용하지 않고 있다.

인터넷이 갖고 있는 대중성과 정보의 확산성이 휴대전화와 비교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휴대전화가 정보 유통이라는 측면에서 북한 사회에 큰 변화의 바람을 일으키고 있지만 아직은 ‘찻잔 속의 태풍’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정보교류와 소통이 앞으로 계속 늘어난다면 북한 당국에겐 잠재적 시한폭탄이 될 수도 있다.

<인터뷰>김흥광(NK지식연대 대표) : “사람들 사이에 어떤 공감과 공유와 사회에 대한 평가. 이런 것들이 더 커질 수 있는, 확산될 수 있는 그런 가능성을 준다고 봐야 되겠죠.”

<인터뷰>조봉현(IBK 기업은행 연구위원) : “휴대전화가 앞으로 더 확산되고 이 휴대전화를 통해서 다양한 서비스 기능이 부과된다고 했을 경우에는 아마 북한이 점진적인 개혁·개방으로 자연스럽게 나오지 않을까. 이런 생각들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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