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러클' 두산이 삼성과 연장 혈투 끝에 극적인 승리를 거두며 대구 원정 2연전을 싹쓸이했다.
두산은 25일 대구구장에서 벌어진 2013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삼성과의 한국시리즈(7전4승제) 2차전에서 1-1로 팽팽히 맞선 연장 13회초 오재일의 천금같은 결승 솔로홈런을 포함해 대거 4점을 뽑아 5-1로 짜릿한 승리를 낚았다.
이로써 1,2차전을 모두 승리한 두산은 팀 통산 4번째 한국시리즈 우승컵을 차지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았다.
지난해까지 30차례 열린 한국시리즈에서는 1,2차전을 모두 승리한 팀은 16차례 나왔으며 이 중 15번이나 정상에 올라 우승 확률 93.8%를 기록했다.
1,2차전을 이기고도 유일하게 우승하지 못한 팀은 2007년 두산이다.
당시 두산은 SK를 상대로 2연승 뒤 4연패로 무릎을 꿇었다.
반면 지난해까지 역대 가장 많은 14차례 한국시리즈에 진출해 5번 정상에 오른 삼성은 역전 우승을 차지한 사례가 단 한번도 없었다.
5시간32분의 혈투가 펼쳐져 역대 포스트시즌 최장 시간으로 기록된 2차전은 연장 13회에 승부가 갈렸다.
두산은 1-1인 상황에서 13회초 1사 후 타석에 나선 오재일이 삼성의 특급 마무리 오승환의 초구 151㎞짜리 직구를 걷어올려 우측 외야 스탠드 중단에 꽂히는 솔로홈런을 터뜨렸다.
9회 1사 후 마운드에 오른 오승환은 무려 4이닝 동안 53개의 공을 뿌린 상태여서 볼끝에 힘이 실리지 않았다.
오재일의 한 방으로 승기를 잡은 두산은 계속된 공격에서 상대 실책과 손시헌의 2타점 적시타 등으로 3점을 추가, 5-1로 달아나며 승부를 결정지었다.
릭 밴덴헐크와 더스틴 니퍼트, 외국인투수가 선발 대결을 펼친 이날 경기는 경기 내내 피말리는 투수전이 펼쳐졌다.
니퍼트는 올시즌 삼성을 상대로 3승무패 평균자책점 1.89를 기록했고, 밴덴헐크는 두산을 상대로 1차례만 선발등판했지만 6이닝 1실점으로 역시 잘던졌다.
양팀 선발투수가 상대팀에 강한 만큼 양팀 타선은 좀처럼 터지지 않았다.
두산은 1회 2사 1,2루와 2회 1사 3루가 무산됐고 3회에는 무사 1,2루에서 김현수와 최준석의 잘 맞은 타구가 상대 호수비에 걸려 운도 따르지 않았다.
삼성 역시 1회 2사 1,3루, 2회 무사 1루, 5회 2사 1,2루 등에서 후속타가 침묵을 지켰다.
팽팽하던 0의 균형은 8회에 무너졌다.
두산은 8회초 1사 후 김현수가 내야안타, 최준석은 볼넷을 골라 1사 1,2루의 득점 기회를 잡았다.
홍성흔이 우익수 뜬공이 물러났지만 2사 후 김재호가 좌전안타를 날려 1-0으로 앞섰다.
그러나 두산의 리드는 오래가지 않았다.
김진욱 두산 감독은 8회말 곧바로 홍상삼을 마운드에 투입했으나 삼성이 곧바로 동점을 만들었다.
삼성은 선두타자 정형식이 볼넷, 박석민은 2루수 내야안타로 무사 1,2루를 만들었다.
믿었던 최형우가 헛스윙 삼진으로 돌아섰지만 채태인이 우전안타를 날려 1-1이 됐다.
계속된 1,2루에서 이승엽과 김태완이 내야땅볼로 물러나 승부가 연장으로 이어졌다.
삼성은 연장에서도 2차례나 끝낼 기회를 잡았으나 적시타 불발에 눈물을 삼켜야 했다.
10회말 1사 만루에서 이승엽이 2루 땅볼을 쳐 3루 주자가 홈에서 포스아웃됐고 대타 우동균은 유격수 뜬공으로 물러나 천금같은 찬스를 날리고 말았다.
삼성은 11회말에도 1사 1,3루와 2사 만루의 기회가 있었지만 기대했던 적시타가 끝내 나오지 않았다.
결국 삼성은 13회초 믿었던 오승환이 오재일에게 예상치 못한 한 방에 맞으면서 패색이 드리웠다.
류중일 감독은 곧바로 심창민을 투입했지만 기세가 오른 두산 타선은 신바람을 내며 3점을 추가, 승부를 결정지으며 삼성을 벼랑으로 몰았다.
연장 11회에 등판한 두산 6번째 투수 정재훈은 1⅔이닝 동안 삼진 3개를 곁들이며 무안타 무실점으로 막아 승리투수가 됐다.
니퍼트는 6이닝을 3안타 무실점으로 막았고 밴덴헐크는 5⅔이닝을 4안타 무실점으로 버티며 양팀 선발투수는 제 몫을 다했다.
그러나 삼성 오승환은 6타자 연속 탈삼진으로 한국시리즈 최다 연속 탈삼진 타이기록을 세우는 등 4이닝을 던졌지만 패전의 멍에를 써고 말았다.
한국시리즈에서 두 차례나 MVP로 뽑혔던 오승환이 패전투수가 된 것은 18경기 등판 만에 처음이다.
주력 투수들을 몽땅 투입한 삼성은 두산을 상대로 삼진 18개를 뽑아 포스트시즌 한 경기 최다 탈삼진 기록을 세웠다.
그러나 팀 타선이 7안타와 사4구 10개를 기록하고도 1점밖에 뽑지 못한 것이 패인이 됐다.
삼성은 잔루가 무려 16개로 한국시리즈 최다 기록을 세울 만큼 비효율적이었다.
또 두산이 7명, 삼성은 6명의 투수를 투입한 이날 경기는 두산의 투구수가 237개, 삼성은 217개로 양팀 합해 454개의 투구수로 포스트시즌 역대 최다 투구수를 기록했다.
두산이 예상을 뒤엎고 2연승을 거둔 한국시리즈는 27일 오후 2시 서울 잠실구장에서 3차전이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