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멘트>
무허가 단칸방에서 치매에 걸린 할머니와 함께 힘겨운 삶을 이어가던 시각 장애인 청년이 화재로 목숨을 잃었습니다.
난방비를 아끼려고 켜놓았던 낚시용 버너에 불이 붙었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지형철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새빨간 불길이 온 집안을 집어 삼켰습니다.
소방관들이 쉴 새 없이 물을 뿌립니다.
<녹취> "일로 나와 일로, 자 방수!!"
83살 원 모 할머니는 구사일생으로 구조됐지만 눈이 잘 안 보이고 거동마저 불편했던 손자 18살 박 모군은 끝내 목숨을 잃었습니다.
난방비를 아끼기 위해 켜 놓은 낚시용 버너가 화재 원인으로 추정됩니다.
<녹취> 이웃 주민 : "난방비 아끼려고 그걸(가스버너) 썼데. 그 아빠가 그러더라고. (할머니) 아들이. 어렵게 살다가 저렇게 됐으니까 안됐지."
날이 밝은 뒤 화재현장을 다시 찾았습니다.
원 할머니 가족의 단칸방입니다.
가구를 제외하고 가로 2미터, 세로 4미터가 채 안 되는 크기에 4가족이 생활해 왔습니다.
할머니가 받는 한 달 9만원의 기초 노령연금과 박 군의 장애 수당 등 한 달 70만원이 가족의 고정 수입이었습니다.
<녹취> 박 00 ( 故 박 00씨 큰아버지) : "방이 난방이 제대로 안 되니까 전기장판을 사 드렸는데 (거긴 가스가 안 들어오나요?) 그렇죠 예. 그게 무허가 건물이에요."
전국적으로 120만 가구가 원 할머니네처럼 난방비가 없어 전기장판이나 양초, 가스버너 등에 의지하는 에너지 빈곤층, 지금 이 순간에도 한겨울 추위와 화재의 위험 속에서 힘겨운 겨울을 보내고 있습니다.
KBS 뉴스 지형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