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멘트>
비싼 월세를 감당하기 힘든 젊은이들이, 한 집에 여럿 모여 사는 경우가 늘고 있습니다.
하숙이나 기숙사 대신이라고 봐야겠죠?
네, '룸메이트'를 구하는 것도 재밌습니다.
정리를 잘 하는 편인지, 잘 어질러 놓는지, 친구들 불러 이른바 '치맥'이란 걸 하는 걸 좋아하는지 등 조건도 흥미로운데요,
박예원 기자가 취재해왔습니다.
'치맥'이 기준이 되는 건 좀 웃긴데요?
<기자 멘트>
좀 그렇긴 하죠?
그래도 생활 패턴이 다르거나 좋아하는 것이 맞지 않으면 함께 살 때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다 보니 이렇게 사소한 것까지 따져본다고 합니다.
룸메족은 사실, 서울의 전월세 비용이 워낙 비싸기 때문에 젊은이들이 어쩔 수 없이 선택하는 수단이죠.
억대를 넘나드는 전세값을 2~30대 젊은이들이 마련하긴 힘드니까요.
하지만 실제 룸메족을 만나보니 어려운 현실에 잘 적응하고, 이를 토대로 나름의 경험도 쌓고 있었습니다.
새로운 흐름이 된 룸메족, 어떻게 만나 어떻게 사는지 한번 보시죠.
<리포트>
서울의 한 커피숍.
성인 남성 두 명이 진지하게 대화를 나눕니다.
<녹취> "혹시 나이는?"
<녹취> "술, 담배 하시나요?"
<녹취> "혈액형이 어떻게 되시나요?"
<녹취> "취미가 어떻게 되시나요?"
20대 직장인들이 룸메이트를 구하는 모습인데요
<인터뷰> 이윤호(서울시 중랑구) : "지금 룸메이트 구하고 있는데 면접 보고 있어요. (지금이 몇 번째인데요?) 지금 이분이 다섯 번째 예요."
룸메족 6년 차, 경험이 많은 만큼 세세한 것까지 질문합니다.
<녹취> " 혹시 치킨 좋아하세요? "
<녹취> " 네, 좋아해요. 혹시 치킨 시키면 어느 부위?"
<녹취> " 저는 퍽퍽 살 좋아해서 퍽퍽 살이나 닭 가슴살 그쪽을 좋아해요."
<녹취> " 저는 다리나 날개 이런 부분을 좋아해요."
찰떡궁합이죠?
어느 정도 서로에 대한 정보공유가 이루어지고 나면 함께 살 집을 보여줍니다.
<녹취> " 여기가 앞으로 쓰실 방이에요. 여기가 앞쪽으로 좀 길어서 "
<녹취> " 그래도 충분히 공간 안에 다 들어갈 수 있네요."
룸메이트를 구할 때는 함께 살 두 사람이 만나 생활패턴과 가격 등을 조율한 뒤에 조건이 서로 맞으면 부동산의 중개 없이 계약서를 작성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인터뷰> 이윤호(서울시 중랑구) : " 구할 때 카페에다가 글을 올리거나 하는 방식으로 구하고 있습니다."
화장실도 함께 써야하는 만큼 생활 습관이 계약 성사의 가장 중요한 요건입니다.
<인터뷰> 이윤호(서울시 중랑구) : " 전에 살던 룸메이트는 집 안에서 담배 피워서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거든요. 흡연을 안 하시는 분이면 더 좋겠습니다."
실제 이런 과정을 통해 인연을 맺고 6개월째 함께 살고 있다는 사람들을 만나봤습니다.
<녹취> "저희 셋이 같이 자고 생활하는 큰방이에요."
<인터뷰> 이지은(서울시 관악구) : " 서울에서 타지 생활을 하니까 돈도 아낄 겸 생활비도 이렇게 줄여가면서 같이 살아보자 하고 산 게 지금 6개월 정도 됐어요."
30여 제곱미터의 방을 여자 세 명이 쓰다 보니 생활하는 것부터 집안정리까지 불편한 점이 한 두 개가 아니라고 하는데요.
<인터뷰> 김해리(서울시 관악구) : " 화장실 쓰는 거. 그게 제일 불편한 것 같아요. 그 전날 머리를 미리 감는다든지 해서 다음 날 여유 있게 그런 식으로 생활하고 있어요."
개인 생활을 존중해주고 서로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나름 이들만의 생활규칙도 생겼습니다.
이렇게 하나하나 서로를 배려하며 맞춰가는 과정을 거치는 건 필수입니다.
이 여성들은 방세는 물론 공과금 식비까지 공동으로 부담하고 있습니다.
더 절약하기 위해서죠.
<녹취> " 달걀 있으면 할 게 많잖아. "
<녹취> " 양파 있나? "
<녹취> " 있어, 있어."
<인터뷰> 김해리(서울시 관악구) : " 저희가 월세랑 공과금이랑 나가는 게 있잖아요. 셋이 다 똑같이 돈을 걷어서 그걸로 월세랑 공과금 내고 장 볼 때도 생활비 남은 돈에서 계산을 하고 그때그때 영수증을 꼬박꼬박 챙기고 그렇게 해서 생활비를 쓰는 편이에요."
일주일에 한 번 다 같이 장을 보는 시간도 있습니다.
함께하는 시간이나 행동이 많을수록 성공적인 룸메이트가 되죠.
필요에 의해 함께 살기 시작했지만 지금은 가족처럼 친구처럼 마음을 나누는 사이가 됐다는 이들
<인터뷰> 김해리(서울시 관악구) : " 처음부터 몰랐던 사이인데 조금 조금씩 알아가면서 같이 지낸다는 게 되게 힘들거든요. 서로 조금씩 양보하는 게 나중에는 서로한테는 크게 다가오게 되고 그런 걸 통해서도 사회생활을 배우는 거 같아요."
최근에는 아예 전문적으로 룸메이트를 대신 구해주는 곳도 생겼습니다.
2,30대 미혼들 사이에서 '쉐어하우스'라고 알려져 있는데요
<인터뷰> 신송이(공동주택 직원) : " 공동주택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하고 같이 생활을 하시잖아요. 그래서 공동생활 경험이라든가 어느 정도 사실 예정이신지 물어보고 있습니다."
젊은이들이 생활할 집은 물론 함께 살 파트너까지 구해주며 집주인 역할을 대신해주는 거죠.
<인터뷰> 신원민(공동주택 지원자) : "원래 서울이 비싸잖아요. 집을 구하려고 하면 그런데 가격 면에서 보면 저렴한 거 같아요. "
<인터뷰> 이성일(공동주택 주인) : " 일반 원룸을 구할 때는 보증금 500~1,000만원이 필요한데요. 여기는 보증금 50만여 원을 받고요. 나머지는 짐만 들고 오면 됩니다"
1인가구가 많은 유럽, 일본 등에선 이미 보편화된 주거방식으로 전세나 월세와 달리 목돈 없이 입주할 수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인터뷰> 한자와 타카시(공동주택 거주자) : " 일본인입니다. 무역 관련 일 때문에 한국에 왔습니다. 한국 분들과 지내는 것이 재미있습니다."
만 18세 이상 35세 이하 미혼만 입주할 수 있다는 이곳, 외국인들도 입주가 가능해서 다른 언어와 문화를 배울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답니다.
<인터뷰> 임설희(공동주택 거주자) : " 문화 교류 같은 것도 하고 그리고 제가 다른 곳에서 돈을 아낄 수 있다 보니까 집세에서 돈을 아껴서 저축도 더 많이 할 수 있고, 만족해요."
하지만 룸메족들은 생활 안전이나 계약의 효력 등 걱정되는 점도 많은 데요,
최소한 이점은 꼭 알아두셔야 합니다.
<인터뷰> 이지윤(변호사) : " 룸메이트 방식은 임차인 간의 계약이라는 점에서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할 위험이 큽니다. 따라서 계약을 체결할 때 반드시 집주인의 동의를 얻어 이를 계약서에 명시하고 전입신고를 하여 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
1인 가구 대안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공동생활주택, 외로운 싱글들을 위한 새로운 주거형식으로 각광받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