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멘트>
윤 일병 사망 사고로 최근 군내 폭력에 대한 경각심이 커졌는데요.
약 2년 전에 이런 일도 있었습니다.
당시 자대 배치 20일도 안된 이등병이 뇌출혈로 쓰러져 식물인간이 됐는데, 최근 깨어나 구타를 당했다며 폭로했습니다.
군 당국의 은폐 의혹도 일고 있습니다.
이영풍 기자입니다.
<리포트>
<녹취> "사실대로 말해줘"
1년 7개월간 식물인간으로 지냈던 구상훈 씨가 말문을 열었습니다.
어눌하지만,이름을 부르며 사실대로 말해달라고 합니다.
구 씨가 군에 입대해 육군 15사단에 배치된 건 지난 2012년초.
불과 19일 만에 뇌출혈로 쓰러지고 의식없이 호흡만 해왔습니다.
구 씨는 지난해 기적적으로 의식을 찾고 실신 당시를 떠올렸습니다.
7명이 가담한 집단 구타 상황이었습니다.
<인터뷰> 구상훈 : "(무엇으로 때렸습니까?) 각목 (어디를 때렸습니까?) 머리 (뭐라고 하면서 때렸습니까?) 기합"
특히 폭행을 했다는 선임병사 2명의 이름과 구타 장소를 구체적으로 진술했습니다.
<인터뷰> 구상훈 : (누가 때렸습니까?) 000, 000 (어디로 끌고 갔습니까?) 연병장 위에, 연병장 위에.
군 수사는 허술했습니다.
사건 당일 구 씨의 뒤통수에선 큰 상처가 발견됐습니다.
가족들이 구타 의혹을 제기했지만, 군은 욕창이라며 조사도 하지 않았습니다.
<인터뷰> 박영현 (구상훈 어머니) : "우리 아들 구타한 거 아니냐고 그랬을 때는 부인하셨어요. "
취재진은 구상훈 씨가 가해자로 지목한 제대 병사를 어렵게 만났습니다.
당시 집단 설문 외에 직접적인 조사를 받지 않았던 이 선임병사는 구타 의혹을 전면 부인했습니다.
<인터뷰> 구타 가해 지목 선임병사 : "구타나 가혹행위 본 적도 없고 한 적도 없어요."
당시 15사단 관계자들은 KBS 취재진에, 뒤통수 상처가 욕창이라는 군의관의 말에 따라 수사하지 않았다고 해명했습니다.
그러면서도 군의관의 진술조서는 받지 않았습니다.
또 실신 당시 상황과 이동 경로에 대한 군 수사기록과 관련 병사들의 증언도 엇갈려 사건 은폐 의혹도 커지고 있습니다.
KBS 뉴스 이영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