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KIA 타이거즈 선동열 감독이 심판의 판정 번복에 항의하며 선수단을 철수시켜 경기가 한동안 중단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와 관련해 해당 심판진도 경기 운영 미숙 등을 인정한 터라 제재가 불가피해졌다.
KIA 선수단 철수는 29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의 방문경기에서 2-2로 맞선 7회초 2사 1루에서 김주찬의 타구를 상대 중견수 배영섭이 앞으로 뛰어들며 가까스로 잡아내면서 불거졌다.
타구를 따라간 1루심 박종철 심판이 바운드 된 공을 잡았다면서 안타를 선언했고 1루에 있던 주자 신종길은 2,3루를 지나 홈까지 밟았다.
이에 삼성 류중일 감독이 더그아웃에서 뛰쳐나와 항의하자 네 명의 심판이 모여 잠시 협의 시간을 가졌다.
그러더니 박 심판은 공이 바로 글러브에 들어가 아웃이 맞다며 판정을 번복했다.
그러자 KIA 벤치가 폭발했다. 선 감독과 이순철 코치가 판정 번복에 강하게 불만을 드러내며 거칠게 따졌다.
번복된 판정을 되돌릴 수 없게 되자 선 감독은 선수들을 더그아웃으로 모두 불러들였다.
이후 경기는 15분 동안 중단됐다가 재개됐고, 결국 삼성이 4-2로 이겼다.
선 감독이 이처럼 초강경 자세로 대응한 것은 전날 경기에서의 석연찮은 판정과도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KIA는 삼성과의 주말 3연전 첫날인 28일에 5-4로 앞선 9회말 2사 1루에서 상대 정형식의 2루 도루시 타이밍 상은 아웃처럼 보였으나 2루심이 세이프를 선언했고, 결국 5-6으로 끝내기 역전패를 당했다.
당시 KIA의 항의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선동열 감독과 박종철 심판과의 악연도 있다. 지난해 9월 16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열린 KIA-SK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KIA가 역시 3-2로 앞선 8회 수비 때 당시 SK 소속이던 이호준의 타구가 파울이냐 내야 땅볼이냐를 두고 선 감독은 주심이던 박종철 심판에게 한참을 항의했다.
하지만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내야수 김선빈을 남겨둔 채 전 선수들에게 더그아웃으로 철수 명령을 내렸다. 박 심판은 경기 지연에 대한 책임을 물어 선 감독에게 퇴장 명령을 내렸다. 선 감독이 선수와 사령탑 시절을 포함해 경기 중 퇴장당한 것은 처음이었다.
한편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이번 사태와 관련, "판정을 번복한 것도 사실이고 경기가 오래 지연되는 등 운영이 미숙했다는 점을 심판진도 인정했다"면서 "조속한 시일 내에 해당 심판진에 제재를 내릴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