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진 해설위원]
프란치스코 교황이 4박 5일간의 방한 일정을 마치고 어제 바티칸으로 돌아갔습니다. 짧은 체류 기간이었지만 교황이 남긴 울림은 실로 컸습니다. 신앙의 차원을 떠나 우리 사회에 강한 메시지를 던졌고 신드롬이라는 표현이 나올 정도로 많은 국민들은 감동했고 또 열광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시종일관 낮은 자세로 임했습니다. 세계 12억 가톨릭 신자의 대표이자, 인류의 정신적 지도자인 교황의 위상과는 별개로 만나는 모든 이들과 눈을 맞추며 대화를 나누고, 이동 시에는 국산 소형차와 KTX를 이용했습니다. 권위주의에 익숙한 우리에게는 다소 생경하기까지 한 소탈하고 겸손한 자세였습니다.
이번 일정의 백미였던 지난 16일, 순교자 124위 시복식이 열리던 광화문 광장에는 80만 명이 모이는 사상 유례가 드문 장관이 연출됐지만, 눈높이를 맞춰 마주봐야 한다며 시복식 제단을 최대한 낮췄습니다.
방한 일정 내내 세월호 참사의 아픔을 함께 하고 유가족들을 위로한데 이어 어제 마지막 행사로 치러진 ‘평화와 화해의 미사’에서도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과 쌍용차 해고자, 밀양 강정 마을 주민들, 그리고 새터민 등 고통 받고 소외된 이웃들을 앞세웠습니다.
또 다른 종교의 지도자 12명을 만나서는 함께 걸어가자고 했습니다. 나아가 한반도의 평화와 화해를 위한 첫 걸음으로 용서라는 키워드도 제시했습니다. 이 모두가 프란치스코 교황의 일관된 메시지, 소통과 화합으로 집약됩니다.
교황이 닷새간 보여준 이런 모습들은 불통과 갈등의 시대를 살아가는 국민들에게 큰 감동으로 다가왔습니다. 또 이 땅의 정치 지도자들에게는 신랄하고도 엄중한 교훈이 됐을 것입니다. 교황은 과거, 자신은 등반가에게 조언을 해 줄 수는 있지만, 그를 위해 대신 산을 올라 줄 수는 없다고 했습니다. 이제 프란치스코 교황이 우리 사회에 선사한 위로를 자양분 삼아 그의 메시지를 실현시키는 일이 과제로 남았습니다. 그리고 그 것은 오롯이 우리 모두의 몫입니다. 뉴스 해설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