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파이(WiFi)는 꺼져라!'
무선통신망 사용이 생활의 일부가 돼가는 지금 세계 어디에서도 걸리지 않을 것 같은 플래카드가 '축구장'에 나타났다.
네덜란드 프로축구 명문 에인트호번은 17일(이하 한국시간) NAC브레다와의 2014-2015 에레디비지에 개막전에서 6-1 대승을 거두며 산뜻하게 한 시즌을 시작했다.
그러나 홈구장인 필립스 스타디움 관중석 한쪽을 차지한 서포터스는 응원보다는 항의에 여념이 없었다고 영국 신문 가디언, 네덜란드 신문 알게민 다그블라드 등은 19일 보도했다.
이들 매체에 따르면 평소 가장 큰 목소리를 내던 T, U구역 서포터들은 '와이파이는 꺼져라. 응원에 집중하자.(Fuck WiFi, Support the Team)'라는 문구가 쓰인 플래카드를 내세웠다.
이밖에도 와이파이를 나타내는 부채꼴 모양의 문양에 붉은색 빗금 표시를 더한 게이트기(천 양쪽에 긴 막대 두 개를 붙여 홀로 들 수 있도록 만들어진 플래카드) 10여개가 눈에 띄었다.
에인트호번 구단은 올시즌을 앞두고 200만 유로(약 27억원)를 들여 와이파이 망을 필립스 스타디움 관중석에 깔았으나 정작 기뻐할 줄 알았던 팬들이 반발한 것이다.
서포터스는 와이파이 설치에 관중을 유순하게 만들려는 구단의 의도가 깔려있다며 의심하고 있다. 관중들이 스마트폰 사용에 집중하도록 해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하도록 만든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열광적이어야 할 관중석 분위기가 망가질 것이라며 우려한다.
이날 경기장에 등장한 플래카드에는 '앉는 것은 집에서나 해라' '일어서서 뭉치자'는 등의 문구도 있었다.
알게민 다그블라드는 "에인트호번 서포터스의 행동은 축구의 근본으로 돌아가자는 좋은 뜻이 담겨있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있는 반면에 세상의 흐름에 역행하는 것이라는 비판도 감지된다"고 현지 팬들의 분위기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