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멘트>
인터넷에서 벌어진 논쟁이 인신 공격으로 번지고, 결국 살인 사건으로 이어진 소식을 이틀 전 전해드렸습니다.
토론을 하기보다는 막말로 상대방의 의견을 제압하려는 문화가 사이버 공간에서 팽배한데요,
왜곡된 사이버 논쟁의 현주소, 손원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한 인터넷 사이트에 올라온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관련 게시물.
처음에는 서로 의견을 개진하는 듯하다가 어느새 욕설과 조롱으로 얼룩지는 댓글 설전이 벌어집니다.
비슷한 내용이 게시된 다른 인터넷 사이트.
논쟁 대신 욕설과 비방이 난무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사이버 공간은 토론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두려움의 대상이 됩니다.
<인터뷰> 김정민(경기도 하남시) : "저는 그 의도로 얘기한 것이 아닌데, 단정을 지어버리더라고요. 그게 무서워서 저는 함부로 댓글을 남기지 않죠."
사이버 공간에서는 자신의 신분이 노출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익명성에 기댄 공격적이고 감정적인 글이 횡횡합니다.
토론이나 논쟁을 하기보다는 인신 공격과 욕설로 상대를 제압하려고 하는 겁니다
<인터뷰> 강도형(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글을 올리고 의견을 내는 것이 사회적 위치를 갖는 것처럼 그런 위치를 갖는 거예요. 누군가에 의해서 그 위치를 잃게 됨으로 해서 그 사람에 대한 분노, 복수심을 (갖게 되죠.)"
또 사이버 공간에서는 같은 의견을 가진 이용자들이 쉽게 모일 수 있는데, 집단적 공격 성향 역시 빠르게 형성됩니다.
<인터뷰> 배영(숭실대 정보사회학과 교수) : "집단적인 의견의 양극화 현상이 많이 나타나 양쪽 극단의 의견은 서로 소통할 가능성이 없어지고 갈등이 증폭되지 해소되지 않는 문제를 낳게 됩니다."
건전한 토론 문화가 설 자리는 사이버 공간에서 점점 좁아지고 있습니다.
KBS 뉴스 손원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