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골키퍼들에게 '마지막 수비수'로서의 역할을 강조하고 나섰다.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팀은 12일(한국시간) 요르단 암만 인근 자르카의 프린스 모하메드 국제 경기장에서 중동 원정 첫 훈련을 소화했다.
1시간여 동안 진행된 이날 훈련에서 태극전사들은 마지막 30분간 골대 1개만 두고 두 조로 나뉘어 미니게임을 치렀다.
이전 훈련과는 크게 다른 점이 눈에 띄었다. 김승규(울산 현대)와 김진현(세레소 오사카) 두 골키퍼가 흰색 조끼를 입고 필드 플레이어들 사이에 선 것.
이들은 최종 수비라인 앞뒤를 오가며 동료들과 빠른 템포로 패스를 주고받았다. 훈련복과 조끼 색깔만 달랐지 역할은 다른 필드 플레이어들과 똑같았다.
이날 훈련에는 왼쪽 풀백, 수비형 미드필더 자리를 모두 볼 수 있는 박주호(마인츠)가 요르단 입국이 늦어지는 바람에 불참했다.
두 골키퍼의 필드 플레이 훈련은 단순히 박주호의 빈 자리를 하루 메우기 위한 것만은 아니었다.
신태용 코치는 훈련이 끝난 뒤 "감독님이 골키퍼들에게 필드 플레이어의 역할도 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면서 "골키퍼의 패싱 능력을 끌어올리려는 의도였다"고 설명했다.
지난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골키퍼 플레이의 새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은 마누엘 노이어(바이에른 뮌헨)를 연상케 하는 대목이다. 신 코치도 노이어를 언급했다.
노이어는 지난 월드컵 때 7경기 모두 풀타임을 뛰며 25차례 세이브에 단 4골만 허용하는 '철벽 방어'로 독일 우승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러나 그가 최고 수문장에게 주어지는 '골든 글러브'를 수상한 이유는 이것이 다가 아니다.
노이어는 전통적인 골키퍼 역할에 그치지 않고 스위퍼의 역할도 소화했다.
상대 공격수가 달려들 때 패스나 드리블이 조금만 길면 주저하지 않고 뛰쳐나가 걷어냈다.
공을 잡았을 때 동료 공격수들이 역습을 시도하려고 하면 곧바로 빠르고 정확한 긴 패스를 보내 한 번에 찬스를 잡도록 만들었다.
신 코치는 "감독님이 현대 축구에서 골키퍼가 골문만 맡는 존재가 아니라 빌드업(공격 전개)의 시작점 역할을 한다는 점을 우리 골키퍼들에게 일깨워주려고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