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진단] 소값 폭락해도 쇠고기는 ‘요지부동’

입력 2012.01.04 (22:02)

<앵커 멘트>

육우 송아지 한 마리 값이 삼겹살 1인분 값인 만 원에도 팔리질 않습니다.

키울수록 손해기 때문에 초등학교 앞에서 병아리 같이 한 마리씩 팔고 싶다는 축산 농민의 말이 실감납니다.

먼저 천춘환 기자가 그 실태를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육우 농장의 송아지 축사가 텅 비어 있습니다.

값이 폭락하면서 생후 1주일 된 수송아지가 만 원도 받지 못하게 되자, 사육을 포기한 것입니다.

더 큰 문제는 키울수록 손해라는 생각에 공짜로 준다고 해도 받아갈 사람이 없다는 것입니다.

<인터뷰> 이병헌(축산 농민) : "돈이 안 남으니까, 제일 의욕이 안 생기고, 앞으로도 이게 언제까지 이런 상황이 이어질지, 앞이 안보입니다."

현재 전국에서 기르고 있는 육우는 13만여 마리로 1년 전보다 19%나 줄었습니다.

거래 가격도 288만 원에서, 232만 원으로 떨어졌습니다.

사료값이, 1년 전보다 무려 70% 이상 오른데다, 볏짚과 깔개, 예방 접종비만 해도 출하 가를 훌쩍 넘어서기 때문입니다.

한우 농가도 어렵기는 마찬가지.

현재 전국의 한우는 295만 두로 정부 추산 적정선을 18% 이상 넘어섰습니다.

이런 공급 과잉 상태에서 수입 육 소비는 늘면서 전체 소비량의 40% 정도를 차지했던 한우 비중은 점차 줄고 있습니다.

<인터뷰> 이우택(한우협회 충북도회) : "(정부가) 농업을 지속적으로 끌고 갈 수 있는 근간을 마련해줘야 하는데, 아직까지 나와있는 사업이 하나도 없습니다. 구체적으로..."

소값은 계속 떨어지고, 사육비 부담은 커지면서 축산 농가들의 위기의식이 커지고 있습니다.

KBS 뉴스 천춘환입니다.

<앵커 멘트>

산지 소값은 지난 2년 새 40% 넘게 폭락했지만 소비자들이 사먹는 쇠고기 값은 별로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한우 유통구조가 복잡한데다 공급 과잉에 제때 대처하지 못했기 때문인데. 정부가 뒤늦게 긴급 대책을 내놓았습니다.

이어서 이해연 기자입니다.

<리포트>

한우고기 식당입니다.

산지 소값은 폭락했지만 등심 1인분 가격은 2년 전과 똑같습니다.

<인터뷰> 정유영(서울시 오륜동) : "소고기는 어쩌다 한번 먹는 정도 겨우 먹을까 말까...(왜요?) 비싸니까요."

소는 넘쳐 나는데 고기 먹기는 힘든 기현상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쇠고기 값이 떨어지지 않는 것은 복잡한 유통 구조 때문.

농가에서 우시장, 도축장,도매상 등으로 최소 5단계 이상을 거쳐야 합니다.

2010년 조사 결과 산지에서 700만 원에 팔린 한우를 소비자들은 1200만 원을 내고 사먹어, 유통비용이 40%에 이르렀습니다.

산지 소값이 크게 내린 현재의 유통비용은 50% 안팎으로 추정됩니다.

<인터뷰> 우병준(농촌경제연구원) : "그 단계마다 이윤이 창출돼야 하고 그 이윤들이 다 유통비용으로 전가가 되죠."

공급 과잉 대처도 안이했습니다.

한우 사육 두수는 10년 주기로 증감을 반복해 예측이 가능했지만 정부는 시장 원리를 강조하며 별다른 손을 쓰지 않았습니다.

정부는 부랴부랴 군납 수입 쇠고기를 국산으로 대체하고 할인 판매로 소비를 촉진하는 등의 소값 안정 대책을 내놨습니다.

<인터뷰> 권찬호(식품부 축산정책관) : "사육두수 감축을 위한 한우 암소 도태 및 송아지 생산억제를 유도해 나갈 계획입니다."

정부 수급조절 대책의 적절성은 차치하더라도 사후 약방문이라는 비판은 면하기 어렵게 됐습니다.

KBS 뉴스 이해연입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KBS 뉴스 이미지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