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멘트>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에 가면 '석등'이 줄지어 서 있지요?
전통미를 한껏 살렸는데 이게 왠걸 배열 방식이 문제였습니다.
심연희 기자입니다.
<리포트>
자정이 가까운 시각. 서울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입니다.
6개가 한 줄로 늘어선 석등을 하나하나 뜯어내고 있습니다.
지난 1985년 역사 건립과 함께 만든 석등 8개.
국보 17호 영주 부석사 무량수전의 석등을 본 따 모양은 한국식으로 만들었습니다.
문제는 배열 방식.
서울 메트로는 역사 곳곳에 분산 설치해 두었던 석등 6개를 5년 전 경복궁 진입로에 한꺼번에 배열했습니다.
마치 일본 신사의 참배 길처럼 석등 6개가 일렬로 배치된 것입니다.
석등은 한 기만을 법당 앞에 두는 우리 사찰의 전통 방식과 확연히 다릅니다.
<인터뷰> 조택희(서울메트로 디자인건축팀 차장) : "한적한 통로에다가 갖다가 배치를 하게 된 결과 지금 현재 일본식 배열이라고 그렇게 얘기가 나와서 철거를 결정하게 됐습니다."
대대로 조선 왕들이 머물면서 정사를 돌봤던 경복궁.
이런 경복궁의 의미를 되새기기 위해 세운 석등이 일본식이 돼 버린 겁니다.
게다가 무덤이나 사찰에만 쓰이는 석등을 궁궐 앞에 둔 것도 적절치 않았다는 지적입니다.
<인터뷰> 혜문(스님) : "(석등이) 일제시대 조선총독부에 의해 설치됐다는 것을 간과하고 신중치 못하게 잘못된 소재를 선택함으로써 오늘의 철거에 이르렀다고 생각합니다."
역사적 의미를 부여한 상징물을 설치할 때는 충분한 고증이 선행돼야 함을 다시 한번 보여주고 있습니다.
KBS 뉴스 심연희입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