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배구 남자부 1위인 삼성화재의 신치용 감독은 2위 KEPCO와의 물러설 수 없는 한판 대결에서 견고한 방패 대신 날카로운 창을 선택했다.
가빈 슈미트(캐나다)와 박철우 ‘쌍포’의 막강한 공격력이라면 KEPCO와 화끈한 ‘창대 창’ 대결을 벌인다고 해도 승산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삼성화재는 27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NH 농협 2011-2012 프로배구 V리그 남자부 홈경기에서 KEPCO를 3-0(25-19, 25-19, 25-22)으로 완파했다.
사실 KEPCO의 전력은 1라운드 첫 대결에서 0-3으로 삼성화재에 완패했을 때와는 달랐다.
‘해결사’ 안젤코 추크(크로아티아)와 경기를 거듭할수록 성장하는 신인 서재덕이 버티는 좌우 날개 공격 라인은 매서웠고, 레프트 공격수인 박준범이 센터로 변신하면서 중앙의 화력까지 개선됐다.
여기에 KEPCO는 직전 경기인 19일 상무신협 전에서 팀의 주포인 안젤코의 체력 소모를 최소화하면서 창 끌을 더욱 날카롭게 다듬었다.
이러한 KEPCO에 비해 가빈의 비중이 절대적인 삼성화재는 공격력에서 밀리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신치용 감독은 이날 KEPCO와의 경기에서 박철우를 라이트로, 가빈을 레프트로 기용하며 공격적인 전술을 그대로 가져갔고 공격 중심의 전략은 기막히게 적중했다.
‘주포’ 가빈(공격 성공률 79.5%)은 35득점을 올리며 공격을 진두지휘했고 박철우(공격 성공률 80.0%)는 16득점을 올리며 지원 사격했다. 두 선수가 무려 51점을 합작한 것이다.
특히 박철우는 1세트 초반 가빈이 주춤할 때 공격에 적극적으로 나서며 팀 공격의 활로를 뚫었다.
여기에 서브 에이스와 블로킹까지 2개씩 곁들이는 전천후 활약으로 팀 승리를 든든히 뒷받침했다.
KEPCO의 안젤코(21득점)와 서재덕(14득점)은 삼성화재가 공격에 치중한 덕분에 공격 성공률을 각각 60.6%, 73.3%까지 끌어올렸지만 가빈과 박철우 ‘쌍포’의 위력에는 미치지 못했다.
신치용 감독은 경기 후 "상대 공격을 막는데만 맞추지 말고 창을 택했다"며 "공격 위주로 가자고 했던 게 결과적으로 잘 들어맞았다"고 말했다.
박철우는 "가빈이 있기 때문에 심리적인 부담이 덜하다. 공격이 막힐 때 내가 뚫어주면 가빈이 저에게 고맙다고 말해준다"며 "저도 마찬가지로 가빈이 잘해주면 고맙다고 얘기한다. 가빈은 꾸준히 잘하기 때문에 제가 좀 더 잘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주전 세터인 유광우와 대화를 많이 한 점도 도움이 됐다.
박철우는 "사나흘 동안 (유)광우와 속을 터놓고 많은 대화를 나눴다. 이러한 점이 도움됐는지 이번 경기에서 호흡과 리듬이 되살아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