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집회로 인한 집회 불허는 위법”

<앵커 멘트>

특정 단체가 집회를 열지 못하게 방해하는 방법 중 하나가 같은 장소, 같은 시간에 하지도 않을 집회를 열겠노라.

먼저 신고해 버리는 겁니다.

이런 유령집회 때문에 다른 집회를 불허하는 것은 위법이라는 판결이 나왔습니다.

황진우 기자입니다.

<리포트>

서울의 유명 사찰인 능인사원..

이 곳과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있던 한 상가의 임차인 연합회는 지난달 사원 앞 집회를 신고하려다 곤욕을 치렀습니다.

<녹취>임차인 연합회 관계자 : "(능인사원 측) 본인들이 간 게 아니라 용역들을 사 가지고 하루에 4교대를 해 가면서 방어 집회 (신고)를 해왔던 거예요."

우여곡절 끝에 경찰서에 신고를 마쳤지만, 이미 사원 측이 매일 0시 1분부터 23시 59분까지 집회 신고를 끝내 놓은 상황이었습니다.

이 때문에 경찰로부터 집회 금지 통보를 받은 임차인들은 결국 소송을 제기했고 재판부는 이들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재판부는 일단 선원측이 신고한 집회는 "형식적으로 신고된 것에 불과"하다며 사실상의 유령집회로 간주했습니다.

이어, 이런 상황에서 뒤에 접수됐다는 이유만으로 집회를 불허한 것은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한 위법행위라고 판결했습니다.

<인터뷰>김우현(서울행정법원 공보판사) : "선행하는 집회를 방해하는 것이 아니고 선행하는 집회와 충돌할 가능성도 거의 없다면 그런 경우에는 나중에 신고된 집회를 금지할 수 없다는 그런 판결입니다."

지난해 전국에서 신고된 집회는 백만여건, 이중 실제 집회가 이뤄진 건 5%에 불과합니다.

재판부는 특히,유령집회가 신고돼 있고 누군가 같은 장소에서 집회를 하려고할 때, 경찰이 먼저 할 일은 평화로운 집회가 보장되도록 예방 수단을 강구하는 것이라고 꼬집었습니다.

KBS 뉴스 황진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