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아, 소치의 퀸! 올림픽 2연패 꿈

입력 2012.07.02 (15:46)

수정 2012.07.02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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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방에 머물렀던 한국 피겨를 세계의 중심에 우뚝 세운 ’피겨 여왕’ 김연아(22·고려대)가 은퇴 논란을 깨고 2014 소치 올림픽에서 2연패에 도전하겠다고 선언했다.



2일 공식 기자회견을 통해 현역 활동을 이어가겠다고 밝힌 김연아는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피겨 여자 싱글에서 역대 최고점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면서 ‘피겨 여왕’으로 등극했다.



김연아가 밴쿠버 동계올림픽 금메달을 따자 전 세계 언론은 갖은 찬사를 쏟아냈다.



당시 뉴스위크는 "김연아의 세계 신기록은 아마도 깨지기 어려울 것 같고 이제 김연아는 한국의 여왕에서 벗어나 세계인 모두의 여왕이 됐다"고 전했다.



르몽드는 "김연아의 기량과 재능에 감동한 캐나다의 관중은 국가적 자존심도 잊은 채 경기장이 떠나갈 듯한 갈채를 보냈다"고 타전했다.



2년 앞으로 다가온 소치동계올림픽을 앞두고 김연아가 은반에서 걸어온 길을 재조명해 본다.



◇7세 유망주에서 피겨 여왕으로 



7살 때 처음 스케이트화를 신은 김연아는 타고난 점프력과 리듬감을 앞세워 이내 ‘피겨 신동’으로 불리며 중·고교 선배들을 따돌리고 국내 대회 우승을 독차지한 ‘될성부른 떡잎’이었다.



12살이던 초등학교 시절 5종(러츠·플립·살코우·토루프·루프)의 트리플(3회전) 점프를 모두 완성한 김연아는 ‘언니’들을 제치고 단숨에 세계무대에서 통할 재목으로 인정받았다.



이를 바탕으로 2004년 세계 주니어그랑프리 파이널 준우승을 시작으로 국제무대에 얼굴을 알린 김연아는 1년 뒤 세계주니어선수권대회 준우승과 주니어그랑프리 우승을 차지하면서 한국 피겨를 이끌어 나갈 차세대 재목으로 주목받았다.



2002년 트리글라프 트로피 노비스(13세 이하) 부문에서 우승하며 세계무대에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김연아는 2004-2005 시즌부터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주니어 그랑프리 대회에 출전했다.



김연아는 2005년 3월 세계주니어선수권대회 여자 싱글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면서 한국 선수로는 최초로 세계선수권대회 메달리스트의 영광을 차지했다.



당시 국내에 피겨가 도입된 지 111년 만의 세계선수권대회 첫 메달 소식은 빙상계를 흥분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피겨의 불모지로만 여겨졌던 한국에 ‘피겨 요정’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2006-2007시즌 마침내 시니어 무대에 진출한 김연아는 그랑프리 2차 대회에서 동메달을 목에 건 뒤 연이어 나선 그랑프리 4차 대회에서 우승의 기쁨을 만끽하며 한국 선수로는 처음으로 시니어 그랑프리 파이널에 진출했다.



자신의 첫 시니어 그랑프리 파이널에 나선 김연아는 허리 통증 때문에 ‘진통제 투혼’을 불사하는 악조건을 뚫고 우승을 일궈낼 정도로 강인한 의지를 보여줬다.



2008년 3월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고관절 통증으로 끝내 진통제 주사를 맞고 경기에 나서 2년 연속 동메달을 따내는 투혼을 발휘했다.



하지만 2008-2009 시즌 부상 없는 최고의 몸 상태로 대회에 나선 김연아는 그랑프리 2개 대회 우승과 그랑프리 파이널 준우승에 이어 2009년 4대륙 선수권대회와 세계선수권대회까지 휩쓸었다.



특히 김연아의 생애 첫 세계선수권대회 우승(총점 207.71)은 한국 피겨의 역사를 새로 써 내린 위대한 업적이었다.



김연아는 2002-2003시즌부터 ISU가 시범 도입한 신채점방식(뉴저지시스템)에서 처음으로 200점대를 돌파한 여자 싱글 선수가 되는 겹경사를 맞이했다.



상승세를 살린 김연아는 2009년 10월 ’올림픽 시즌’을 앞두고 시작된 그랑프리 시리즈에서 2개의 금메달을 따고 그랑프리 파이널까지 정상에 올라 절정의 기량을 자랑했다.



마침내 2010년 2월 생애 처음 나선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피겨 여자 싱글에서 쇼트프로그램(78.50점)과 프리스케이팅(150.06점) 모두 역대 최고점 기록을 경신하며 총점 228.56점의 ‘세계기록’으로 금메달의 주인공이 됐다.



특히 김연아는 올림픽과 세계선수권대회에 이어 4대륙 선수권대회와 그랑프리 파이널까지 모두 우승을 맛보면서 여자 싱글 선수로는 역대 최초로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선수로 피겨 역사에 이름을 남겼다.



더불어 김연아가 작성한 쇼트프로그램 최고점 78.5점과 프리스케이팅 최고점 78.50점, 총점 228.56점은 쉽게 깨지지 않을 세계기록으로 남아 있다.



2010년 우승 당시 현지 언론인 밴쿠버 선이 ‘김연아의 기록을 깰 사람은 오직 김연아뿐이다’고 보도한 것 처럼 김연아는 최근의 공백을 깨고 새롭게 훈련을 시작, 자신의 기록을 깨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나섰다.



◇명품 점프로 피겨 역사 새롭게 쓰다 



김연아는 정확한 에지(스케이트날) 사용과 뛰어난 비거리를 앞세운 ‘명품 점프’로 경쟁 선수들보다 한 차원 높은 연기를 보여줬다.



김연아가 동계올림픽 때까지 시니어 무대에서 쇼트프로그램과 프리스케이팅의 첫 점프 과제로 사용한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기본점 10점)는 역대 여자 싱글 최고인 2.2점의 가산점을 얻을 정도로 뛰어난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김연아의 점프는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피겨 심판 교육에서도 모범사례로 꼽힐 정도였다. 이 때문에 김연아의 점프 기술은 강화된 채점 규정에서도 항상 가산점을 몰고 다녔다.



이를 바탕으로 김연아는 2009년 3월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신채점제 도입 이후 여자 싱글에서 ‘마(魔)의 점수’로 여겨지던 200점을 최초로 뛰어넘은 207.71점을 기록, 피겨 팬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김연아의 200점 돌파는 여자 싱글 역사에서 한 획을 긋는 최고의 업적이었다.



◇김연아-아사다 ‘끝나지 않은 대결’ 



한일 양국을 대표해온 ‘동갑내기’ 김연아와 아사다 마오(일본)는 주니어 시절부터 끊임없이 국제 대회에서 우승을 놓고 다투면서 세계 피겨 팬들의 집중적인 관심을 받아왔다.



아사다는 여자 선수로는 쉽지 않은 트리플 악셀(공중 3회전반)을 앞세워 주니어 시절 김연아보다 조금 앞선 성적표를 받았다.



아사다의 필살기로 내세운 트리플 악셀은 항상 회전수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었지만 당시 심판들의 관대하고 느슨한 판정으로 정확한 트리플 콤비네이션 점프를 앞세운 김연아가 손해를 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시니어 무대로 올라가자 ‘교과서 점프’를 앞세운 김연아가 곧바로 ‘피겨 요정’의 주도권을 잡았다.



김연아는 2006년 12월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아사다와 시니어 무대 첫 맞대결을 펼쳐 184.20점을 획득, 트리플 악셀 실수에 발목이 잡힌 아사다(172.52점)를 제치고 우승했다.



김연아는 2007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극심한 허리 통증 때문에 안도 미키(일본)와 아사다에게 금, 은메달을 내줬지만 그해 겨울 2007-2008 시즌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아사다를 눌렀다.



그러나 이듬해 3월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고관절 부상의 여파로 동메달에 머물면서 아사다에게 우승 메달을 건네줬고, 그해 12월 그랑프리 파이널에서는 점프 실수로 아사다에게 금메달을 내주며 ‘맞대결 부진’이 이어졌다.



하지만 2009년 4대륙선수권대회에서 아사다를 꺾은 김연아는 연이어 치른 2009 세계선수권대회에서도 우승 메달을 목에 걸면서 역대 전적을 5승5패로 만들었다.



또 2009년 10월 그랑프리 1차 대회에서 역대 최고점(210.03점)을 경신한 김연아는 점프 난조에 빠진 아사다를 상대로 밴쿠버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통산 전적을 6승5패를 만들었다.



마침내 동계올림픽 무대에서 아사다와 운명의 대결을 펼친 김연아는 완벽한 점프와 무결점 연기로 세계 기록인 총점 228.56으로 금메달을 차지했다.



자신의 역대 최고 기록(총점 205.50)으로 선전한 아사다를 은메달로 밀어내고 ‘피겨 여왕’으로 우뚝 선 순간이었다.



김연아가 현역 연장을 선택하면서 두 라이벌 간의 불꽃 대결은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세계 피겨팬의 이목을 사로잡는 최대 관전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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