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m를 지났을 때 조금 지친 것도 사실이지만 패자부활전에서 좋은 성적을 내려고 일부러 체력을 아낀 거예요. 패자부활전에서는 꼭 준결승에 진출하겠습니다."
예선 최하위에 그쳤지만 한국 조정 대표팀의 기대주 지유진(25·화천군청)은 전혀 주눅이 들지 않은 표정이었다.
지유진은 25일 충북 충주 탄금호 국제조정경기장에서 열린 2013 충주 세계 조정선수권대회 여자 경량급 싱글스컬 예선 4조 경기에서 8분15초67의 기록으로 5명 중 5위를 차지했다.
2위까지 주어지는 준결승 직행 티켓은 놓쳤지만 패자부활전을 통해 준결승 진출을 노릴 기회는 아직 남았다.
이 경기에서 지유진은 경기 중반까지 2위를 유지하다 1,000m 이후 서서히 속도가 떨어지기 시작하면서 결국은 가장 마지막으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1위 파비아나 벨트라메(브라질·7분59초03)보다는 1분 이상 뒤처졌다.
세계 수준에 한참 뒤떨어지는 한국 조정은 지유진 등 유망주들이 이번 대회에서 결승에 진출해 개최국의 자존심을 세우기 기대하고 있다.
지유진은 자신이 큰 기대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면서 "바로 준결승에 진출하는 것이 편하겠지만 대회에 계속 참가하면서 패자부활전을 거쳐 준결승에 진출한 적이 많아지다보니 그쪽이 익숙하다"며 '작전상 꼴찌'를 하게 된 사연을 전했다.
지유진은 기나긴 2㎞의 코스를 지나는 동안 머릿속에서 수많은 잡념이 떠올랐다고 고백했다.
지유진은 이날 경기 출전하기 전 다른 선수들의 기록을 살펴보고는 이 경기에서 모든 힘을 쏟기보다 패자부활전을 통해 준결승에 진출하는 것이 낫겠다고 판단했다.
출발한 후 경기가 생각보다 잘 풀리자 초반에는 순위를 끌어올려 보겠다는 욕심이 생겼다.
1,000m 지점 이후에는 체력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지유진은 머릿속으로 패자부활전을 떠올리며 힘을 아꼈고 결국 꼴찌를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중학교 1학년 때 체육 교사의 추천으로 조정을 처음 접한 후 벌써 13년째 조정 선수로 뛰는 그는 이번 대회에서 7분대 기록을 찍고 10위 내에 드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이를 이룬 뒤에는 2014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고 선수 생활을 마치고 싶다고 덧붙였다.
그는 "오늘 경기에서는 초반에 힘을 너무 쏟아서 '꼴찌'로 작전을 바꿨지만 다음 패자부활전에서는 오늘보다 20초를 줄이겠다"며 "패자부활전에서는 해볼만 하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준결승에 진출하려면 지유진은 패자부활전에서 2위 이상을 차지해야 한다. 지유진의 패자부활전은 27일 오전에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