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멘트>
폭행사건 피해자가 가해자 몰래 112 신고전화를 했는데, 경찰이 그 번호로 전화를 건 뒤, 아무 일 없다는 가해자의 말만 듣고 출동을 취소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어이 없는 112 신고 관리 체제에 비난이 쇄도하고 있습니다.
이승훈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지난 17일 새벽.
동거중인 남성에게 폭행을 당하던 30대 여성은 112로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하지만, 출동하던 경찰관은 피해자의 집에 다시 전화를 걸어, '신고한 적 없다'는 남성의 말만 듣고는 발길을 돌립니다.
결국, 이 여성은 계속 폭행을 당해 전치 4주의 중상을 입었습니다.
<녹취> 경찰관계자 : "당연히 출동해야 하는게, 현장에 가서 확인을 하는게 기본 의무입니다. 순간적으로 직원들이 좀 안일하게 판단한 것 같습니다. "
심지어 일부에서는 경찰이 112신고 사실을 무마하기 위해 가족들을 회유하려 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됐습니다.
<녹취> 해당 파출소장(음성변조) : "사과만 드리고 바로 나왔습니다. (112신고는) 모든 컴퓨터에 저장·녹음됩니다. 112 신고를 '없었던 일'로 할 수는 절대 없습니다."
시민사회단체들까지 비판에 가세했습니다.
가정폭력에 대한 경찰의 안일한 인식과 대응이 어처구니없는 피해자를 낳았다며 가정폭력 대응 체계를 전면 개편하라고 요구했습니다.
<녹취> 오지원.변호사 : "경찰의 캐치프레이즈는 시민이 의지할 수 있는 경찰인데, 제발좀 시민이 의지할 수 있게 해주십시오..."
경찰은 청장까지 물러나면서 허술한 112신고 체계를 고쳤다고 밝혔지만, 부실한 지령 전달과 안일한 대응에 대한 비난은 여전합니다.
KBS 뉴스 이승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