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멘트>
을사늑약이 체결되기 이전부터 일본이 우리 아리랑의 가사와 내용을 체계적으로 왜곡해 온 사실이 KBS 취재 결과 드러났습니다.
우리 민족의 혼이자, 저항의 상징인 아리랑을 한일 합병의 분위기를 만들기 위한 수단으로 쓰려한 것입니다.
최성민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1896년, 미국인 선교사 헐버트가 서양 악보로 옮긴 아리랑 타령입니다.
하지만 을사 늑약이 체결된 1905년, 일본 동경 박문관이 발행한 '한국 사진첩'에 실린 아리랑은 가사가 달라졌습니다.
러시아 같이 큰 나라도 전쟁에서 패했으니, 조선인들은 한.일 병합에 응하라는 내용으로 바뀌었습니다.
<인터뷰> 김영임((사)아리랑보존회 이사장) : "우리 아리랑을 수십년 동안 불러 온 사람으로서 어떻게 보면 가슴을 칠 노릇이죠."
이보다 앞서 1905년 4월, 일본 지식인 '오키타 긴조'가 쓴 '이면의 한국'이라는 책도 아리랑을 악의적으로 왜곡하고 있습니다.
그는 아리랑을 '망국의 축도'로 정의하고, 국가의 일에 무관심과 무저항, 은둔과 무사 안일을 '아리랑 주의'로 표현했습니다.
또, 아리랑은 한국인의 두뇌를 어지럽히고, 비굴하게 만드는 큰 위력을 가진 노래라고 적었습니다.
아리랑을 폄하함으로써 열등감과 패배 의식을 부추기고 일제에 대한 저항심을 말살하겠다는 의돕니다.
<인터뷰> 김연갑(한겨레아리랑연합회 상임이사) : "일본 군국주의의 강력함과 조선인들의 패배주의를 유포시키면 이것이 전국적으로 확산될 것이고, 그것이 곧 식민사관을 유포시키는 방법이다."
지식인들까지 동원해 광범위하게 아리랑을 왜곡한 일본, 우리 민족 문화를 말살하려는 의도가 얼마나 집요했는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KBS 뉴스 최성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