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 없이 취재진 앞에 서 본 한국 축구 대표팀의 홍정호(25·아우크스부르크)지만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홍정호는 요르단과의 평가전을 사흘 앞둔 11일 요르단 자르카의 프린스 모하메드 국제 경기장에서 열린 훈련에서 2014 브라질 월드컵 이후 4개월만에 국내 취재진 앞에 섰다.
조별리그에서 1무 2패로 탈락한 홍명보호에서 홍정호는 팬들의 질타가 집중된 선수 중 한명이었다.
당시 대표팀이 강점으로 내세운 것은 수비 조직력이었으나 성패를 가른 알제리전(2-4)에서 홍정호는 제 몫을 다하지 못했다. 팬들은 홍정호와 김영권(광저우 헝다) 등 두 명의 중앙 수비수을 향해 '자동문'이라며 비웃었다.
홍정호는 아직 아픔을 다 털어내지는 못한 듯한 표정이었다. 그러나 "다시 시작하는,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는 마음이다"라는 그는 결연했다.
이어 "울리 슈틸리케 감독님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주고 싶다. 대표팀에 계속 있고 싶다"며 입술을 깨물었다.
그는 현재 소속팀 내 입지가 탄탄하지 않다. 브라질 월드컵 뒤 부상 때문에 올시즌 제대로 경기를 소화하지 못하고 있다. 4경기에 후반 막판 교체 출전했을 뿐이다.
슈틸리케 감독은 부임하면서 "소속팀에서 뛰지 못하는 선수는 선발하지 않겠다"는 원칙을 세웠다. 홍정호는 이 기준의 커트라인에 서 있는 선수다.
게다가 그가 없는 동안 김주영(FC서울), 김기희(전북 현대) 등이 중앙 수비수로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이제 주전이 아니라 철저히 도전자 입장인 홍정호다.
그는 "소속팀 훈련에 복귀한 지 한 달밖에 되지 않았으나 자체 평가전을 꾸준히 뛰어 몸상태에 큰 문제가 없다"고 힘주어 말했다.
경쟁자들과 비교해 자신이 가진 강점이 뭐냐고 묻자 그는 "감독님이 아직 나를 안 보신 것"이라고 비장하게 말했다.
한때 한국 축구의 수비를 10년간 이끌어갈 기둥으로 평가받았던 홍정호가 다시 일어설 수 있을지 주목된다.