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쉽네요. 결승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고 아내와 딸의 이름을 크게 외치고 싶었는데…."
2012년 런던올림픽 남자 복싱 라이트급(60㎏) 결승에서 바실 로마첸코(우크라이나)에게 패한 한순철(28·서울시청)은 진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한순철은 12일 오후(현지시간) 영국 런던의 엑셀 런던 사우스아레나에서 열린 대회 결승전에서 로마첸코에게 9-19로 판정패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페더급(57㎏) 금메달리스트인 로마첸코가 바꾼 체급인 라이트급에서도 세계 랭킹 2위에 오르며 강자로서의 면모를 보이긴 했지만 이 정도의 완패를 예상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지난 두 차례의 맞대결에서 모두 패배한 경험이 한순철에게 결과적으로 큰 부담으로 작용하면서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한 것이다.
시상식 뒤 공동취재구역에서 만난 한순철은 "로마첸코가 랭킹도 높고 2번 진 적이 있어서 그런지 너무 겁을 먹었다"면서 안타까워했다.
그는 "이전 게임처럼 자신 있게 하지 못하고 뒤로 물러나면서 로마첸코에게 포인트를 많이 빼앗겼다"고 분석했다.
한순철은 "한국 복싱 24년 만의 금메달도 따고 싶었고 결승전에서 꼭 승리해 아내와 딸의 이름을 크게 부르고 싶었는데…"라며 아쉬움에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시합 전에 감독님이 ’편하게 하라’고 말씀하셨는데, 그 말에 더 오히려 더 긴장이 됐다"면서 "2라운드 끝나고 나서 감독님이 ‘괜찮다. 끝까지 최선을 다하라’고 말씀해주셨지만, 흥분이 돼서 그 말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결승전에서 제 기량도 발휘하지 못하고 이렇게 져서 마음이 너무 아프다"고 말했다.
비록 한국 복싱의 24년 묵은 올림픽 금메달 숙원은 풀지 못했지만, 한순철 개인으로서는 커다란 성취를 이뤄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체중 조절 실패로 16강에서 떨어지는 아픔을 겪었던 한순철은 두 번째 출전한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확보하며 마침내 메달의 꿈을 이뤘다.
그는 "경기가 끝난 뒤 감독님이 ‘수고했다. 이제부터는 즐겨라. 고개 숙이지 말라’고 말씀하셨다"고 했다.
한순철은 후배인 신종훈에 대해서도 좋은 말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신)종훈이 몫까지 다해서 금메달을 따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해 정말 미안하다"면서 "하지만 종훈이는 런던올림픽을 앞두고 정말 누구보다 열심히 훈련했다. 나중에 충분히 금메달을 딸 거라고 믿는다"고 했다.
그는 "여기까지 오기까지 많은 분들이 도와주셨다"면서 "특히 감독님은 다른 연습은 피하고 제가 잘하는 기술을 집중적으로 훈련시켰는데, 결과적으로 감독님의 판단이 옳았다"면서 이승배 복싱 대표팀 감독에게 감사를 표했다.
그는 "일단은 쉬고 싶고 두 살배기 딸이랑 놀아주고 싶다"면서 "몸 관리를 잘돼 지금보다 더 잘할 수 있다면 다음 올림픽에도 도전하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