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영근 객원해설위원]
오는 7월 임기가 끝나는 4명의 대법관들의 후임 인선작업이 한창 진행되고 있습니다.
대법원은 구체적인 현실에 대해 법을 적용하는 권한을 지닌 사법부의 최고기관입니다. 법의 해석과 적용이 잘못되면 현실에서는 불의가 법적으로는 정의로 평가받기도 하고, 악이 선으로 둔갑되기도 합니다.
사법부의 도움이 없이는 불의한 권력과 금력이 결코 법에 승리할 수 없습니다. 법을 왜곡하는 판결 때문에 독재정권의 살인범죄가 합법적인 법집행으로 인식되고 악질적 경제범죄가 합법적인 경영행위로 여겨질 수 있습니다.
과거 우리 대법원은 독재정권에 굴복하였던 아픈 기억을 갖고 있습니다. 오늘날에도 불의한 정치권력이나 경제 권력은 끊임없이 사법부에게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고 한다는 지록위마를 요구합니다.
특히 경제 권력의 도전은 좀더 교묘하고 지능적이어서 이미 사법부가 여러 차례 패배한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사슴은 사슴이고, 말은 말이라고 할 수 있는 용기를 지닌 사람들이 대법관으로 임명되어야 합니다.
아울러 이번 대법관 인사에서는 위장전입, 부동산투기, 변호사시절 과도한 수입, 지연이나 학연 등과 같은 수준 낮은 이야기가 나오지 않기를 바랍니다.
대법관이라는 자리는 숭고한 자리입니다.
따라서 남들이 부동산투기 할 때 나도 하고, 남들이 위장전입 하니 나도 위장전입한 평범한 사람들이 대법관이 되어서는 안됩니다.
이러한 잣대를 들이대면 유능한 사람은 하나도 대법관이 될 수 없다고도 합니다. 그러나 이것은 가진 자의 논리에 불과합니다.
이러한 것들과 무관하게 살아온 것이야말로 우리 시대가 대법관에게 요구하는 가장 중요하고도 큰 능력이고 또한 대법관이 지녀야 할 용기의 표현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유능하고 용기 있게 살아온 사람들만이 약자의 보호라고 하는 법의 진정한 의미를 온몸으로 이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 사회에 이러한 능력과 용기를 갖춘 사람들은 많이 있습니다. 편견과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찾아내지 못하고 있을 뿐입니다. 이른바 법조 귀족들만이 아니라 사회 각계각층에서 활약하는 사람들에게까지 시야를 넓히면 얼마든지 흙속의 진주를 찾아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진주들이 대법원을 좀 더 다양하고 아름답게 장식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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