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리즈(KS·7전 4승제) 내내 고개를 숙이던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의 타선이 마침내 살아난 가운데 배영섭(27)과 이승엽(37)이 반전을 위한 마지막 퍼즐로 남았다.
삼성은 29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의 KS 5차전에서 7-5로 이겼다.
직전까지 1승 3패로 벼랑끝에 몰렸으나 마침내 부활한 타선 덕에 사상 첫 통합 3년 연속 통합 우승에 대한 꿈을 이어갈 수 있었다.
삼성은 4차전까지 팀 타율이 0.175에 그칠 만큼 극심한 타격부진에 시달렸다.
삼성은 KS 3경기에서 6안타→7안타→7안타를 치다가 급기야 4차전에서는 4안타의 빈공에 허덕였다.
4차전까지 득점은 총 7점에 불과해 경기당 득점이 고작 1.75점이었다.
잔루는 7개→16개→4개→8개가 나와 총 35개를 기록했다. 제때 안타가 터지지 않아 득점으로 연결할 기회를 날렸다.
그러나 5차전에서는 우완 투수 노경은을 맞아 1∼5번 타순을 좌타라인으로 꾸린 것이 효력을 발휘하며 '솜방망이'에서 벗어났다.
채태인과 최형우가 시리즈 첫 홈런 맛을 보며 시원한 타격을 선보였고, 박한이가 동점 상황에 승부의 추를 완전히 기울게 하는 결승타를 때려 승리를 낚았다. 좌타자들 바로 뒤에서 6번으로 나선 박석민도 2타수 2안타에 2타점으로 매서운 공격력을 뽐냈다.
시리즈 들어 처음으로 10안타 이상(11안타)을 치는 등 활발한 타격을 선보였지만 아직 제대로 된 부활을 선언하기에는 이르다.
톱타자 배영섭과 '아시아의 홈런왕' 이승엽이 여전히 제자리걸음이기 때문이다.
배영섭은 4차전까지 16타수 1안타(타율 0.063)를 기록, 리드오프로서 역할을 해내지 못해 5차전에서는 선발진에서 제외됐다.
좌타라인을 위해 정형식이 대신 들어갔다고도 볼 수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역시나 부진한 타격이었다.
그동안 6번 지명타자로 나선 이승엽은 5차전에서 자리를 하나 앞당겨 시리즈 들어 처음으로 클린업 트리오에 배치했다.
5차전 첫 타석에서 좌전 안타를 뽑고 시리즈 첫 득점을 올리기도 했지만 이후 거푸 삼진을 당하는 등 4타수 1안타를 치는 데 그쳤다. 이승엽은 이날까지 19타수 3안타(0.158)에 그치고 있다.
배영섭과 이승엽은 모두 지난해 팀의 KS 우승을 이끈 주역이다.
배영섭은 지난해 SK 와이번스와의 KS 6경기에서 타율 0.409(22타수 9안타)의 맹타를 휘둘러 팀 타선을 선도했다.
이승엽은 지난해 1차전에서 결승 2점포를 날리고, 6차전 싹쓸이 3루타로 우승에 쐐기를 박는 등 타율 0.348(23타수 8안타)에 7타점을 올리며 시리즈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됐다.
때마침 타선이 방망이에 불꽃을 튀긴 가운데 배영섭과 이승엽이 지난해의 활약을 재연한다면 삼성으로서는 반전의 기회를 엮을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