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넥센 히어로즈가 백업 자원들의 안정적이고 준비된 플레이를 바탕으로 시즌 초 승승장구하고 있다.
23일까지 11경기에 나서 타율 0.478, 출루율 0.556으로 팀 내 1위, 장타율에서도 0.609로 팀 내 3위를 달리는 허도환은 주전 포수 박동원의 백업이다.
허도환은 뛰어난 블로킹 실력과 파이팅 넘치는 성격으로 수비진에서 중심을 잡아줬으나 타격과 도루 저지에서 부족한 점을 드러냈다.
이 때문에 염경엽 넥센 감독은 올 시즌 전부터 군에서 제대한 박동원을 주전 포수로 예정했다.
허도환은 애초 브랜든 나이트와 김영민이 등판할 때만 주전 마스크를 쓰고 밴헤켄, 강윤구, 김병현의 등판 때는 박동원이 안방을 책임졌다.
하지만 염 감독은 허도환의 좋은 타격감을 썩일 수 없다며 19일 김병현, 21일 밴헤켄의 선발 경기 때 박동원 대신 허도환을 내보냈다.
허도환은 19일 경기에서는 1타수 무안타 1사구로 잠시 숨을 골랐지만, 21일엔 결승타를 포함, 2타수 2안타 2타점 2득점을 기록하며 염 감독의 기대에 부응했다.
허도환은 "시범경기 때까지는 컨디션이 올라오지 않았는데 시즌 들어가니 집중도 되고 타석 하나하나가 간절해서 집중하게 됐다"며 "(박)동원이가 있다고 해서 달라질 것은 없으니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기에 매번 출전하는 것이 아니니 감각이 떨어지기도 한다고 설명한 허도환은 "코치님이 폼을 많이 봐주시고 조언도 많이 해주셔서 감각을 살리려 노력한다"고 덧붙였다.
수비에서도 백업들의 활약은 두드러진다.
올 시즌 넥센의 주전 3루수로 출장하는 김민성은 강정호가 어깨 통증으로 자리를 비우자 유격수 역할도 완벽히 해냈다.
최근 몸에맞는공 후유증으로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된 서건창 대신 2루수로도 안정적인 수비를 보였다.
염 감독은 "김민성은 공격보다 수비 강화를 염두에 두고 선택했다"며 "수비도 안정적이고 타격도 나쁘지 않다"고 평가했다.
넥센은 지난해까지 강정호 등 주전 야수들의 부재를 채울 만한 백업이 없었다.
백업이 부족하니 주전들의 체력 부담도 컸다.
하지만 올해는 김민성과 더불어 정수성, 유재신, 김민우, 송지만 등이 든든히 자리를 지키며 주전들의 어깨를 가볍게 하고 있다.
지난해 주로 2루수와 유격수로 뛰었던 유재신은 올 시즌 1루수로도 뛰는 등 멀티 플레이어로서의 면모를 뽐냈다.
발이 빨라 대주자 역할도 충분히 해낸다.
염 감독은 김민성이 2루를 보는 동안 3루를 책임진 김민우에 대해 "스프링캠프 때 1루부터 외야 수비까지 연습시켰다"며 폭넓게 활용할 것이라 설명했다.
넥센 외야에는 팀의 득점 기회에서 대타로 나설 수 있는 송지만(타율 0.417)과 수비가 뛰어난 정수성이 중심을 잡고 있다.
허도환이 "주전도 잘하지만 백업 선수들도 그 선수들만큼 잘해주니 수비에서는 큰 차이를 느끼기 어렵다"고 할 정도다.
스프링캠프 때부터 자리마다 백업 선수들을 정해주고 그들의 실력을 발전시키는 데 비중을 둔 염 감독의 노력이 빛을 발하는 것이다.
염 감독은 "주전급이 빠져도 다른 선수들이 항상 준비하고 있으니 걱정이 없다"며 "김민우, 허도환, 정수성, 송지만 다들 고참급인데도 불평, 불만 없이 팀을 위해 움직여주니 팀 분위기가 좋다"고 미소를 띠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